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수준이 높을수록 의료비는 최대 14% 감소하고 연간 약 4조원의 절감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체력이 낮을 경우 만성질환 발생위험은 최대 2배 가까이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10일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스포츠과학원과 함께 ‘국민체력100 데이터 기반 의료비 지출 및 만성질환 발생위험 분석 연구’ 성과 공유회를 열고 체력 관리의 경제적·의료적 효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이에 따라 의료비 지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50조원을 돌파해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의 약 4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질병 치료 중심에서 벗어나 ‘예방 중심 건강관리’로의 전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서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체력 증진 프로그램 ‘국민체력100’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는 체력 인증 등급을 1~3등급으로 구분했지만 3등급 이상 인증 비율이 약 40%에 그치고 상당수 참여자가 등급을 받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지난해부터는 모든 참여자가 자신의 체력 수준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인증 체계를 1~6등급으로 세분화했다.
연구는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축적된 약 223만건의 국민체력100 데이터와 실손의료보험 데이터를 결합해 진행됐다. 성별·연령·체질량지수(BMI) 등을 보정한 다변량 분석을 통해 체력 수준과 의료 이용, 만성질환 발생 간 연관성을 동시에 검증한 대규모 연구다.
연구결과 체력 인증 등급이 높은 집단(1~5등급)은 기준 집단인 6등급 대비 연간 보험금 청구 건수가 약 5~10%(0.25~0.48건), 보험금 지급금액은 약 6~14%(6만1000원~14만3000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2024년 기준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약 4000만명에 단순 적용할 경우 약 4조2268억원 규모의 의료비 절감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만성질환 발생위험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확인됐다. 심폐지구력 위험군은 비위험군 대비 당뇨병 발생위험이 약 1.92배, 허혈성심장질환은 약 1.84배 높았다. 근력 위험군 역시 당뇨병은 약 1.92배, 뇌혈관질환은 약 1.96배 높은 위험을 보였다. 체력저하가 질병 발생과 직결되는 구조가 데이터로 확인된 셈이다.
세부 분석에서도 동일한 경향이 나타났다. 성인 상대악력 기준 건강군과 개선군은 위험군 대비 실손의료보험 청구 건수가 각각 약 10.6%, 8% 감소했고 지급금액은 각각 17.7%, 12.7% 줄었다. 심폐지구력(20m 왕복 오래달리기) 기준에서도 건강군은 청구 건수가 약 6.6% 감소했으며 지급 금액은 건강군과 개선군에서 각각 13.6%, 6.4% 감소했다. 단 개선군의 청구 건수 감소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체력 인증 등급 세분화와 건강체력 평가가 개인의 체력 상태를 정밀하게 진단하고 맞춤형 운동 처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4~5등급 체계는 건강과 직결된 체력 요소의 부족 여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예방 중심 건강관리 도구로 평가된다.
또 공적보험 중심 분석을 넘어 실손의료보험을 포함한 ‘실질 의료비’ 관점에서 체력과 의료비 간 관계를 검증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향후 체육 정책뿐 아니라 민간 보험상품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단 참여 구조의 한계도 드러났다. 현재 국민체력100 사업은 성인과 청소년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고령층과 유소년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낮고 일부 참여자의 반복 참여가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초고령사회 진입 상황을 고려할 때 고령층 참여 확대는 향후 정책적으로 우선 대응이 필요한 과제로 지적된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한국스포츠과학원 박세정 스포츠과학연구실장은 “체력관리는 만성질환 예방과 의료비 부담 완화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체력 데이터 기반 예방 중심 건강관리 정책 설계가 가능함을 보여준 근거”라고 밝혔다.
이어 “근력과 심폐지구력처럼 측정 가능한 체력 요소가 의료 이용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개인별 체력 수준에 기반한 맞춤형 운동 처방이 향후 건강관리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체력 데이터를 활용한 예방 중심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