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호의 예술의 구석] 유명하지 않아도 똥 싸면 박수 쳐 줄 때가 있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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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호의 예술의 구석] 유명하지 않아도 똥 싸면 박수 쳐 줄 때가 있다①

문화매거진 2026-04-10 10:11:30 신고

▲ 유명하지 않아도 똥 싸면 박수 쳐 줄 때가 있다 / 그림: 윤건호
▲ 유명하지 않아도 똥 싸면 박수 쳐 줄 때가 있다 / 그림: 윤건호


[문화매거진=윤건호 작가]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당신이 똥을 싸도 사람들은 박수를 칠 것이다.”

앤디 워홀의 발언으로 와전된 이 문장은 달콤한 독약이 되기도 한다. 전위적이고 거친 예술의 장면들을 “똥”으로 치부하는 이들이 냉소적인 관념을 휘두르는 무기이자, ‘화제성을 얻기만 하면 유명해진다’, ‘실력보단 유명하니까 성공한 거야’ 같은 패배주의를 다독이는 뒤틀린 위로이기도 하다.

이는 특히 데미안 허스트와 YBA(Young British Artists)의 성공 신화를 목격한 이들에게 강하게 투여되었다. 일종의 지침서가 된 듯이. 비윤리적이고, 비탐구적이고, 비상식적이어도 “자극”을 주면 유명해지고 성공할 것이라는 “성공 공식”을 만들어 내었다. 

찰스 사치(광고 재벌이자 미술관 사치갤러리 소유자. 사치갤러리는 파격적인 작품을 전시하기로 유명하다)와 대중들은 YBA의 ‘똥’에 박수를 친 것이었을까?

자극의 인플레이션: ‘주(Zoo) 아트페어’
1990년대 런던, 허스트가 상어를 포르말린에 넣고 마크 퀸이 자신의 피를 뽑아 두상을 만드는 등 YBA를 필두로 한 런던 현대미술의 문법은 한마디로 정의하면 ‘가관’이었다. ‘심하다’라는 생각이 자동으로 드는 그들의 표현방식은 예술의 ‘분출’보다도 ‘배설’에 가까워 보였다. 그렇지만 ‘Why’는 아주 명확했다.

데미안 허스트는 실존하는 죽음과 공포를 전시했다. 압도적인 죽음에 대한 감각과 실제적인 공포를 선사했다. 그는 “죽음은 전구의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가 바라보는 죽음이란 언제나 일어날 수 잇는 것이고 또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여기 있다가, 다음 순간에는 없는 것이다. 삶과 죽음 사이엔 아무것도 없다.”

그가 말하는 실존하는 죽음에는 서사와 낭만의 이별이란 없다. 생명의 엔진이 멈추는 순간. 냉혹한 단절일 뿐이었다. 상어와 소머리는 마치 스위치가 꺼지는 순간 같은 충격을 주며 삶을 역설했다. 

그야말로 천재에 가까운 효과적인 표현이었다. 

안타깝게도 ‘허스트키즈’들은 ‘충격’만을 가슴에 새겼다. 더 센 소재, 더 불쾌한 연출에만 매몰되기 시작했다. 런던의 창고 전시가 가졌던 날것의 문법에서 ‘날것’에만 몰두하며 스위치를 딸깍거렸다. 카타르시스 대신 피로감을 안기는, ‘엔진’ 없는 ‘차체’만을 전시하는 자극의 인플레이션이 시작된 것이다.

그 풍경은 2004년 탄생한 ‘주 아트페어(Zoo Art Fair)’에서 정점으로 치닫는다. 프리즈(Frieze)의 거대 자본과 세련미에 대항해 런던 동물원(London Zoo) 한복판에서 열린 이 위성 페어는 초기엔 신진작가들의 자생적 플랫폼으로 찬사받았다. 거칠고 야성적인 신진작가들의 예술은 YBA가 그랬던 것처럼 배설하듯 원초적이었다. 압도적인 본능과 감각을 선보이는 작업들에 컬렉터와 대중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현장은 갈수록 일명 ‘혼돈의 카오스’가 되어갔다. 관람객들은 예술적 담론에 앞서 코를 찌르는 동물 배설물 냄새와 울음소리가 뒤섞인 혼란 속에서 작품을 마주해야 했고 제대로 된 조명조차 없는 임시 천막 아래, 물감을 뒤집어쓰거나 던지는 등 감상보단 감당하기 급급한 작업들이 즐비했다. 작가들은 ‘제2의 허스트’가 되기 위해 더 기괴한 오브제를 쏟아냈고, 찰스 사치 같은 거물 컬렉터들은 이 열악한 ‘우리’ 안을 돌며 유망주를 헐값에 낚아채는 쇼핑을 즐겼다. 신진작가들의 순수한 야생성은 어느덧 관객의 시선을 끌기 위해 비명을 지르는 ‘동물원의 볼거리’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순수한 야생성을 잃고 점점 기득권들의 손에 의해 기성화 되어가는 프리즈를 겨냥했던 주 아트페어는 원초적인 야생성을 빙자한 자극에 잠식되어 가면서 프리즈의 대안이 되지 못한 채 “프리즈에 입성하지 못한 자들의 패자부활전”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6년 만에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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