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란 전쟁의 여파로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설령 평화가 회복되더라도 전쟁 이전 수준으로의 완전한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IMF 본부에서 열린 연설에서 “새로운 평화가 지속되더라도 성장은 더뎌질 것”이라며 “최선의 경우라도 전쟁 이전 상태로 완전히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경제 흐름이 휴전 유지 여부와 전쟁이 남긴 피해 규모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충격이 없었다면 세계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했겠지만, 현재는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조차 성장률 하향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장 둔화의 배경으로는 인프라 파괴, 공급망 차질, 시장 신뢰 약화 등이 꼽혔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카타르 라스라판 가스전 사례를 언급하며 “완전 복구까지 3~5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글로벌 해상 물류의 핵심 통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혼란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당 해협을 지나는 선박 통행량은 현재 2023년 수준의 절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번 사태를 “전형적인 부정적 공급 충격”으로 규정하며, 이에 따른 수요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각국 정부의 정책 대응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수출 통제나 가격 통제와 같은 독자적 조치는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불에 기름을 붓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화 및 재정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조언을 내놨다.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 의지를 유지하면서 금리를 신중하게 운용하고, 재정 당국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일시적·선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인플레이션 기대가 불안정해질 경우에는 금리 인상 등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금융 여건이 급격히 긴축될 경우에는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 간 균형 있는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IMF는 중동 전쟁의 파급 효과로 인해 국제수지 지원 수요가 200억~500억 달러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휴전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경우 지원 규모는 하한선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IMF는 오는 14일 세계경제전망(WEO)을 발표할 예정으로, 이번 전쟁의 영향이 반영된 글로벌 성장률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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