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C와 프로덕션 사이의 간극을 없애는 플랫폼으로 수행
6~8주 압축 컨설팅 '저니 투 AI', 진입 비용부터 낮춰
-
기업이 AI를 도입하고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맥킨지의 AI 현황 리포트는 냉정한 현실을 비춘다.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의 88%가 AI를 도입했고 실질적 성과를 낸 곳은 단 6%에 불과했다. 기술 도입에 집중한 나머지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리지 못한 탓이다. “고객이 해달라는 대로만 하면 차별성이 없다. 본질을 파고들어야 한다.” 한선호 베스핀글로벌 최고AI책임자(CAIO) 부사장이 내세운 원칙이다. 이에 베스핀글로벌은 ‘Helping You Adopt AI’를 외치며, AI 전문 파트너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베스핀글로벌의 전략, 시장이 반응하다
베스핀글로벌은 AI & 데이터 테크놀로지센터(TC)를 신설하고 총괄책임자로 한선호 부사장을 선임했다. 현재 AI 인프라·AI & 데이터·AI 밸류체인·공공 AI 플랫폼 등 4대 테크놀로지센터 체계로 전면 개편한 상태다. 본질을 파고든 베스핀글로벌의 전략은 시장에서 빠르게 검증되고 있다. 한 부사장은 “현재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고객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고무적인 것은 기존 고객의 재계약뿐 아니라, 경쟁사 고객이었던 신규 진입이 동시에 이뤄진다는 점이다. 수요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공공 부문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 ‘K-GPT’, 울산교육청 ‘우리 아이(AI)’ 등의 프로젝트가 주목을 받았다. 민간에서는 금융과 제조 부문에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한 부사장은 전략 수립부터 설계·구축·운영까지의 경험이 베스핀글로벌의 강점이라고 밝혔다. 이 역량은 인력의 문제가 아니다. 그가 강조한 진입 장벽의 핵심은 ‘축적’이다. 기술적 역량을 기반으로 특정 산업의 비즈니스 인사이트와 운영 경험이 프로젝트를 거듭하며 조직 내 자산으로 쌓이기 때문이다. 기술 선택의 관점에 대해 한 부사장은 “비즈니스 가치를 판단하는 게 먼저다. 그 다음에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본다”고 말했다. “기업마다 데이터 스키마, 용어 정의가 다르다. 이를 외면하고 기술을 도입한다면, 실패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베스핀글로벌은 특정 고객사와 6개월에서 1년 단위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해 에이전트 기반 업무 프로세스를 지속 개선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단기 구축 후 이관하는 전통적 SI 방식과 다르다. 베스핀글로벌은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고객사 비즈니스 인사이트가 쌓인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기술과 도메인을 모두 이해하는 파트너와의 협업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다. 이 구조가 안정적인 반복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
베스핀글로벌이 제안한 단계별 설계
한 부사장은 사업 진행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저니 투 AI’를 언급했다. 베스핀글로벌은 6주에서 8주라는 압축된 기간 안에 고객사 깊숙이 들어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한다. 이후 투자 대비 효과 예측과 단계적 로드맵을 도출하는 컨설팅 패키지를 제공한다. 그는 “시장은 빠르게 변한다. 그렇기에 시장의 속도에 맞게 빠른 진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서 결정적인 것은 가격 전략이다. “고객사가 신속하게 AI를 적용하는 게 목적”이며, 기업이 빠르게 실험하고 결과를 확인하도록 진입 비용 자체를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다음은 ‘헬프나우 AI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한 실제 구현이다. 저니 투 AI에서 도출된 로드맵을 바탕으로 에이전트 기반 워크플로를 설계·구현하되, 처음부터 대규모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헬프나우 AI 파운드리는 에이전트 워크플로 설계부터 AI 모델 운영까지를 하나의 환경에서 처리하는 통합 플랫폼이다. 코딩 없이 업무 흐름을 구성하고, 단계별 성능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데이터브릭스·스노우플레이크 등 기업이 이미 쓰고 있는 데이터 플랫폼과 연결되는 구조기에, 기존 자산을 버리지 않고 AI를 얹을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헬프나우 AI 파운드리의 경우 베스핀글로벌의 AI 역량과 노하우를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이 플랫폼은 기존에 수십억 원대 투자가 필요했던 엔터프라이즈 AI 구축 환경을 민주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정 대형 고객에게만 열려 있던 엔터프라이즈 AI 환경을 누구나 쓸 수 있도록 개방하겠다는 것이 한 부사장의 구상이다. 이 방향은 가격 전략에서도 그대로 구현된다. 플랫폼 라이선스와 저니 투 AI 컨설팅 모두 시장 예상을 밑도는 가격으로 책정됐다는 것이 베스핀글로벌 측의 설명이다.
MSP에서 AX 컴퍼니로
베스핀글로벌은 단순한 서비스 라인업 확장을 구상하지 않았다. 한 부사장이 설계하는 그림의 끝에는 고객과 공급자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가 있다. 실제로 베스핀글로벌은 한수원·울산교육청 등 초기 레퍼런스를 발판 삼아 유사 기관으로 영업을 확장하고, 프로젝트를 거듭하며 해당 산업의 도메인 인사이트를 조직 자산으로 축적해 왔다. 한 부사장이 “이 전체 사이클을 경험한 조직은 시장에서도 드물다”고 말한 것도 이 맥락이다. 기술 스펙이 아니라 축적된 경험이 진입 장벽이 된다.
베스핀글로벌은 올해 하반기까지 구체적인 방향성을 설정했다. AI 조직 전환을 공식화하고, 주요 엔터프라이즈 고객과의 장기 운영 계약 체결을 연내 목표로 삼고 있다. 전체 인력의 3분의 1을 AI·데이터 조직으로 배치한 상황에서, 이 자산이 생산하는 가치를 반복 수익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재무적 목표의 핵심이다. 현재 전체 매출의 20~30% 수준인 AI 비중을 연내 50%까지 끌어올리는 것도 내부 목표로 설정돼 있다.
한 부사장은 시장이 기술 주도에서 비즈니스 ROI 주도로 넘어가는 변곡점을 지금으로 내다봤다. “기업은 새로운 기술을 실제 고객의 엔터프라이즈 환경에 접목하지 못한다. PoC만 진행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그가 진단하는 문제의 핵심은 공급자 측의 역량 부재가 아니라,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가 PoC와 프로덕션의 간극을 직시하지 않는 데 있다. 베스핀글로벌이 저니 투 AI의 진입 비용을 낮추고, 헬프나우 AI 파운드리의 플랫폼 가격을 공격적으로 책정한 것도 이 간극을 없애기 위한 선택이다. PoC에 머물다 끝나는 기업이 많은 시장에서, 실제 운영까지 끌고 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베스핀글로벌이 MSP를 넘어 AX 컴퍼니로 가는 방식이다.
- 염도영 기자 doyoung0311@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