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만 6세·22㎏ 환아, 체내 심실보조장치 삽입 성공"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지난해 12월 박민지 양은 소화 불량과 구토 증상으로 처음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그저 속이 불편한 줄만 알았던 박 양은 병원에서 확장성 심근병증(DCM) 진단을 받았다.
이 병은 심장이 늘어나면서 탄력성을 잃어 피를 펌프하는 힘이 약해지는 질환이다. 심장이 피를 온몸으로 잘 보내지 못해 궁극적으로 심장을 이식받아야만 한다.
심장 이식을 기다릴 수밖에 없던 상황에서 의료진은 심실보조장치(VAD) 삽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지난달 '삽입형 VAD'(LVAD) 수술을 택했다.
수술 당시 박 양은 만 6세에 체중 22㎏으로, 국내에서 시행된 LVAD 삽입 사례 가운데 최연소이자 최저 체중 환자였다.
체내 삽입 장치는 몸 크기에 따른 제약 때문에 박 양 같은 어린이가 아닌 성인 환자에게 주로 쓰였다.
그렇다고 체외 장치를 쓸 수도 없었다.
기존에는 작은 체구의 소아 심부전 환자에게는 몸밖에 장비를 달아 심장의 펌프 기능을 도와주는 체외형 심실보조장치(베를린 하트)를 주로 사용했다.
그러나 이런 체외형 장치는 큰 장비가 몸과 연결돼 있어 오래 입원해야 하고, 실제 맥박처럼 파동을 일으키는 박동형 구조 때문에 혈전이나 출혈 위험이 상대적으로 컸다.
박 양의 체구가 전례 없이 작았다는 점에서 수술을 집도한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신유림 교수는 수술 전 단계부터 해외 전문 의료진과 안전성을 검증했다.
신 교수는 미국 신시내티 아동병원에서 소아 LVAD 경험이 풍부한 교수진과 논의하고, 환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기반으로 3차원(3D) 시뮬레이션까지 하면서 장치가 심장 내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 확인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제한된 공간에서도 정밀하게 장치를 삽입할 수 있게 맞춤형 수술을 했고, 수술 후 박 양의 상태는 안정돼 다음 주 퇴원을 앞두고 있다.
감염 등 합병증 관리를 위한 정맥 주사 치료도 마친 상태로, 박 양은 퇴원 후 학교생활을 바로 시작하는 등 일상에 복귀할 준비를 하고 있다.
신 교수는 "이번 사례는 단순한 수술 성공을 넘어 중증 심부전 소아 환자도 병원 밖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며 "앞으로도 환아의 성장과 삶의 질을 함께 고려한 치료 전략을 지속해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soho@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