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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리드·파라택시스코리아 상장적격성 재검토 유력
지난달 31일 거래소 관계자는 “기술특례 기업이 상장폐지 면제 특례기간인 5년간 주된 사업을 변경한 경우 상장폐지 심사 사유가 되도록 관련 제도를 개정할 예정”이라며 “올해 2분기 중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이 상장폐지 유예기간 동안 본업과 무관한 사업을 붙여 매출을 만드는 관행을 겨냥한 것이다. 신약개발 기술을 인정받아 기술특례 상장한 일부 바이오벤처들이 가상자산 투자전문 사업(파라택시스코리아(288330)), 베이커리(셀리드(299660)) 등으로 주 업종을 전환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제기된 꼼수 논란에 대한 대책이기도 하다.
이번 제도 개편은 금융당국의 상장폐지 강화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부터 2027년 6월까지를 ‘상장폐지 집중 관리기간’으로 지정하고 부실기업을 신속히 퇴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체 기술특례상장사 26곳 중 바이오기업은 10곳이며 이 가운데 절반인 5곳이 신약개발사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제도개선이 이뤄지면 바이오업계에 후폭풍이 클 전망이다.
만약 거래소가 제도개편안을 폭넓게 적용한다면 기술특례 상장한 바이오벤처 중 상장폐지 위험에서 자유로운 곳은 많지 않다. 셀리드나 파라택시스코리아 외에도 신약개발기술로 기술특례 상장한 바이오벤처 중 신약 외 사업으로 상장 유지 요건을 맞춰온 곳이 많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유틸렉스(263050)의 전사 매출 79억원 중 57%를 차지하는 45억원이 신약개발과 무관한 정보기술(IT) 사업에서 나왔다. 2018년 코스닥에 기술특례 상장한 유틸렉스는 2023년 말 매출액 미달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유예 기간이 종료되면서 연 매출 30억원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2024년 시스템통합(SI) 기업인 아이앤시스템을 합병했다.
이전까지 기술특례 바이오벤처가 상장 요건을 지키기 위해 관행적으로 활용해 온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 사업까지 거래소의 철퇴를 맞을 수 있다는 바이오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거래소의 제도 개정에 선제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로펌에서 자본시장 자문을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최근 바이오벤처에서 들어오는 의뢰 대부분은 상장폐지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는 기술 특례 상장사들”이라며 “기업공개(IPO)를 위한 자문 요청은 몇 년 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지금은 코스닥 입성보다는 상장 유지를 위한 문의가 많다”고 귀띔했다.
이어 “거래소 내부에서 상장 폐지 심사 요건을 엄격하게 운용하면서 기술 특례 상장사의 이종사업 매출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전에는 신약개발사가 화장품 사업이나 건기식 사업을 붙여서 매출 요건을 충족시켰지만 이제는 본업(신약개발)과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사업을 매출 사업으로 붙여야 한다. 그것이 신약개발 기술과 하나의 스토리로도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신약개발사의 건기식이나 화장품 사업까지도 모두 주된 사업 변경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또 소급 적용을 할 지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확답을 피했다.
◇바이오벤처 사업전략 대전환 오나
바이오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바이오벤처들의 사업 전략에 대전환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은 매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비교적 빠르게 실적을 낼 수 있는 사업을 붙이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본업과의 연관성과 시너지가 더 중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벤처의 IR 담당 임원은 “지금까지는 매출 요건 충족을 위해 기업을 인수할 때 본업 기술과의 시너지보다는 매물 자체의 가격이나 단기 실적이 우선 고려됐다”며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되면 실제 해당 기업의 가치와 무관하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스토리를 만들기 좋은 매물의 몸값이 급등하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규제 강화가 일방적인 부담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최근 매출액 요건을 면제받을 수 있는 기술특례 상장사의 시가총액 기준이 4000억원에서 600억원으로 대폭 완화됐기 때문이다. 성장 잠재력이 높지만 매출이 낮은 기술특례 상장사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 방향 및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승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신약개발사들이 건기식이나 화장품, 베이커리 사업까지 나서게 된 것은 결국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한 매출 기준과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요건 때문”이라며 “이 같은 기준은 그대로 두고 이종사업만 제한하면 상장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이 크게 줄어든다”고 짚었다.
이어 “나스닥은 거래량이나 시총 등 시장의 평가를 중심으로 상장폐지 여부를 판단한다”며 “코스닥 역시 매출이나 손익 기준보다 시장 평가 지표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연구·사업개발(R&BD)을 통해 가치를 실현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바이오산업 생태계 관점에서의 제도적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가 시행될 경우 바이오벤처들은 단순한 외형 확대 대신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업 확장에 나설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한 바이오텍 관계자는 “기술을 중심으로 한 사업 다각화가 자리 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보이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상장 유지 문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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