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도부 공개회의에서 당의 공천 추가공모와 공천 경쟁자를 공개 비난하는 상황이 생중계 되며 갈등이 공개적으로 분출됐다.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선 양향자 최고위원, 경북도지사 후보로 나선 김재원 최고위원은 직을 사퇴하지 않은 채 회의에 참석, 당의 공식 회의석상을 개인 선거운동 무대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김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로서 참석한 회의에서 자신이 후보로 나선 지역의 경쟁 후보를 향해 사법 리스크와 건강 문제를 거론, 사실상 후보직 사퇴를 종용한 것이나 다름없어 국민의힘 최고위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이후 이철우 경북지사도 김 최고위원을 향해 후보를 사퇴하라고 맞받으며 최고위원회의에서의 발언이 서로 간 후보 사퇴 공방으로 치달았다.
두 최고위원들의 날선 발언에 정점식 정책위의장은 당원들께 사과한다며 유감을 표명했고, 장동혁 대표는 '절제와 희생'을 요구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최고위원들의 발언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장면이 고스란히 생중계 되며 국민의힘 당내 갈등이 드러났다.
공천 잡음이 당 최상위 기구인 최고위원회에서까지 터져 나오며 당내 갈등이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지방선거 주요 격전지 중 어느 곳 하나 뚜렷하게 후보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떠나는 미국 출장에 장 대표를 향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책임당원이 100만 명을 돌파한 것을 기념했지만 같은 날 발표된 국민의힘 지지율은 10%대를 맴돌며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돌파구를 찾기도 요원한 상황이다.
양향자, 경기지사 후보 추가공모 두고 "엽기적이고 해괴"
국민의힘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6·3 지방선거를 둘러싼 갈등이 폭발했다.
최고위원회의는 일주일에 두 번 열리며, 당의 의사결정을 하는 최고기구다. 이런 자리에서 지방선거 후보로 출마한 최고위원들이 공개 발언을 통해 상대 후보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거나 공천과 관련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했고, 모든 상황이 생중계 됐다.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신동욱 최고위원, 김민수 최고위원에 이어 다섯 번째로 자신의 발언 차례가 된 양향자 최고위원은 장동혁 대표 등 지도부를 향해 "패배주의·비상식적 공천"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인 양 최고위원은 "제가 이상하냐"며 "경기도 공천 신청 30일 만에 발표한 내용은 '추가 후보 공모 및 경선'이다. 본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경선이라면 수용할 수 있지만 추가 공모를 앞두고 일부 당 지도부와 공관위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엽기적이고, 기이하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명도가 있어야 한다', '기업인을 찾는다', '첨단 산업 전문가가 좋겠다', '반도체 전문가를 찾는다', 'AI 전문가가 좋겠다'고 하는데 30년 글로벌 기업인이자 반도체 엔지니어이고, AI 전략 경영학 박사이며, 당원이 뽑은 선출직 최고위원이자 전 당원이 뽑은 장동혁 대표께서 임명한 반도체 AI 첨단산업 위원장을 두고 이 무슨 해괴한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제가 이상한가. 심지어 삼성 임원 출신 후보를 찾는다고 한다. 양향자는 삼성 임원이 아닌 어디 다른 데 임원이었는가. 누가 이해하겠는가. 언론이 다 이상하다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며 "이게 이기는 공천이고 전략인가. 이런 패배주의와 비상식 때문에 정청래 따위에게 '니들은 아예 후보도 내지 마라' 이런 소리 듣는다. 이기는 싸움, 정상적인 선거를 하자"고 촉구했다.
자신을 두고 경기도지사 후보를 찾는 당을 향한 비판이지만 '엽기', '해괴' 등의 발언과 '패배주의와 비상식', '정청래 따위' 등 다소 과격한 말을 쏟아냈다.
김재원, 경쟁자 이철우 겨냥 "수사 받는 처지 아닌가"
이어 발언 차례가 된 김재원 최고위원은 경북도지사 본경선 상대인 이철우 경북지사를 겨냥해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네거티브 공세를 펼쳤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자시의 경쟁 상대인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둘러싼 옛 안전기획부 간부 시절 인권유린 의혹, 이를 무마하기 위한 인터넷 언론사 특혜성 보조금 지원 의혹, 건강문제 등을 언급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 후보께서는 지금 개인의 인권 유린 관여 의혹을 보도하려는 지방 인터넷언론사를 입막음하기 위해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돼 있다"며 사법 리스크를 언급했다.
이어 "만약 이철우 후보가 우리 당의 후보가 돼 본선에 진출하면 선거 기간 내내 검찰의 기소, 좌파 언론과 민주당의 파상 공세를 받을 것"이라며 예비경선 후보 4명의 명의로 이철우 후보의 건강 문제 검증을 중앙당에 요청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어 "이철우 지사의 불법 보조금 의혹과 건강 문제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이 지사가 승리할 경우 민주당의 파상 공세로 대구에 이어 경북도 안심할 수 없게 된다"며 "공식적인 문제 제기만 하고 인내를 거듭했지만 당의 명운이 걸린 사안이어서 어쩔 수 없이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함을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정책위의장 "당원께 사과"…원내대표는 자리 박차고 나가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두 명의 최고위원의 연이은 공천 비방에 회의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
김재원 최고위원의 경쟁자 저격 발언이 이어질 때 송언석 원내대표와 신동욱 수석최고위원은 자리를 떠났다. 송 원내대표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도 카메라에 포착됐다.
정점식 정책위의장은 굳은 표정으로 이들의 발언을 듣다가 자신의 발언 차례가 되자 "당원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스럽다"고 입을 뗐다.
정 정책위의장은 "최고위 공개발언 석상이 특정 후보가 특정 후보를 비판하는 자리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천을 신청한 즉시 최고위에서 사퇴하도록 규정을 개정하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설마 이런 사태가 발생하겠느냐는 안이한 인식 하에 그런 규정을 두지 못한 점에 대해 당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양향자·김재원 최고위원이 출마 선언과 동시에 최고위에서 사퇴했어야 했다는 의미로, 사실상 두 사람을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낸 셈이다.
장동혁 대표도 추가 발언을 위해 마이크를 잡은 뒤 "정책위의장님도 말씀하셨지만 당은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 여러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다"며 "그런 노력들이 공천이나 경선 과정에서 후보 개개인의 생각과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공천 과정에서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동안 당과 함께, 당을 위해, 함께 길을 걸어온 분들이라면 지방선거 승리와 당을 위해 절제와 희생도 필요하다"고 강조한 뒤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박덕흠 공관위원장 "본인 선거 발언 자제하라" 경고 메시지
박덕흠 공천관리위원장은 본인 선거와 관련된 발언을 자제해 달라며 두 사람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이날 오전 공관위 회의를 마친 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난 박 공관위원장은 "경선 후보자인 최고위원은 불필요한 오해나 공정성 시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당 공식회의 등 공개 석상에서 본인 선거에 대한 발언을 자제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모든 당직자와 후보자는 개인의 이익보다 선당후사 자세로 임해 달라"고 촉구했다.
당원 100만 자축·분위기 전환 시도…최고위 내홍으로 무색
최고위원회의 직후에는 국민의힘이 당비를 납부하는 책임당원수 100만 명 돌파를 축하하기 위한 기념식이 잡혀 있었다.
낮은 지지율과 공천 파동 속에서 분위기 전환을 시도할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였지만 최고위원들의 공개 발언으로 인해 무색해져 버렸다.
국민의힘이 2005년 책임당원 제도가 도입된 후 21년 만에 100만 명을 달성했고, 장동혁 대표 체제 출범 당시 72만 명이던 책임당원이 1년이 채 되지 않은 사이 40%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당 안팎에서 리더시 붕괴 비판을 받는 장 대표 입장에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분위기 전환을 시도할 수 있는 좋은 소재였다.
아스팔트 우파와 극우 세력의 당원 유입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장동혁 체제 출범 이후 돌파하는 점 등을 활용해 당원 결집에 나서기 위한 기념식이었지만 난장판 최고위로 인해 빛이 바랬다.
경북지사 경선, 이철우·김재원 "네가 사퇴하라" 정면충돌
경북지사 공천권을 둘러싼 당내 경선이 이철우 현직 경북지사와 김재원 최고위원 간 '후보 자격 박탈'과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정면충돌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김 최고위원의 최고위 발언 직후 9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 최고위원의 네거티브 공세를 '정치 소설'로 규정하며 중앙당에 강력한 조치를 촉구했다.
그는 "현재 수사는 결정적 증거가 없어 검찰이 보완 수사를 요구한 상황이다. 이를 새로운 혐의인 양 왜곡하는 김 후보의 행태는 구태 정치의 전형"이라며 최고위원직을 유지한 채 후보로 선거 활동을 하는 것을 맹비난했다.
이 지사는 "심판이 선수로 뛰며 반칙을 일삼는 불공정의 극치다. 당 공관위의 네거티브 금지 지침을 정면 위반한 김 후보의 후보 자격 박탈 및 최고위원직을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최고위원도 같은 날 즉각 입장문을 내고 정면 반박했다. 그는 "적반하장이다. 사법 리스크가 있는 이철우가 사퇴해야 한다"며 "당에 타격을 주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10일 오전에도 경북도당 5층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지사의 의혹에 관한 '끝장토론'을 제안하는 동시에 이 지사의 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김 최고위원은 "중앙당과 공관위는 저의 이의신청과 검증 요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지금 시점에서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는 애매한 통보를 했고, 이철우 후보가 당에 사실관계 해명을 못했기 때문에 나온 통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후보는 당의 통보를 받고 경쟁 후보인 저에게 일방적인 사퇴 요구했다. 지금이라도 솔직히 해명하면 된다. 제가 해명의 장을 열어드리겠다. 끝장 토론을 제안한다"며 "그것도 자신이 없다면 스스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장동혁 대표, 공천 내홍 속 방미 "이 시점에 꼭 가야하나"
장 대표는 당 갈등 상황 속에서 미국 '친공화당' 성향의 비영리단체 국제공화연구소(IRI)의 초청을 받아 오는 14일부터 2박 4일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다.
미국 상·하원 의원을 비롯한 공화당 인사들과의 면담과 교민 간담회 일정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내에선 공천 갈등과 지지율 정체가 이어지고 있고, 수도권 등 주요 격전지의 지방선거 후보자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의 출장에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 후보들 사이에서 '빨간 점퍼를 입을 수 없다', '장 대표의 유세를 반기지 않는다' 등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지방선거를 외면한 채 나선 출장에서 방미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정치권 "선거 나선 위원 사퇴가 맞다""상대 비방행위 징계해야"
정치권 안팎에선 지방선거 후보로 나선 최고위원들은 사퇴해 당의 결정 기구 논의에서 빠져야 하며, 상대 후보자의 건강 문제까지 언급하며 비방한 김재원 최고위원을 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정욱 변호사는 10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 대담에서 "후보로 나가는 게 최고위원은 사퇴가 맞다. 심판하고 선수는 구별해야 되지 않나. 김재원, 양향자 아주 부적절하다"며 "자기에 관한 것을 최고위원의 마이크를 빌려서 이야기했다"고 비판했다. 박성태의>
서 변호사는 양향자 최고위원을 향해 "현실적으로 오죽하면 추가 공모를 받겠느냐.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며 "당이 도와주는 게 아니라 본인이 커야한다. 원래부터 지지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다른 건 모르겠지만 양향자 위원이 했던 엽기적이라는 단어는 확실한 것 같다. 공천 과정에서 있었던 서울시장, 충북지사, 부산시장 등 이곳저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이 다 그냥 엽기적이라고 밖에 얘기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번 공천 과정은 두고두고 정치사에서 남을 것"이라며 "이런 공천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 이렇게 엉망진창인 리더십이 도대체 어디 있느냐고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 대표의 미국 방문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쏟아졌다.
서 변호사는 "미국 공화당과 우리는 같은 보수의 가치다. 가서 외교 행보를 하는게 더 선거 운동에 도움이 된다"며 "국내에 있으면 이틀 동안 어디 가서 선거 운동하느냐"라며 국내에서 선거 관련해 갈 데가 없으니 오히려 미국에 가는 게 도움이 된다고 짚었다.
노영희 변호사도 "국내에서 오라고 하는 데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 전 최고위원은 "국내에서 당 지도부가 해야 될 일이 엄청 많은데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 다른 방식의 권위와 힘으로 본인을 증명하려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하헌기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장동혁 대표가 밴스 부통령이 만난다고 해도 어떻게 여당을 이기겠느냐"라며 "당 상황이 안 좋아 2박 3일 쉬러 가나 싶기도 하다. 너무 맥락이 없어서 평론을 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장 대표의 유튜브 채널 개설에 대해서도 하 전 부대변인은 "정치인들이 유튜브를 하기 때문에 그 자체를 비판할 것은 아니지만 우선순위가 있다"며 "장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들이 있는데 유튜브나 만들고 앉아 있으니 지지층이 더 화가 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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