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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 사법 체계 대변화, 남은 과제는?

이슈메이커 2026-04-08 09:52:5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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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사법 체계 대변화, 남은 과제는?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제 도입, 대법관 증원을 핵심으로 하는 ‘사법개혁 3법’이 3월 12일 0시 전자 관보를 통해 정식 공포됐다. 요지는 대법원 판결을 헌법재판소에서 다툴 수 있고, 고의적으로 법을 왜곡해 적용한 판·검사는 처벌받게 된다. 또한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가 2028년부터 3년에 걸쳐 매년 4명씩 26명까지 늘어나는 등 사법 체계가 대대적 변화를 맞게 됐다. 1948년 제헌 헌법에 따라 사법부가 설치된 후 78년, 1987년 개헌 이후 현행 헌법 체계에서는 39년간 유지돼온 사법 기능의 대개편이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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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혼란 최소화 과제
정부는 전자관보에 법원조직법(대법관 증원)·형법(법왜곡죄)·헌법재판소법(재판소원제) 일부개정법률을 공포한다고 게시했다. 재판소원제와 법왜곡죄는 법률 공포 즉시 시행되고, 대법관 증원은 2년 후인 2028년 3월부터 진행된다.


  재판소원 시행에 따라 그간 헌법소원 심판 대상에서 제외됐던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도 앞으로는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의 재판도 사법권의 행사로 공권력의 일종이기에 입법권이나 행정권 행사와 마찬가지로 헌법소원 심판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게 입법 취지다. 이에 따라 확정된 재판이 헌재 결정에 반하거나, 헌법·법률이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을 때, 헌법·법률을 명백히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 청구할 수 있다. 헌재는 심리를 거쳐 법원의 재판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할 시 해당 재판을 취소하고, 법원은 헌재의 결정 취지에 따라 다시 재판해야 한다.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제 도입, 대법관 증원을 핵심으로 하는 사법개혁 3법이 더불어민주당 주도하에 국회를 통과해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이 이뤄졌다. ⓒ국회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제 도입, 대법관 증원을 핵심으로 하는 사법개혁 3법이 더불어민주당 주도하에 국회를 통과해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이 이뤄졌다. ⓒ국회


  하지만 재판소원이 사실상 ‘4심제’에 해당해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정한 헌법 체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조계에선 제도 시행으로 재판 당사자들이 사건을 헌재로 가져가 분쟁이 장기화하고 헌재의 업무처리에 과부하가 걸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시행 첫날 자정까지 하루 동안 접수된 재판소원 건수는 모두 20건으로 집계됐는데, 헌재는 1년에 재판소원 1만∼1만5천 건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접수된 헌법소원 사건 수의 3∼5배에 달하는 전망치다. 헌재의 사건 처리 역량을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이 가운데 상당수가 지정재판부 단계에서 각하될 것이라는 게 헌재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헌법적 구제’를 명분으로 재판소원을 하겠다고 내건 뒤 실제로는 대다수를 걸러내겠다는 것이어서, 좀 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울러 헌재의 재판 취소 결정 이후의 절차 마련 역시 시급히 해결할 과제로 꼽힌다.

 

국민의힘은 “국가도, 국민도 안중에 없는 대통령을 선출한 대가가 형사 사법 시스템 전체 붕괴로 되돌아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국가도, 국민도 안중에 없는 대통령을 선출한 대가가 형사 사법 시스템 전체 붕괴로 되돌아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직무수행 위축 우려에 대법 ‘법관 지원’ 고심
법왜곡죄는 형사법관, 검사 또는 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법을 왜곡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이러한 행위는 법령의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적용하거나, 적용돼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적용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재판·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변조하거나 위조·변조된 증거를 사용한 경우,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하거나, 적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한 경우가 해당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법왜곡이 의심되는 법관 등을 수사기관에 고소·고발할 수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고의로 법을 왜곡했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겨지면 다른 법관이 해당 법관의 법왜곡 여부를 살피게 된다.


  여권은 이에 따라 법관이나 검사가 임의로 법리를 왜곡해 판결·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바라본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선 사법 3법 중에서도 법왜곡죄에 대한 부작용 우려가 강하게 제기된다. 재판 업무에선 법관에게 사실인정에 대한 폭넓은 재량권이 부여되는데, 그 본질적 특성상 어디까지를 법왜곡 행위로 볼 것인지 판별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법관이 고소·고발, 형사 처벌을 우려해 기존 선례에 따르는 안전한 선택을 하도록 만들고,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한 전향적 판결을 내놓기도 어려워질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법원행정처는 법왜곡죄 적용 대상이 되는 형사법관 지원방안 마련에 나서는 등 대응 방안에 몰두하고 있다. 수사기관에서도 혼란이 커진 상태다. 법왜곡죄를 적용한 고소·고발이 늘어나게 되면 업무량 급증도 불가피한 까닭이다. 게다가 법관이나 검사의 법왜곡 혐의를 규명하려면 고도의 법리 판단이 필요한데, 경찰이 이를 판단하는 게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판사에 대한 법왜곡죄 수사의 경우 재판 과정에서의 법 적용과 법리 해석을 경찰이 따져봐야 하는 주객전도 현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 이후 ‘사법개혁’을 추진해왔다.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 이후 ‘사법개혁’을 추진해왔다. ⓒ더불어민주당

 

대법원 재판 업무 대대적 조정 불가피
대법관 증원법은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2년 후인 2028년 3월부터 3년간 매년 4명씩 순차적으로 증원한다.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해 향후 모든 대통령은 임기 내 21∼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하게 된다. 대법관 수는 1987년 개헌 이후 14명으로 정해졌다. 2005년 법원행정처장을 대법관이 아닌 정무직 공무원이 맡도록 해 일시적으로 13명으로 줄었다가 2년 만에 14명으로 돌아온 뒤 지금까지 이어졌다.


  이번 개편은 대법관 증원으로 상고심의 적체를 해소하자는 취지다. 현재 대법관 1인당 연간 평균 3,478건을 처리하는데, 사건 부담을 줄이면 처리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법 자원이 한정된 현실에서 대법관을 대폭 늘리면 하급심 약화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대법관 업무를 보조하는 법관 재판연구관도 대법관 증원에 따라 늘어나기 때문이다. 결국 법적 분쟁에서 사실관계를 다루고 판단하는 1·2심에 투입될 판사가 줄어든다는 것으로, 소송의 신속한 해결을 바라는 당사자의 불편이 초래될 수 있는 지점이다.


  대법원 재판 업무에 대한 대대적 조정도 필요하다. 지금은 대부분 사건이 대법관 4인으로 구성된 소부(3개)에서 심리되지만 파급 효과가 큰 중요 사건은 대법관 13명(법원행정처장 제외)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서 다뤄진다. 대법관 수가 3년간 4명씩 12명 증가하면 소부의 수를 3년에 걸쳐 1개씩 늘려 총 6개로 만드는 방안이 예상된다. 또한 전원합의체(전합)의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지도 논란거리다. 전합은 대법관 전원이 설득과 토론을 거쳐 사회적 갈등과 분쟁 해결의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구성원이 증가할수록 설득과 토론이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다수결 기구’로 전락하면 대법원 본연의 기능을 잃게 된다는 우려가 사법부 안팎에서 나온다.

 

범여권 일부에서는 현재 조희대 대법원장의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민국 법원
범여권 일부에서는 현재 조희대 대법원장의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민국 법원

 

개혁 과정에서 갈등 증폭돼
사법 3법은 더불어민주당 주도하에 국회를 통과해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이 이뤄졌다. 민주당은 지난해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 이후 사법 불신 여론을 강조하며 ‘사법개혁’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법부나 야당, 시민사회의 우려가 반영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법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갈등이 야기됐다. 국민의힘은 “형사 사법시스템을 정권의 시녀로 완전히 굴복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며 “국가도, 국민도 안중에 없는 대통령을 선출한 대가가 형사 사법 시스템 전체 붕괴로 되돌아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 법원장들은 작년 9월 임시 법원장 회의를 열어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며 “제도 개편 논의에 사법부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사법 3법 처리가 임박했던 지난 2월에도 재차 임시회의를 열어 “사법부의 우려 표명에도 공론화와 숙의 없이 본회의에 부의된 현 상황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법원장들이 국회 입법 추진에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한 건 처음이었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여러 차례 공론화와 숙의를 요청한 바 있다. 그럼에도 결국 사법 3법이 처리되자 박영재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장직을 사퇴했다.


  정치권의 여진도 계속되고 있다. 범여권 일부에서는 현재 조희대 대법원장의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소추 사유는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 사건의 처리 과정과 12·3 비상계엄 전후의 헌법 및 법률 위배 행위’다. 다만 이를 두고 민주당 지도부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 부담감이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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