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발발 이후 한 달간 전 세계가 유가 폭등의 직격탄을 맞았지만, 한국은 정부의 강력한 시장 개입을 통해 상대적으로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린 것으로 나타났다. 30년 만에 부활한 '석유 최고가격제'가 글로벌 유가 쇼크로부터 국내 소비자들을 보호하는 1차 방어선 역할을 수행한 결과다.
글로벌 유가 '급등' vs 한국 '안정'… 극명한 온도 차
8일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과 정유업계에 따르면, 유럽 20개국의 3월 넷째 주 자동차용 경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3,538.7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보다 31.75% 폭등한 수치로, 한국 평균가(1,815.8원)의 두 배에 달한다. 특히 네덜란드(4,278.1원)와 덴마크(4,118.3원) 등 북유럽 국가들은 리터당 4,000원을 돌파하며 살인적인 물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경유 가격 상승률은 8.05%에 그쳐 유럽 대비 4배가량 낮은 상승 폭을 보였다. 고급 휘발유 역시 유럽이 17.09% 오를 동안 한국은 7.06% 상승하며 격차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이러한 현상은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처음으로 시행된 석유 최고가격제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 유럽도 '시장 개입' 동참… "누르는 것만으론 부족"
한국의 선제적 조치에 자극받은 해외 국가들도 속속 가격 억제책을 내놓고 있다. 일본은 정유사에 리터당 30.2엔의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체코와 폴란드 등 유럽 국가들도 주유소 마진 제한과 세율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인위적인 가격 통제의 유효 기간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물가를 잡을 수 있으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정부의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시장 공급 물량이 위축되는 등 '시장 왜곡'이라는 부작용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2차 최고가격제 시행 직후 서울 휘발유 가격이 3년 8개월 만에 2,000원을 돌파하는 등 억눌린 가격의 반등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공급망 정상화 시차 리스크… "다변화된 정책 믹스 시급"
더 큰 문제는 물리적 수급의 정상화 속도다.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전문기관은 호르무즈 해협이 당장 개방되더라도 선박 운항과 공장 가동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 최소 3개월에서 길게는 2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연구원(KIET)은 보고서를 통해 "최고가격제는 제한적으로 활용하되, 유류세 인하와 취약계층 직접 지원, 도입선 다변화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 또한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에너지 소비 절감과 공급선 추가 확보 등 중장기적 맷집을 키우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폴리뉴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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