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국내 심근병증 환자 245명의 유전체와 세포 데이터를 통합 분석한 다중오믹스 연구를 통해 질환과 관련된 핵심 유전자 144개를 발굴하고, 심장 조직 내 세포 간 상호작용이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기존 한계 넘어선 ‘부담 분석’ 기법…유전자 144개 발굴
심근병증은 심장 근육에 구조적·기능적 이상이 생기는 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심부전과 부정맥, 돌연사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전장유전체 해독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유전적 변이가 확인되고 있지만, 상당수는 기능적 의미가 불분명한 '임상적 의미 불명 변이(VUS)'로 남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에 한계가 있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국가바이오빅데이터 시범사업을 통해 모집된 심근병증 환자 245명의 전장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했다.
대상 환자는 확장성 심근병증 48.2%, 비대성 심근병증 47.8% 등으로 구성됐다.
분석 결과 총 3,584개의 희귀변이가 도출됐으며, 이 중 98.6%인 3,534개가 VUS로 분류됐다. 병원성 또는 병원성 가능성이 있는 변이는 50건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기존 방법으로는 해석이 어려웠던 VUS 희귀변이를 '부담 분석(Burden testing)' 기법으로 재평가했다.
부담 분석은 특정 유전자에 나타나는 여러 희귀 변이를 하나의 단위로 통합해 질병과의 연관성을 통계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심장 발달과 형태 형성 등 심장질환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144개의 유의미한 유전자를 확인했다. 특히 DLC1 유전자는 연령에 관계없이 환자군 전반에 고르게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근세포·내피세포 간 상호작용 이상 확인
연구진은 공개된 단일세포 전사체 데이터를 활용해 총 1만1,664개의 심장세포도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심근세포, 내피세포, 섬유아세포 등 5개 주요 세포군이 식별됐다.
주목할 점은 기존에 심근병증의 주요 원인 세포로 알려진 심근세포뿐 아니라 심장내피세포에서도 관련 유전자 발현이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정상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환자군에서는 심근세포의 유전자 발현이 감소한 반면, 내피세포에서는 오히려 발현이 증가하는 양상이 확인됐다.
두 세포 유형 간 유의한 상호작용도 존재했다. 이는 심근병증이 특정 세포 하나의 결함이 아니라 여러 세포 간 상호작용 이상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맞춤형 치료제 개발의 과학적 기초 마련
이번 연구는 기존에 버려질 수 있었던 의미 불명 유전자 변이의 잠재적 가치를 다중오믹스 융합 기법으로 새롭게 발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심근병증 발생 원인을 세포 간 상호작용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도 제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Scientific Reports’(2026년, 제16권 3854)에 게재됐다.
전재필 미래의료연구부장은 “희귀변이를 포함한 유전적 요인이 심장 조직 내 다양한 세포 유형의 상호작용을 통해 질병 발현에 기여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며 “유전체 데이터와 단일세포 전사체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기존에 기능이 불명확했던 유전변이의 생물학적 기전을 세포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연구 결과가 원인을 알 수 없어 고통받는 심근병증 환자들에게 새로운 표적 치료의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메디컬월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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