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김호진 국립암센터 교수 “고효능 치료제 ‘그림의 떡’···재발해야 쓰는 신경면역질환”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명의] 김호진 국립암센터 교수 “고효능 치료제 ‘그림의 떡’···재발해야 쓰는 신경면역질환”

여성경제신문 2026-04-10 12:00:00 신고

10일 여성경제신문이 김호진 국립암센터 신경과 교수와 만나 신경면역질환 치료의 현주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정수 기자
10일 여성경제신문이 김호진 국립암센터 신경과 교수와 만나 신경면역질환 치료의 현주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정수 기자

시신경이 손상되면 시력을 잃고 척수가 손상되면 마비로 이어진다. 신경은 한 번 파괴되면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신경면역질환 치료의 원칙은 분명하다. 재발을 막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치료 체계는 이 원칙과 반대로 작동한다. 더 효과적인 치료제가 있어도 바로 쓰지 못한다. 기존 치료를 먼저 하고 실패를 겪은 뒤에야 급여가 적용된다. 환자가 ‘몸으로 악화를 증명해야’ 다음 치료로 넘어갈 수 있는 구조다.

초기부터 치료한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장애 격차는 이미 여러 연구에서 입증됐다. 그럼에도 급여 기준은 여전히 재발 이후에 맞춰져 있다. 한 번의 재발이 실명이나 마비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에서 치료 시점을 늦추는 셈이다.

희귀질환이 여전히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선 비용 중심 판단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환자 수가 적은 희귀질환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급여가 적용돼도 실제 치료를 시작하는 환자는 드문 실정이다.

10일 여성경제신문과 만난 김호진 국립암센터 신경과 교수는 국내 신경면역질환 치료 현실에 대해 “비가역적 손상이 생기기 전에 막는 게 핵심”이라며 “신경은 되돌릴 수 없는데 망가진 뒤에야 치료를 허용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중추 신경계를 전문으로 보고 있다. 신경면역질환은 일반적인 신경질환과 어떻게 다른가.

“신경질환은 신경이 고장 나는 병인데 원인은 다양하다. 혈관 문제면 뇌졸중이고 유전이나 영양 문제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신경면역질환은 면역세포가 자기 신경을 공격하면서 생기는 병이다. 뇌·척수·시신경 같은 중추신경계를 침범하고 위치에 따라 시력 저하나 마비 같은 기능 장애가 나타난다.”

다발성경화증(MS) 이해를 돕기 위한 AI 제작 이미지 /구글 제미나이 생성
다발성경화증(MS) 이해를 돕기 위한 AI 제작 이미지 /구글 제미나이 생성

―다발성경화증(MS)·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NMOSD)·MOG항체연관질환(MOGAD)처럼 이름이 다른 질환들이 대표적으로 언급된다. 환자 입장에서는 비슷한 병처럼 느낄 수 있는데 실제로는 어떻게 다른가.

“같은 증상처럼 보여도 원인 질환에 따라 치료가 완전히 달라진다. 예를 들어 시신경염으로 시력이 떨어지는 결과는 같지만 그 원인이 MS인지 NMOSD인지 MOGAD인지에 따라 치료가 다르다. 과거에는 증상이 비슷해 하나로 묶어 봤지만 임상에서 치료 반응이 전혀 다르다는 게 확인됐다. MS 치료제를 NMOSD 환자에게 쓰면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악화되기도 했다. 이후 특정 항체가 발견되면서 지금은 완전히 다른 질환으로 구분한다. 예컨대 ‘시신경염’이라는 증상 수준이 아니라 그 아래 질환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다발성경화증과 시신경척수염은 증상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가.

“증상 자체는 비슷하다. 둘 다 시력 저하나 팔다리가 마비되는 식으로 나타난다. 차이는 강도와 경과다. 다발성경화증이 비교적 완만하다면 시신경척수염은 초반부터 훨씬 파괴적으로 나타난다. 한 번의 공격으로 실명이나 하반신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증상의 세기만으로 구분할 수는 없다.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척수액 검사 등 여러 지표를 종합해야 한다.”

―초기에는 안과 질환이나 디스크처럼 더 흔한 병으로 오인되기 쉽다고 했다.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와 그 영향은 무엇인가.

“증상이 흔한 질환과 겹친다. 시력 저하는 안과 질환으로 감각 이상은 디스크로 오인되기 쉽다. 희귀질환이다 보니 1차 진료에서 놓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신경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치료가 늦어지면 그 사이에 생긴 손상은 평생 장애로 남는다. 반대로 조기에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하면 장애 없이 조절하면서 살 수 있다. 결국 진단이 예후를 결정한다.”

―주로 어떤 연령대에서 발생하며 이 점이 왜 중요한가.

“30~40대에서 많이 발생한다. 신경질환이 보통 노인에게서 나타나는 것과 다르다. 이 시기는 사회적으로 가장 활동이 많은 시기다. 이때 장애가 생기면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 손실도 크다.”

―이 질환은 재발이 반복되면서 장애가 축적된다고 했다. 치료에서 재발 관리가 핵심인 이유는 무엇인가.

“재발할 때마다 기능을 잃는다. 한 번 잃은 기능은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치료의 핵심은 재발 자체를 막는 것이다. 면역세포가 공격하는 표적을 억제해서 재발을 예방하고 부작용을 관리하면서 장기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NMOSD) 이해를 돕기 위한 AI 제작 이미지 /챗GPT 생성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NMOSD) 이해를 돕기 위한 AI 제작 이미지 /챗GPT 생성

―최근에는 고효능 치료제를 초기부터 쓰는 전략이 강조된다. 그런데 실제 급여 기준은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나.

“현실은 정반대다. 조기 치료가 정답이라는 근거는 충분한데 급여 기준은 실패를 먼저 요구한다. 진단이 늦어서 치료가 늦어지는 건 받아들일 수 있지만 좋은 치료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보험이 안 돼서 못 쓰는 상황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환자가 악화되는 과정을 그대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게 가장 힘들다.”

―대표적으로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오크레부스(고효능 면역치료제)는 급여가 적용돼 있지만 1차 치료 이후에 사용되고 시신경척수염도 재발 이후에야 치료가 가능하다. 이런 급여 구조가 환자 치료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핵심은 재발을 겪어야 치료를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신경면역질환은 재발 한 번이 실명이나 마비로 이어질 수 있는데 환자가 자기 몸으로 실패를 증명해야 보험이 된다. 특히 시신경척수염은 더 심각하다. 예방 효과가 80~90% 되는 치료제가 있어도 먼저 효과가 떨어지는 치료를 쓰고 실패해야 한다. 기존 비승인 저가 약은 급여가 되고 승인된 고효능 치료제는 1차에서 못 쓰는 구조다. 결국 더 좋은 치료제가 있어도 실제로는 쓰기 어려운 그림의 떡이 된다.”

―이러한 급여 구조는 해외와도 차이가 있나.

“국내는 특히 급여 기준이 엄격하게 묶여 있다. 전 세계 가이드라인은 처음부터 효과 좋은 치료를 권고한다. 일본은 대부분 초기 치료가 가능하고 독일 등도 제한은 있지만 접근 자체는 가능하다. 주요국과 비교하면 한국만 일정 횟수 재발을 겪어야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다발성경화증은 재발형·1차 진행형·2차 진행형으로 나뉘어 설명돼 왔다. 그런데 현재 의학적 이해와 급여 기준은 서로 엇갈리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예전에는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하는 재발형과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진행형을 나눴다. 그런데 지금은 하나의 질환 스펙트럼으로 본다. 겉으로는 재발형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처음부터 진행 기전이 함께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분류는 경과를 설명하는 개념이지 치료를 나누는 기준은 아니다. 그런데 급여 기준은 이 구분을 그대로 적용한다. 예를 들어 오크레부스는 재발형에는 급여가 되지만 1차 진행형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치료 효과와 무관하게 행정 기준으로 치료가 제한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러한 급여 기준은 실제 진료 현장에도 영향을 미치나.

“영향이 매우 크다. 의사는 삭감 부담 때문에 필요한 환자에게도 처방을 망설이게 된다. 특히 고가 치료제는 한 번 삭감되면 개인과 병원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또 몇 줄로 만든 급여 기준이 실제 임상을 반영하지 못한다.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데 기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삭감이 된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의학적 판단이 아니라 행정 기준에 맞춰 진료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왼쪽부터 김호진 국립암센터 신경과 교수,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마이클 리비(Michael Levy) 교수, 하버드대 브리검여성병원 프란시스코 퀸타나(Francisco J. Quintana) 교수 /국립암센터
왼쪽부터 김호진 국립암센터 신경과 교수,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마이클 리비(Michael Levy) 교수, 하버드대 브리검여성병원 프란시스코 퀸타나(Francisco J. Quintana) 교수 /국립암센터

―하버드 의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브리검여성병원과 함께 별아교세포를 중심으로 면역세포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접근은 기존 면역억제 치료와 어떤 차이가 있나.

“기존 치료는 말초 면역세포를 억제하는 방식이다. 밖에서 활성화된 면역세포가 중추신경계로 들어와 공격하는 걸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이걸로는 재발은 줄여도 병이 완전히 멈추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중추신경계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자는 접근이다. 별아교세포는 그동안 신경세포를 보조하는 지지 세포로 여겨졌는데 실제로는 면역세포와 상호작용하면서 염증 반응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상호작용까지 조절해야 질환을 근본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향후 치료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나.

“면역 억제 치료만으로도 이미 큰 발전이 있었다. 이제는 재발과 진행을 완전히 막는 단계로 가야 한다. 중추신경계 내부 반응까지 조절하는 치료로 확장해 결국 이 질환으로 장애가 생기지 않게 만드는 것이 방향이자 목표다.”

☞다발성경화증= 중추신경계의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수초가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손상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뇌와 척수 곳곳에 다발성으로 염증이 발생하며 시력 저하, 마비, 감각 이상 등을 유발한다.

☞시신경척수염= 주로 시신경과 척수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중추신경계 자가면역질환이다. 다발성경화증과 비슷하지만 발병 초기부터 실명이나 하반신 마비 등 손상 정도가 훨씬 치명적인 것이 특징이다.

☞별아교세포= 뇌와 척수 등 중추신경계에 존재하는 신경교세포의 하나로 별 모양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신경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등 보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연구에서는 면역세포와 상호작용하며 염증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Copyright ⓒ 여성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