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뜨거운 현장에서 투쟁의 도구이자 희망의 상징이었던 ‘민중미술’의 발자취를 되짚는 전시가 부산에서 열린다.
부산에 위치한 민주공원은 2026년 민주화운동 주제전시로, 작가 정하수의 독자적인 예술 세계와 한국 민중미술의 흐름을 집중 조명하는 ‘민중미술가 열전: 정하수’를 오는 14일부터 5월 31일까지 민주공원 내 ‘잡은펼쳐보임방’에서 개최한다.
이 전시는 1970년대 이후 한국 미술계의 중대한 전환점을 조명한다. 1979년 ‘현실과 발언’의 결성과 광주자유미술인협회의 활동으로 태동한 민중미술은 1980년대에 들어서며 기존의 화이트 큐브(전시장)를 벗어나 사회적 실천의 현장으로 확장됐다.
정하수는 이러한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1951년 부산에서 태어나 독학으로 미술을 익힌 그는 노동 현장의 경험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특히 대구에 정착한 이후 운영한 ‘투명화실’은 작가와 시민이 함께하는 공동 창작의 거점으로 기능했으며, 그가 제작한 판화와 걸개그림은 민주화운동 현장에서 강력한 비판과 연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로 자리했다.
전시는 정하수의 작업 여정을 세 시기로 나누어 입체적으로 구성했다.
1부 ‘형성의 시기’에서는 독학으로 구축한 초기 작업과 도시 노동 현장에서 길어 올린 생생한 감각을 소개한다. 2부 ‘투쟁의 시기’는 ‘투명화실’ 활동을 중심으로 민주화운동 시기 제작된 판화와 공동 창작물의 역사적 의미를 조명한다. 마지막 3부 ‘확장의 시기’에서는 농촌을 기반으로 이어온 작업과 민족해방운동 관련 작품을 통해 삶과 예술이 긴밀하게 결합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와 함께 마련된 이번 전시는 매년 민주화운동을 주제로 기획을 이어온 민주공원의 방향성과 의지를 담고 있다.
민주공원 관계자는 “예술이 어떻게 현실과 만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 정하수 작가의 삶이 잘 보여준다”며 “이번 전시가 시민들이 민중미술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더욱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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