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공정거래위원회가 세방그룹의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현장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룹 계열사들이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IT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며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세방 사무소 등에 조사관을 보내 세방과 계열사인 이앤에스글로벌(E&S글로벌) 간 거래 자료를 확보했다. 공정위는 세방 및 계열사들이 E&S글로벌에 업무를 발주하는 과정에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 위반 소지가 있는지 집중 점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S글로벌은 정보기술(IT) 시스템 개발·유지보수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로, 이상웅(68) 세방그룹 회장이 지분 80%를 보유한 사실상 개인 지배 회사다. 세방그룹 내부 IT 수요를 상당 부분 담당해온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실제 재무제표에서도 내부거래 비중이 두드러진다.
E&S글로벌의 연결재무제표에 따르면 2024년 매출액은 약 137억7천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약 132억원(총액 기준 약 137억원)이 세방, 세방전지, 세방리튬배터리 등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매출 대부분이 그룹 내부에서 나온 셈으로, 공정위가 ‘총수 일가 사익편취’ 의심 사례로 주목할 만한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방그룹의 지배구조 역시 공정위 조사에서 함께 들여다볼 대목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세방 지분 18.17%를 보유하고 있으며, 여동생 이상희(55) 씨와 아들 이원섭(35) 전무 등 친족 및 특수관계자의 지분을 합치면 45.14%(보통주 기준)에 이른다. 공정위는 통상 총수 일가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계열사 일감을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이 이뤄졌는지 여부를 따져 왔다.
세방의 주요 계열사인 세방전지는 ‘로케트 배터리’ 브랜드로 잘 알려진 차량용 납축전지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세방전지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2조1천421억원 수준으로, 그룹 내 핵심 수익원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주력 계열사와 E&S글로벌 간 IT 시스템 구축·운영 계약 등이 어떤 절차와 조건으로 이뤄졌는지, 경쟁 입찰이나 외부 업체 비교 검토 없이 내부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것은 아닌지 등을 면밀히 살펴볼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공정위는 구체적인 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별 사안에 관해 언급할 수 없다”고만 밝혔다. 공정위는 통상 현장 조사 이후 확보한 자료 분석과 기업 소명 절차를 거쳐 위법 여부를 판단하며, 위법이 확인될 경우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 등의 제재를 내릴 수 있다.
세방그룹과 E&S글로벌 측 입장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최근 대기업집단 내부거래에 대한 감시 강도를 높이고 있는 만큼, 세방 사례가 향후 중견·중소 그룹까지 포함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또 다른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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