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에서 먼저 두 경기를 내주고도 끝내 승부의 균형을 맞춘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은 경기 뒤에도 냉철함을 유지했다.
현대캐피탈은 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4차전 홈 경기에서 대한항공을 세트 스코어 3-0(25-23 25-23 31-29)으로 꺾었다. 이로써 현대캐피탈은 인천 원정에서 1~2차전을 내준 뒤 3~4차전을 내리 잡으며 시리즈 전적 2승 2패를 만들었다.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1~2차전을 먼저 내준 팀이 역전 우승한 사례는 아직 없다. 현대캐피탈은 3~5차전을 모두 이겨야 완성되는 리버스 스윕에 도전하게 됐다.
현대캐피탈은 허수봉이 20점, 레오가 17점을 올리며 공격을 이끌었다. 신호진도 7점을 보탰다. 블로킹에서도 12개를 잡아내며 대한항공의 공격 흐름을 효과적으로 끊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블랑 감독은 “오늘은 선수들이 분노뿐 아니라 우승 의지를 더 보여준 경기였다”며 “선수들이 경기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몰입했고, 각자의 역할을 잘해줬다”고 말했다.
블랑 감독이 거듭 ‘분노’를 언급한 배경은 분명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4일 인천에서 열린 2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2-3으로 패했다. 논란은 5세트 승부처에서 불거졌다. 현대캐피탈이 14-13으로 앞선 상황에서 레오의 강서브가 사이드라인에 걸친 듯했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아웃으로 선언됐다. 반면 직전 13-12 상황에서는 대한항공 마쏘의 블로킹 볼이 비슷한 지점에 떨어졌고, 당시에는 인으로 판정돼 대한항공 득점이 인정됐다.
레오의 서브가 득점으로 인정됐다면 현대캐피탈이 그대로 경기를 끝낼 수도 있었던 만큼 파장은 컸다. 결국 현대캐피탈은 듀스 접전 끝에 5세트를 16-18로 내주며 2차전 패배를 떠안았다. 경기 뒤 현대캐피탈은 한국배구연맹(KOVO)에 재심을 요청했지만, 연맹은 3차전을 앞두고 해당 장면을 정독으로 확인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블랑 감독은 당시 “승리를 강탈당했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블랑 감독은 이날도 작심한 듯 말을 이었다. 그는 “취재진에게 꼭 말하고 싶다”며 “비공식적으로는 우리가 3승 1패로 이미 우승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이어 “인천에서 우승 타이틀을 가져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블랑 감독은 승리의 배경으로 조직력을 짚었다. 그는 “허수봉과 레오의 득점도 좋았지만, 결국 배구는 공이 코트에 떨어지지 않아야 기회가 온다”며 “블로킹과 수비 조직력, 전체적인 짜임새가 좋았다. 공을 살리기 위해 모두가 함께 플레이한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정지석이 19점으로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했고, 임동혁이 11점, 마쏘가 10점을 보탰지만 한 세트도 가져오지 못했다.
경기 후 헤난 달 조토 대한항공 감독은 “경기라는 것은 스타팅 멤버가 끝까지 뛰는 것이 아니다”라며 “상황에 따라 변화를 줄 수 있다. 현대캐피탈과 10경기를 치렀고, 지금 정확히 5승 5패”라고 말했다.
헤난 감독은 이날 임재영과 곽승석을 선발로 내세웠다. 임재영은 4점, 공격 성공률 30.77%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헤난 감독은 “김민재도 마찬가지지만 제 몫을 해줬다. 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들었다”며 “김규민을 교체로 넣은 것은 더 빠른 공격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재영은 실전에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해줬고, 리시브 안정화를 위해 정한용으로 교체했다”고 덧붙였다.
헤난 감독은 3세트 현대캐피탈의 마지막 득점 장면에 대해서도 경기 종료 뒤 항의했다. 그는 “내가 받은 인상으로는 공이 바닥에 떨어졌다고 봤다”며 “항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경기 중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돌아봤다.
결국 모든 것은 5차전에서 결정된다. 헤난 감독은 “분명히 집중력을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 동기부여가 될 경기”라며 “현대캐피탈도 마찬가지로 결정적인 경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