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토큰증권(STO)은 제도권 진입의 문턱을 넘기 위한 법적 기반을 갖추게 됐다. 이에 따라 부동산·채권·주식 등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분할 발행·유통하는 시장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수백조원 규모의 잠재 시장이 거론되자 여의도는 서둘러 전열을 가다듬었다. 컨소시엄과 협의체가 잇달아 꾸려졌고 국내 금융사가 글로벌 블록체인 인프라를 활용해 발행한 첫 디지털 채권도 나왔다. 본지는 이 새판의 주역으로 부상한 미래에셋·SK·LS·KB·NH투자 등 5개 증권사를 조명한다. <편집자주>편집자주>
|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KB증권이 토큰증권(STO) 사업을 본격화하며 증권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에 나섰다.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자본시장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겠다는 전략이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2022년부터 디지털자산 및 STO를 중장기 핵심 사업으로 정의하고 선제적으로 준비를 진행해왔다. 투자계약증권 등 신규증권에 국한하지 않고 회사채·펀드·신탁수익증권 등 기존 전통 금융자산의 온체인화를 STO 사업의 핵심 방향으로 설정했다.
▲ 블록체인 기반 증권 시스템 재설계...AI 접목 'STO V2' 개발
온체인화란 전통 증권의 발행·거래·결제·사후관리 전 과정을 분산원장과 스마트컨트랙트(자동화된 계약) 기반으로 재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증권 처리 방식 대비 운영 효율성과 투명성, 자동화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KB증권은 제도 도입 이전부터 글로벌 STO 시장의 제도·사업 모델·기술 구조를 벤치마킹하며 법제화 이후 즉각 확산이 가능한 현실적이고 확장 가능한 시스템을 준비해왔다.
이러한 준비 작업은 최근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되며 한층 진화하고 있다. KB증권은 KB금융그룹 전반에 확산된 AX(AI 트랜스포메이션) 기조와 발맞춰 에이전틱 AI(자율 행동 AI)를 활용한 'KB STO V2'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법제화 방향이 다변화됨에 따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개념증명(PoC)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KB STO 시스템이 수작업 중심의 복잡한 설계·검증 구조였다면, KB STO V2는 기획·설계·개발·운영 등 전 과정에 에이전틱 AI를 활용한다. 인프라와 스마트컨트랙트, 서비스 전반에 걸쳐 구조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으며 개발 속도와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KB증권은 이 같은 AI 기반 STO 개발 역량을 차별화 요소로 삼아, 향후 제도 시행 시 시장을 기술적으로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 조각투자 시대 본격화...AI 시대 초소형 조직 구축
기술 개발과 함께 KB증권이 주목하는 것은 투자자 접근성 확대다. 회사는 STO를 통해 고가의 비유동적 자산을 누구나 접근 가능한 투자 상품으로 전환함으로써 '생활 속 개인 자산의 조각투자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소액 투자자에게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발행사에게는 효율적인 자금 조달 수단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KB금융그룹의 IB(투자은행) 딜 파이프라인과 연계해 우량 자산 중심의 신뢰성 높은 STO 상품 공급을 추진한다. 단기적 유행을 넘어 디지털자산 시장의 질적 성장과 장기적 신뢰 구축을 동시에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사업 추진을 뒷받침하기 위해 KB증권은 조직 구조도 혁신하고 있다. 대규모 조직 확장보다는 AI 시대에 적합한 '작지만 강력한(Tiny but Powerful)' 조직 구조를 지향한다는 방침이다. AI·디지털본부장 박재만 상무를 중심으로 기획자, 개발자, 운영자가 STO 플랫폼 개발 과정 전반에 AI를 접목해 스마트컨트랙트 설계와 코드 검증, 보안 점검 등 복잡한 개발·검증 프로세스를 효율화하고 있다.
빠른 의사결정과 민첩한 실행이 가능한 애자일(Agile) 조직 운영 체계도 구축했다. KB증권은 올해 4월 AI·디지털본부에 STO 사업기획과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컨트랙트 아키텍처 설계 등 핵심 전문 인력 중심의 STO 전담조직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아울러 '전사 STO Working Group'을 운영해 부서 간 역량을 유기적으로 결집한다는 계획이다.
▲ 그룹 시너지로 경쟁력 강화
KB증권의 가장 큰 강점은 금융그룹 차원의 통합 역량이다. KB증권의 STO는 KB금융그룹 차원의 디지털자산 포트폴리오와 긴밀히 연계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는다. KB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의 스테이블코인 및 지갑 인프라 등과 연계한 실증 검증을 통해, 결제·보관·유통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STO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계열사 간 시너지와 그룹 차원의 자본력, 신뢰도는 STO 시장 초기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KB증권은 이를 기반으로 발행사와 투자자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STO 표준 플랫폼을 구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그룹 결합형 전략을 통해 KB증권은 디지털 금융 시대의 핵심 인프라 사업자로서 새로운 시장 질서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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