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 갈등이 파업과 법적 대응으로 확산되며 출구를 찾지 못한 채 격화되고 있다. 사측은 핵심 공정 보호를 이유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노조는 이를 단체행동권 침해로 규정하며 파업 강행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일 인천지방법원에 노조의 쟁의행위를 제한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노조가 오는 5월 1일 파업 돌입을 예고한 가운데, 생산 공정 중단에 따른 손실과 공급 차질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가처분 신청의 근거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8조다. 해당 조항은 ‘작업시설 손상이나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은 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정상 수행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측은 바이오의약품 생산의 핵심 공정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포주 해동 이후 배양과 정제 작업이 중단될 경우 원료와 산출물이 변질돼 전량 폐기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플라스크 배양, 바이오리액터 배양, 바이러스 여과, 원료의약품 충전 등 7개 공정이 대상이며, 관련 인력만 100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해당 공정이 중단될 경우 약 6400억원 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살아있는 세포를 기반으로 하는 연속공정 특성을 지닌다. 24시간 공정이 이어지는 구조에서 단 한 번의 중단만으로도 수개월간 진행된 생산물이 폐기될 수 있어 일반 제조업과는 다른 리스크를 갖는다. 항암제나 희귀질환 치료제 등 필수 의약품 생산이 포함된 만큼 공급 차질이 환자 치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사측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구조 역시 변수로 꼽힌다. 글로벌 고객사와의 계약을 기반으로 ‘품질 보증’과 ‘납기 준수’가 핵심 경쟁력인 만큼,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단순 실적 감소를 넘어 수주 기반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생산 중단이 발생할 경우 ‘공급 신뢰를 담보하기 어려운 파트너’라는 인식이 형성될 수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반면 노조는 사측의 가처분 신청이 사실상 파업을 무력화하려는 조치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집회와 파업은 예정대로 진행하고 법적 대응에도 나설 것”이라며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려는 시도”라고 밝혔다.
박재성 노조위원장은 “쟁의 과정에서 생산 차질로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파업의 결과로 볼 수 있다”며 “손실 가능성을 이유로 권리를 제한하기보다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노조 내부에서는 핵심 공정을 전면 중단하기보다는 최소 인력을 유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고용노동부 역시 과거 유사 질의에서 “연속공정이라는 사정만으로 모든 작업이 긴급작업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을 내놓은 바 있어 법적 판단을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양측은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노조는 성과급을 포함한 임금 인상률 14%를 요구하고 있으며 사측은 6.2% 수준을 제시하고 있다. 성과급 재원 산정 방식에서도 노조는 영업이익 20%를, 사측은 10% 또는 세후 영업이익 기준 일부 반영안을 주장하며 이견이 지속되고 있다.
앞서 노조는 13차례 교섭이 결렬되자 지난달 조정 절차를 중단하고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투표에서는 찬성 95.52%로 파업이 가결됐으며, 노조 가입자는 약 3689명으로 전체 임직원의 약 75% 수준이다.
노사 간 대화가 중단된 가운데 파업과 가처분이라는 강경 대응이 맞물리며 갈등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생산 차질을 넘어 글로벌 수주 경쟁력과 산업 신뢰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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