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건성 황반변성 등 아직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퇴행성 망막 질환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되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건국대병원 안과 정혜원 교수(채재병 박사, 제1저자), 울산과학기술원(UNIST) 유자형 교수연구팀은 노화된 망막색소상피(RPE) 세포의 표면에서 특이적으로 증가하는 단백질 'Bst2(Bone Marrow Stromal Cell Antigen 2, CD317)'를 새로운 노화 표지자로 규명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표적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사진 : 건국대병원 정혜원 교수, 건국대학교 채재병 박사)
연구팀은 자연 노화 및 노화 유도 모델을 활용한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을 통해 Bst2가 노화된 망막색소상피 세포 표면에서 선택적으로 늘어나는 단백질임을 확인했다.
이를 표적으로 활용해 공동연구팀은 Bst2를 인식하는 항체가 결합된 다공성 실리카 기반 나노입자 플랫폼(B-Z-PON)을 개발하고, 세놀리틱 약물 ABT-263을 탑재했다.
이 플랫폼은 노화세포 표면의 Bst2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한 뒤, 세포 내부의 환원 물질 농도에 반응해 분해되면서 약물을 방출하도록 설계됐다. 정상 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노화세포만 골라 제거하는 방식이다.
또한 전신 투여가 아닌 안구 내 국소 전달 방식을 적용해 전신 독성을 최소화한 것도 특징이다.
자연 노화 및 망막 변성 마우스 모델에 이 플랫폼을 적용한 결과, 노화된 RPE 세포가 선택적으로 제거되고 망막 구조와 기능이 유의미하게 회복됐다.
특히 망막전위도(ERG) 검사에서 시각 기능 개선이 확인됐으며, 정상 세포에 대한 독성은 관찰되지 않았다.
정혜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노화된 망막세포를 분자 수준에서 식별할 수 있는 새로운 표지자인 Bst2를 규명하고, 이를 기반으로 선택적 제거가 가능한 정밀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향후 건성 황반변성을 포함한 다양한 퇴행성 망막 질환 치료에 새로운 접근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나노입자 플랫폼이 항체만 교체하면 다른 노화 마커에도 적용할 수 있어, 향후 신경계·심혈관계 등 다양한 노화 관련 질환으로 확장 가능한 범용 플랫폼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 지원의 한국연구재단(NRF) 및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의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3월 18일 게재됐다.
한편 망막색소상피 세포는 시세포의 생존과 기능을 직접 지지하는 핵심 세포다.
나이가 들면 이 세포에서 노화 관련 변화가 축적되며, 이는 노인성 황반변성을 비롯한 퇴행성 망막 질환의 중요한 병태 기전으로 여겨진다.
노화세포를 제거하는 ‘세놀리틱(Senolytics)’ 치료법이 주목받아 왔지만, 정상 세포와 노화 세포를 충분히 구별하지 못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임상 적용에는 한계가 있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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