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산업이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넥슨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도 성장 목표를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짜기 시작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최대주주가 바뀌는 격변 속에서도 하반기 대형 신작을 줄줄이 예고했다. 엔씨소프트는 오랜 침묵을 깨고 새 판을 준비 중이고, 크래프톤과 펄어비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조용히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수치만 보면 우울하다. 주가는 내려앉고, 구조조정 소식은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위기를 직시하는 기업만이 다음 기회를 잡는다. 지금 한국 게임사들이 하는 일은 후퇴가 아니라 반격의 준비다.
게임와이는 주요 게임사들의 현재를 짚고, 반격의 조건이 갖춰지고 있는지 살펴본다.
위메이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장르를 바꾸고, 조직을 뜯어고치고, 글로벌 라인업을 줄줄이 꺼내 들었다. 박관호 위메이드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2026년은 반등을 준비하는 해가 아니라, 창업 이래 가장 냉혹한 생존 분기점"이라며 "과거의 성공 공식과 익숙한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위기를 직시한 회사만이 다음을 준비할 수 있다. 위메이드의 반격은 그 선언에서 출발한다.
2년 연속 흑자, 그러나 숫자 뒤의 과제
2025년 연간 매출은 약 6,140억원, 영업이익은 약 107억원으로 2년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표면상 수치는 전년 대비 줄었지만 내용은 다르다. 전사적인 비용 효율화와 선택과 집중 전략이 빛을 발하면서 영업이익은 오히려 51% 이상 증가했다. 해외 매출 비중은 약 78%로 3분기 연속 확대됐다. 버티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글로벌 체질로 몸을 바꾸는 과정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격의 탄약은 이미 장전 중이었다.
MMORPG 벗어나 FPS로, 선봉의 성적표
위메이드가 내세운 반격의 선봉은 뜻밖의 장르다. 자회사 원웨이티켓스튜디오가 개발한 PvPvE(플레이어 대 플레이어 대 환경) 익스트랙션 슈팅 게임 '미드나잇 워커스'가 1월 29일 스팀 얼리 액세스에 돌입했다. 무협 MMORPG 일변도였던 위메이드가 서구권 취향의 장르로 처음 발을 내디딘 시도다. 초기 스팀 평가는 부진하지만, 얼리 액세스 특성상 이용자 피드백을 쌓아가는 과정이다. 본격적인 반격은 하반기에 집중돼 있다.
하반기가 진짜 승부처
미드나잇 워커스가 첫 단추라면, 본격적인 반격은 하반기에 집중돼 있다. 2026년에는 '레전드 오브 이미르'를 스팀으로 확장하고, '나이트 크로우2'와 '미르5'를 순차 출시해 해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 세 타이틀 모두 글로벌 원빌드를 겨냥한 작품이다. 2027년에는 트리플A급 신작 '프로젝트 탈' 출시도 예고했다. 단기 한 방이 아니라 2년에 걸친 파이프라인을 깔아두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AI와 조직, 안에서도 바꾼다
게임 라인업만 바뀌는 게 아니다. 박 대표는 "AI를 중심으로 한 일하는 방식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라며 성과로 연결하는 역량을 각 조직이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가 체계도 역할 수행 여부가 아닌 실제 사업 성공 기여도 중심으로 전면 개편한다. 블록체인 사업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반 메인넷 '스테이블 원'을 2026년 1분기 중 정식 런칭한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장르를 바꾸고, 조직을 뜯어고치고, AI와 블록체인까지 동시에 밀어붙이는 위메이드. 1년 뒤 이 회사는 어떤 모습이 돼 있을까. 미드나잇 워커스의 초반 흔들림을 딛고 하반기 라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한다면, 지금의 위메이드는 MMORPG 명가가 아닌 글로벌 멀티장르 게임사로 다시 쓰일 수 있다. 그 가능성을 2026년이 검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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