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기온이 올라가면서 주방 공기도 눈에 띄게 달라진다. 창문을 열어두는 시간이 길어지고, 식재료를 꺼내 다루는 횟수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문제는 이 시기부터다. 따뜻해진 온도에 수분까지 더해지면 세균이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한다.
대부분은 평소 하던 방식 그대로 요리를 이어간다. 냉동식품을 꺼내 잠시 두거나, 남은 음식을 식탁 위에 그대로 놓아두는 행동이 반복된다. 별문제 없어 보이지만 이 과정에서 세균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실제로 식중독 원인균은 짧은 시간 안에도 수를 빠르게 늘리며, 일정 온도에 들어서면 증식 속도가 더 빨라진다.
지금부터 주방에서 자주 반복되는 행동 중 식중독을 부르는 습관 5가지를 소개한다.
1. 냉동식품을 꺼내 실온에 두면 표면부터 세균이 자라기 시작한다
냉동 상태로 보관한 음식을 빨리 해동하려고 싱크대 위나 조리대에 꺼내 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방법은 세균이 가장 빠르게 자라는 온도 구간에 식품이 그대로 놓이는 상황을 만든다.
냉동 음식이 실온에 놓이면 내부가 얼어 있어도 겉면 온도는 빠르게 올라간다. 이때 표면부터 세균이 늘어나기 쉬운 상태가 된다. 해동은 냉장실에서 하루 정도 시간을 두는 것이 좋다. 급할 때는 밀봉한 상태로 찬물에 담가 교체해주거나, 전자레인지의 해동 기능을 쓰는 것이 실온 방치보다 훨씬 안전하다.
2. 조리 후 남은 음식을 오래 실온에 두면 눈에 보이지 않는 독소가 생긴다
먹고 남은 음식을 냄비째 가스레인지 위에 두거나 식탁에 그대로 놓아두는 경우가 있다. 밥, 파스타 같은 전분이 많이 든 음식은 실온에 두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바실러스 세레우스균이 증식한다. 이 균은 열을 가해도 잘 죽지 않는 독소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끓여 먹더라도 독소 자체는 남아 있을 수 있다. 오염된 음식을 섭취하면 구토나 발열 증상이 나타나고, 심할 경우 장기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남은 음식은 조리 후 2시간 이내에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고, 빨리 식히려면 얕고 넓은 용기에 옮겨 담는 것이 맞다. 또한 냉장고 안 온도는 4도 이하로 유지해야 균의 증식을 막을 수 있다.
3. 도마와 칼은 재료마다 따로 써야 교차 오염을 막을 수 있다
날고기를 손질한 도마와 칼을 씻지 않고 그대로 다른 식재료에 쓰는 경우, 날고기에 있던 세균이 그대로 다음 식재료로 옮겨간다. 특히 씻지 않고 바로 먹는 채소나 과일을 같은 도마에서 손질하면 가열 과정 없이 세균이 입으로 들어올 수 있어 위험도가 높다.
도마를 따로 구비하기 어렵다면 손질하는 순서를 바꾸는 것으로도 어느 정도 오염을 줄일 수 있다. 바로 먹는 즉석식품이나 샐러드용 채소를 먼저 손질하고, 이어서 익혀 먹는 채소, 마지막에 날고기와 가금류 순으로 처리하면 된다. 순서가 바뀔 때마다 도마와 칼은 세제로 씻어 닦는 것이 좋다.
4. 생닭을 물에 씻으면 오히려 주방 전체를 오염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생닭을 요리하기 전에 흐르는 물에 씻는 사람이 많다. 이물질을 제거하거나 위생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행동은 오히려 세균을 주방 곳곳으로 퍼뜨리는 원인이 된다. 생닭에는 캄필로박터균이 있는데, 이 균은 설사를 비롯한 소화기 증상을 유발한다. 물로 닭을 씻으면 물이 튀면서 싱크대, 수도꼭지, 주변 조리도구, 심지어 근처에 있는 다른 식재료까지 세균에 노출될 수 있다.
생닭은 물로 씻지 않고 키친타월이나 종이 타올로 가볍게 표면을 닦아내는 방식이 낫다. 캄필로박터균은 70도 이상에서 없어지기 때문에 내부까지 충분히 익혀 먹는 것이 핵심이다.
5. 반려동물이 조리대에 올라오면 화장실 모래까지 함께 따라온다
고양이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고양이가 조리대나 식탁 위에 올라오는 상황이 자주 생긴다. 하지만 이 행동은 주방 위생에 있어 간과하기 쉬운 오염 경로다. 고양이는 화장실 모래를 사용한 뒤 발바닥에 세균을 묻힌 채 이동하고, 조리대 위로 올라오면서 그 오염이 옮겨질 수 있다.
특히 고양이는 톡소플라즈마균 감염 가능성이 있는 동물로, 이 균은 주로 대변을 통해 사람에게 옮겨진다. 면역 체계가 정상적인 성인은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지만, 임산부나 면역이 약해진 상태에서는 시야 이상이나 호흡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반려동물이 조리대 위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습관을 들이고, 조리 전에는 조리대 표면을 닦아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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