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MDO) 등 수출 중심의 제약·바이오 기업은 고환율 추세에 따라 이전보다 더 높은 수익을 챙길 것으로 기대되며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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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의약품업체, 고환율에 원유공급 중단으로 이중고
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원료의약품(API)을 개발·합성생산하는 업체들의 경우 고환율에 원유 공급 중단에 따른 생산 차질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화학 합성 의약품은 핵심화학물질(KSM)로부터 시작되며 중간체(DI)와 원료의약품(API)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완제의약품(FDF)이 된다. 국내 원료의약품 업체들은 원료의약품 생산을 위해 핵심화학물질 또는 중간체를 수입한 뒤 국내 공장에서 최종 화학 반응과 정제 과정을 거쳐 고순도의 원료의약품을 합성해 제약사(완제의약품 제조사)에 납품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국내 원료의약품 업체들은 핵심화학물질과 중간체를 주로 중국과 인도에서 수입해 오는데 대부분 달러를 통해 결제가 이뤄지는 만큼 고환율로 인한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다.
이들은 원유 공급 중단에 따라 생산에 차질이 생길 위기에 놓였다. 화학 합성 의약품을 만들 때 원료들을 녹이고 화학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유기 용매가 사용되는데 이 용매의 99%는 원유를 정제해 얻은 나프타(Naphtha) 등의 부산물을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원유 공급이 제한되면서 용매를 지속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 생산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원료의약품업체 관계자는 “중동 전쟁 초기에 미리 용매 등 탱크를 최대로 채워 그나마 피해를 줄였다"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약품 포장·패키징 업체와 수액생산 업체 역시 중동 정세 불안으로 원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일례로 한미약품(128940)그룹의 계열사 온라인팜은 최근 원자재 수급 부족 문제로 또 다른 한미그룹 계열사 제이브이엠(JVM)의 자동조제기 전용 포장지 주문 제한 조치를 시행한다고 안내했다.
이는 자동조제기 포장지 주원료인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수급이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또 의약품 통의 주원료인 폴리에틸렌(PE) 수급 불확실성도 커진만큼 타격이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제이브이엠은 장비 판매 후 포장지와 약통 등 소모품을 통해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었던 만큼 직접적 피해가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 대비 소모품 매출의 비중은 42% 가량으로 파악된다.
제이브이엠 관계자는 “아직까지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자동조제기 전용 포장지 주문 제한 조치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프타를 원료로 만드는 합성수지 공급 제한에 따라 바이오의약품 배양액·정제액·충전액 등을 담는 등 생물의약품 생산에 널리 쓰이는 일회용 백 ‘싱글유즈백’ 생산 차질도 예상된다. 국내 바이오 소부장 기업 마이크로디지탈의 경우 아직까지는 중동 전쟁에 대한 여파가 없지만 향후 어느정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병원 필수품인 수액 생산까지 여파가 이어진다면 의료 현장에서 혼란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마이크로디지탈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전쟁 전 확보한 원자재를 사용하고 있으며 현재도 원자재 공급 자체가 어려운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추가적으로 원자재를 들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동에 진출해 있던 국내 톡신·필러 등 미용 의료기기 업체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휴젤, 메디톡스, 대웅제약 등은 미용 의료기기 글로벌 진출 전략으로 중동을 핵심 신흥 시장(파머징 마켓)으로 삼고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중동 전쟁으로 중동 시장 진출과 매출 상승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수출 비중 큰 삼성바이오·셀트리온·SK바이오팜 등 긍정적
반면 수출 중심의 사업을 이어가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경우 고환율에 따라 수익 증대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97%에 달한다. 셀트리온(068270)도 90% 이상, SK바이오팜(326030)은 매출 전부를 수출에서 확보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기준 매출 4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바이오업계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 체결 시 대부분 달러로 결제하는 만큼 올해도 고환율에 따른 실적 상승이 기대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해 매출 5조3700억원, 영업이익 2조4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중동 전쟁과 이에 따른 고환율 영향으로 인해 수익이 증대되는 곳은 일부"라며 "국내 제약·바이오 대부분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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