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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민주 기자] 최근 5년간 5대 은행의 여성 사내이사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여성친화적’인 조직문화를 앞세우고 있지만 유리천장은 여전하다는 비판이다. 여성 사외이사는 증가하는 추세에 반해 경영상 주요 결정을 내리는 사내이사 자리는 남성이 포진하면서 절반의 개선에 그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사내이사는 총 11명으로 이 중 남성이 11명, 여성은 0명으로 집계됐다. 사내이사는 은행장과 상임감사위원, 일부 은행만 이사부행장을 포함한다. 은행장과 더불어 내부통제를 책임지는 상임감사위원은 모두 은행 경영에 직접 관여하는 최고위직이다. 현재 여성 은행장은 유명순 씨티은행장과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이사 등 2명이며 모두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최초 여성 은행장이었던 권선주 전 IBK기업은행장은 현재 토스뱅크 사외이사를 역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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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여성 사내이사는 최근 5년으로 범위를 넓혀도 전무하다. 특히 지난 2022년 8월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구성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로 시중은행에서도 사상 첫 여성 사내이사가 나올 가능성이 생겼음에도 남성 중심의 인사는 공고했다. 국내 매출상위 500개 기업의 경우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 후 여성 사내이사 비율을 12%에서 15%로 3%포인트 늘렸다.
5대 은행에서는 여성 사내이사 대신 사외이사가 5년간 2명에서 9명으로 4배 이상 증가했지만, 양적 성장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직접 사업을 하는 위치는 아니기 때문에 이사회 여성 입지가 질적 성장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외부에서 여성 전문직을 데려와 여성 비율을 높였다고 하는 건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면서 “유리천장이 깨졌다는 의미가 통하려면 내부 여성 임원이 승진해 사내이사가 되는 형태여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여성 사외이사는 우리은행이 3명,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각 2명,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이 각 1명씩이다.
시중은행 이사회 규정을 보면 사내이사 조건은 사외이사만큼 까다롭지 않다. 법적 문제가 없고 물의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고도의 실무 경험과 높은 식견을 최우선으로 보는 정도다. 향후 사내이사가 될 가능성이 큰 부행장급 인사는 5대 은행 합산 총 82명이지만 여성은 8명에 그친다. 단순 확률상 여성 부행장이 은행장으로 승진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릴 확률은 9.7%에 그친다.
해외 은행은 사내이사가 될 수 있는 C레벨급 여성 고위직을 적극 양성 중이다. 유럽 주요은행들 C레벨 중 여성 비중은 평균 25~30%, 미국 주요은행은 20% 안팎으로 알려졌다. 유럽은 여성이사 할당제를 법으로 강제해 올해까지 이사회 내 여성 비중을 33%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중이다.
국내에서도 은행권 고위직 성별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 성평등가족부는 금융 분야 여성 임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유리천장을 완화하기 위한 의견을 취합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3년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하고 이사회 내 여성 비중 확대를 독려했다.
은행권은 이에 맞춰 여성인재 육성을 주요 과제로 선정했다. 금융지주 차원에서 여성 리더육성을 위한 프로그램도 가동 중이다. 5대 은행 신규채용 중 여성 비중은 2024년 49.9%에서 2025년 52.5%로 증가했다. 총 채용인원은 2422명에서 1803명으로, 이 중 여성은 1210명에서 947명으로 감소했지만 비중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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