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켈레 치안 강화로 압도적 지지율, 인권 유린 비판엔 "수용자 다 데려가라"
우파 지도자들에 영감…좌파 측은 '인권없는 안전은 허상' 비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과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교도소 문제'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좌파 게릴라 출신 페트로 대통령이 엘살바도르 교도소에서 자행되는 인권유린을 정조준하자, 이른바 '범죄와의 전쟁'을 주도하는 우파 부켈레 대통령이 이에 강하게 반박하며 양국 간 긴장감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8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일간 엘티엠포와 멕시코 엘우니베르살 등에 따르면 페트로 대통령은 지난 6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엘살바도르의 대규모 구금 시설을 "민간인을 위한 집단 수용소"라고 비판했다.
그는 부켈레 정부가 국가 비상사태를 악용해 카르텔과 무관한 청년들을 단지 '문신이 있거나 젊다'는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검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고한 이들을 투옥하는 것은 반인도적 범죄이며, 수천 명의 청년과 그 가족의 삶을 산 채로 죽이는 행위"라며 이 같은 무차별적 검거는 "살인율을 줄이는 방법이 아니라 인기를 노린 정책이자 테러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도 이튿날 페트로 대통령의 글에 정면 반박하며 날을 세웠다.
부켈레 대통령은 엑스를 통해 "우리나라에 '수용소'가 존재한다면 이는 어설픈 절충안이 아닌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단호한 결정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엘살바도르는 현재 수감 중인 인원 100%를 콜롬비아로 보내 줄 용의가 있다"며 다만 "단 한 명의 잔류도 허용하지 않는 '전원 이송'이 조건"이라고 못 박았다.
엘살바도르는 2019년 부켈레 대통령 취임 후 살인사건 건수가 크게 하락했지만, 인권 유린 논란도 불거진 상태다.
2015년 6천656건에 달하며 세계 최악의 인구대비 살인사건 수를 기록했던 엘살바도르는 부켈레 취임 후 상황이 나아지기 시작해 2023년 154건, 2024년 114건에 이어 2025년에는 역대 최저치인 82건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성과는 부켈레 대통령이 90%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지지율을 유지하는 핵심 동력이다.
이런 경이적인 성과에 중남미 우파 지도자들은 부켈레의 정책에 환호하는 반면, 페트로 대통령을 비롯한 좌파 지도자들은 인권과 민주주의 없는 안전은 허상이라며 비판하는 분위기다.
실제 치안 개선의 이면에는 인권 탄압이 동전의 양면처럼 상존한다. 2022년 3월 선포된 국가 비상사태 이후 9만 1천명 이상이 체포됐으며 부켈레 대통령도 이 중 8천명은 무고한 시민으로 판단해 석방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권 단체들은 비상사태하에서 영장 없는 감청과 변호인 조력권 제한 등 헌법적 권리가 침해되고 있으며, 구금 중 사망자도 최소 512명에 달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국제 변호사 단체들도 엘살바도르 내 인권 유린이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유엔에 보고하는 등 국제사회의 감시도 강화되는 추세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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