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NG33 선정, 케이팝포플래닛 공동 창립자 2인 인터뷰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2026 NG33 선정, 케이팝포플래닛 공동 창립자 2인 인터뷰

마리끌레르 2026-04-10 15:23:41 신고

3줄요약

헌트릭스가 아닌 그저 케이팝 팬 1인인 나도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요? 기후위기 대응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은 그 가능성을 믿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증명해왔습니다. ‘대대손손 케이팝을 즐길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이 플랫폼을 만든 공동 창립자 김혜경누룰 사리파는 다큐멘터리 매체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선정한 ‘2026 내셔널지오그래픽 33인(NG33)’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중대한 사회 문제에 실질적인 돌파구를 제시하고 변화를 이끈 ‘선구자’로 선정된 것이죠.

반갑습니다.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과 두 분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혜경 저는 공동창립자·디렉터이자 케이팝 1세대 팬인 김혜경이라고 합니다. 한때 열렬한 ‘신화창조’였죠.(웃음) 케이팝포플래닛은 케이팝 팬들과 함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플랫폼이에요. 2021년부터 케이팝 산업을 비롯해 다양한 산업계와 정부를 대상으로 기후 행동, 그러니까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을 촉구해 왔어요. 그 과정에서 실질적인 변화도 만들어왔고요. 지금까지 8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8만 5000명을 훌쩍 넘는 케이팝 팬들이 서명 운동에 참여해 줬어요. 다른 방식으로 연대해 준 팬들까지 더하면 이보다도 훨씬 더 많은 분들이 마음을 모아줬죠.

누룰 케이팝포플래닛의 공동창립자이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캠페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누룰 사리파입니다. 오랫동안 한국 문화를 열성적으로 좋아해 왔어요. 특히 엑소(EXO)의 디오(D.O.)가 제 ‘최애’ 아이돌이에요.(웃음)


케이팝포플래닛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요?

혜경 누룰을 만난 것 자체가 출발점이 됐어요. 2020년이었죠. 당시 한국에서는 더 이상 석탄 발전소를 짓지 않기로 한 시기였어요. 왜냐하면 석탄이 단일원 가운데 가장 탄소를 많이 내뿜거든요. 그런데 이때 한국의 금융사나 건설사들이 해외 석탄 발전소 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고, 인도네시아에도 석탄 화력 발전소가 지어지고 있었어요. 그 건을 조사하다가 누룰을 알게 됐습니다.

누룰 저는 그때 인도네시아의 한 NGO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었는데요.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배신당한 기분을 느꼈어요. 제가 그토록 지지하고 좋아하는 한국이라는 나라의 기업이 기후 재앙을 불러오는 데 동참하는 셈이었으니까요. ‘수많은 아이돌이 환경을 보호하자는 메시지를 외치는데, 왜 이런 일이 계속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죠.

혜경 인도네시아에도 누룰과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지 궁금했는데요. 알고 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케이팝 음악을 틀어 놓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다만 아무도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지 않아 그 목소리가 뻗어나가지 못했을 뿐이죠. 그때 이 목소리를 더 널리 알려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누룰 그래서 기존 NGO가 활동하던 방식이 아니라, 케이팝 팬들이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환경 문제를 전하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 보기로 했죠.


그 결과 이번에 ‘2026 내셔널지오그래픽 33인’에 선정됐죠. 축하드립니다.

혜경 기후위기에 맞서 저희와 함께 목소리를 내온 케이팝 팬 모두가 함께 받은 상이라고 생각해요. 케이팝 팬들은 오래전부터 지구와 기후를 위해서 다양한 활동을 많이 이어왔거든요. ‘나무 심기 운동’처럼요. 그런 헌신이 마침내 인정받은 것 같아서 너무 기뻤어요. 한편으로는 ‘빠순이’라는 말처럼 케이팝 팬이 무시당하거나 가볍게 여겨지기도 했잖아요. 특히 제 세대에서는 더 그랬고요. 하지만 이제는 ‘덕질이 세상을 구한다’ 같은 캐치프레이즈가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느껴지죠. 사랑의 힘으로 우리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걸 해낼 수 있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레요.

누룰 케이팝은 이제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진 문화가 되었죠. 그 영향력도 음악에만 머무르지 않고 문화계 전반으로, 또 나아가 사회로까지 확장되고 있고요. 그 과정에서 케이팝 팬들이 옳은 일을 위해 어떻게 목소리를 내고, 연대의 이름으로 어떻게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최근 케이팝 팬들은 기후위기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응원봉을 들고 시위에 참여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죠.

누룰 그건 환경이나 사회 정의의 문제가 곧 자신의 문제라고 느끼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망설이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거죠. 케이팝 산업에 우리가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광장에 모여 응원봉을 들고 케이팝을 부르는 방식으로요.

혜경 팬덤의 이름으로, 혹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이름으로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를 실현하고,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특징이 있다고 생각해요. 또 케이팝 팬들의 다수가 미래 세대이기도 하고, 아시아를 포함한 기후 취약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래서 이 문제를 더욱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한 것 같아요.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패러디한 친환경 콘서트 캠페인 ‘케이팝 카본 헌터스’. © 케이팝포플래닛
아티스트와 팬덤의 이름으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자 하는 케이팝 팬의 특성에 주목해 ‘케이팝 카본 헌터스’ 서명 운동에 참여한 인원수를 팬덤 별로 집계하고 있다. © 케이팝포플래닛

케이팝을 사랑하는 만큼 소비도 늘어나기 마련이죠. 서로 다른 버전의 앨범이 여러 장 발매되고, 그 안에는 랜덤 포토카드가 들어 있고, 시시때때로 굿즈도 출시되죠.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마음이 결국 상당한 탄소 배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죄책감을 느끼는 팬들도 있어요.

혜경 2022년부터 ‘죽은 지구에 케이팝은 없다’라는 이름으로 실물 앨범 관련 캠페인을 이어오고 있어요. 팬들이 포토카드나 팬사인회 때문에 실제로 사용하지 않을 앨범까지 과도하게 구매하는 현실을 기획사에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됐죠. 팬들에게 더 이상 필요 없는 앨범을 기부받았는데, 3주도 채 되지 않아 8000장이 모였어요. 당시 저희가 널리 알려진 단체도 아니었는데요. 활동가들이 주말에 다 같이 모여서 창고에서 하나씩 박스를 뜯고, 어떤 앨범들을 어느 기획사로 보낼지 분류했어요. 너무 힘들고 속상한 상황이었는데 동시에 웃음이 나더라고요. 말 그대로 ‘웃픈’ 기억이에요. 지금은 팬들이 개인 차원에서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고, 그에 따른 죄책감까지 떠안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가장 바라는 방향은 팬들이 특별히 의식하지 않더라도 지속 가능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케이팝포플래닛 웹사이트에서 진행 중인 플라스틱 앨범 관련 서명 캠페인. © 케이팝포플래닛
© 케이팝포플래닛

특별히 기억에 남는 캠페인이 또 있다면요?

누룰 3년 전 명품 브랜드에 재생 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였어요. 많은 케이팝 아이돌이 명품 앰버서더로 나서고 있는 만큼, 팬덤의 이름으로 더 책임감 있는 기후 대응을 요구한 건데요. 파리 패션위크 기간에 전 세계 6개 도시에서 동시에 오프라인 액션을 펼쳤어요.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한국 서울, 일본 도쿄에서 LED 트럭 시위를 한 거예요. 케이팝 팬들이 많이 하는 것처럼요. 자카르타에서는 이런 형태의 시위가 흔치 않다 보니 트럭 업체가 계속 “이렇게 하는 게 맞아요?”라고 묻기도 했어요.(웃음)


케이팝 팬의 언어로 운동을 해나가고 있군요.

누룰 ‘케이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재미’잖아요. 보통 케이팝 팬들이 기후위기처럼 진지하고 무거운 문제에 관해 이야기할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죠. 그렇기 때문에 캠페인을 더 재미있는 방식으로 풀어내려고 합니다. 각 나라의 팬베이스(Fanbase, 국가별 공식 팬클럽 같은 팬들의 모임)와도 긴밀하게 소통하고요. 더불어 아이돌과 팬덤만의 은어나 심지어는 자주 쓰는 이모지까지 세심하게 파악하려고 하죠. 더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팬들을 모으고, 기후위기에 관한 대화도 보다 재미있게 시작할 수 있게끔요.

© 케이팝포플래닛
© 케이팝포플래닛

캠페인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도 했나요?

혜경 케어링 같은 글로벌 패션 기업이 이전까지 한국에서 재생 에너지를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았는데, 저희 요구 이후 100% 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에요. 작년에는 44%까지 끌어올렸고요. 앨범 캠페인은 팬들에게도 인상 깊게 남았던 것 같아요. 이는 저희의 활동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고요. 작년에는 임영웅 씨가 “이제 실물 앨범은 내지 않겠다”라고 선언하기도 했죠. 앨범은 디지털 음원으로 발매하고, 화보집만 따로 판매하겠다고 한 거죠. 매 순간 땀 흘리며 쏟은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껴요.

누룰 인도네시아 팬들이 중심이 되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현대, 석탄 멈춰!’라는 캠페인을 연 적 있어요. 당시 현대차는 BTS를 모델로 친환경 자동차를 홍보했는데요. 동시에 인도네시아에서 석탄발전소를 짓는 알루미늄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은 상황이었죠. 이에 ‘그린워싱’이라는 문제 제기를 담아 이를 비판하는 캠페인을 했는데, 현대차가 여기에 귀 기울이며 2024년 실제로 업무 협약 해지를 선언했어요.

혜경 인도네시아는 전력의 상당 부분을 석탄에 의존하고 있고, 전 세계에서 석탄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이기도 해요. 그런데 현대차의 협약 해지 선언 이후로 인도네시아 정부도 변화의 움직임을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공급망 자체에서 탄소를 줄이는 ‘탈탄소화’를 논의하기 시작한 거예요. 기업을 넘어 국가의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다니. 그 누구도 저희가 여기까지 올 줄은 상상하지 못했죠.


그럼에도 기업이나 국가처럼 거대한 대상을 상대로 목소리를 내다보면 막막한 순간도 많을 것 같아요. 그럴 때도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누룰 조금 뻔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결국 케이팝을 사랑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웃음) 팬들이 아티스트와 케이팝을 사랑하는 마음과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은 별개의 것이 아니니까요. 사랑하는 아티스트가 지속 가능한 환경 안에서 활동하기를, 우리 역시 이 행성에서 미래 세대와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죠. 그렇게 사랑이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거죠. 그리고 케이팝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보니 정말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고요. 무엇보다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점이 힘이 되죠.

혜경 기후위기는 정말 거대하고 결코 쉽지 않은 과제잖아요. 그럼에도 하나씩 해내고 그 과정을 증명해 나가는 순간들이 모여서 계속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또 케이팝 팬이 집중된 아시아 여성 청년층은 기후 문제의 중요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왔어요. 저 역시 ‘내가 어린 여성이었을 때 더 많은 기회와 신뢰가 주어졌다면 더 당당하게 목소리 낼 수 있었을까?’라는 아쉬움이 늘 있었고요. 그래서 케이팝포플래닛 안에서 각자 단단한 목소리를 지켜가는 캠페이너들을 보면 큰 감동을 느껴요. 무엇보다 이 운동을 재밌게 하잖아요. 기후위기라는 주제를 계속 마주하다 보면 ‘내가 과연 할 수 있는 게 있을까?’라는 무력감이나 우울감에 빠져들기 쉽죠. 근데 이곳에서는 ‘덕질’도 이야기하고, 긍정적인 얘기를 많이 하면서 지속 가능한 형태의 기후 운동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나누고 싶은 한마디가 있을까요?

혜경 우리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이 더 건강한 세상을 같이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팬분들도 목소리를 더 내주시면 좋겠어요. 같이 케이팝을 더 오래, 대대손손 좀 즐길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봐요.(웃음)

누룰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이, 저의 최애를 포함해서요.(웃음) 힘을 보태주시면 좋겠네요. 지구가 내 최애보다 핫해지는 건 막아아죠!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