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SK실트론 인수를 눈앞에 두고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분위기다. 기존 에너지·기계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반도체를 핵심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두산의 새로운 전략이 베일을 벗었다는 평가다.
8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이달 내 SK그룹과 SK실트론 인수를 위한 본계약 체결에 나설 전망이다.
두산은 앞서 사모펀드(PEF)들과의 경쟁 끝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실사를 마친 상태로 협상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거래 대상은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다. 다만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나머지 29.4% 지분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SK실트론의 기업가치를 약 4조3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순차입금이 약 2조4000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약 1조9000억원 수준이며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져 총 거래 규모는 2조원 초반대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두산그룹은 이미 계열사인 두산로보틱스 지분 일부를 매각해 약 95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한 상태로 자금 마련에도 속도를 낸 상황이다.
당초 양측은 지난달 계약 체결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했으나, 세부 조건 조율이 길어지면서 일정이 4월로 넘어갔다.
특히 SK실트론이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사업에서 약 4000억원 규모의 손상차손을 반영하며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한 점이 거래 진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업은 2020년 인수 이후 수익성 측면에서 부담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핵심 소재 기업으로 12인치 웨이퍼 시장에서 일본 신에쓰화학, 섬코에 이어 글로벌 점유율 3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7년 SK그룹 편입 당시 매출 9331억원 수준이던 회사는 지난해 2조574억원으로 성장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327억원에서 1931억원으로 확대됐다. 그룹 내에서도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춘 ‘알짜’ 계열사로 평가된다.
두산, 반도체 소재부터 후공정까지 ‘수직계열화’
두산이 SK실트론을 품게 되면 반도체 사업의 밸류체인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현재 두산은 전자BG 부문을 통해 반도체 기판소재(CCL)와 패키지 소재를 공급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힘입어 해당 사업의 비중이 그룹 영업이익의 40% 수준까지 확대됐다.
이러한 포트폴리오 확장은 그룹의 수익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반도체 산업이 장기 호황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신규 성장 동력 확보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김민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기업결합 심사 등 후속 절차가 상반기 말에서 하반기 초 사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며 빠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실적 반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두산 측은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계약 체결 이후에도 기업결합 심사 등 여러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실제 인수 완료까지는 일정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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