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데이터를 읽고, 리더는 마음을 읽는다[문성후의 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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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데이터를 읽고, 리더는 마음을 읽는다[문성후의 킥]

이데일리 2026-04-07 08:00: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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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후 경영학박사·외국변호사] 인공지능(AI) 시대의 리더에게 가장 위험한 유혹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져야 할 자리에 있으면서도, 정답처럼 보이는 것을 대신 골라주는 시스템 뒤로 숨는 것입니다. 본인으로 살아야 할 사람이 대리인 뒤에 숨는 순간, 리더십은 이미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AI는 대리인입니다. 편리하고 빠르고 때로는 놀랍습니다. 그러나 대리인이 대신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방향입니다. 책임입니다.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저는 이것이 AI 시대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라고 봅니다. 이제 리더는 일만 시키고 성과만 점검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관계의 신호를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조직은 늘 문서로 먼저 움직이지 않습니다. 결정은 회의록에 적히기 전에 공기의 변화로 먼저 옵니다. 칭찬이 줄어들고, 시선이 비껴가고, 중요한 회의에서 누군가가 슬그머니 빠지기 시작합니다. 배제는 언제나 조용히 옵니다. 그래서 리더는 숫자와 결과만 볼 것이 아니라, 관계의 온도와 맥락의 결을 함께 읽어야 합니다.

여기서 제가 떠올리는 말이 바로 ‘불립문자(不立文字)’입니다. 깨달음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이므로 말이나 글에만 의지해서는 안 되고, 인간의 마음을 꿰뚫어 본성을 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 말이 AI 시대의 리더십에도 아주 깊게 통한다고 봅니다. 지금 조직 안에서 가장 중요한 신호는 대개 문서에 선명하게 찍혀 오지 않습니다. 관계의 미세한 결, 표정의 미묘한 흔들림, 회의실 안의 짧은 침묵, 설명되지 않은 거리감 속에서 먼저 옵니다. 말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이미 마음이 돌아선 팀원도 있고, 공식적인 지시는 없지만 사실상 배제되기 시작한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세계는 데이터의 세계가 아닙니다. 불립문자의 세계입니다. 말과 글로 다 포착되지 않는 마음의 결이 조직의 실제를 움직이는 세계입니다.

그래서 AI 시대일수록 리더의 태도, 곧 LA6가 더 중요합니다. 첫째는 자존입니다. 기계가 똑똑해질수록 리더도 쉽게 위축됩니다. 내가 과연 이 기술보다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을까, 내 자리가 앞으로도 필요할까, 이런 질문이 늘어납니다. 그러나 이때 무너지면 안 됩니다. 자존은 잘난 척이 아닙니다. 나를 믿고, 내 자리를 지키고, 내가 해석하고 판단할 몫이 여전히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AI가 초안을 써줄 수는 있어도, 조직이 왜 이 길로 가야 하는지까지 대신 책임져주지는 못합니다.

둘째는 배려입니다.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사람은 더 온기에 반응합니다. 조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질책이 아닙니다. 무관심입니다. 아예 쳐다보지 않는 것, 설명해주지 않는 것, 성장의 기회를 끊어버리는 것입니다. 팀원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것, 회의에서 소외되는 사람에게 발언 기회를 주는 것, 누군가의 공을 빼앗지 않는 것, 실패한 사람에게도 다시 일어설 자리를 주는 것, 이런 사소해 보이는 리더의 태도가 결국 조직의 공기를 만듭니다. AI는 협업 도구일 뿐, 연대감까지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셋째는 단정입니다. AI가 주는 정보는 많아도, 많다는 것이 곧 명확함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더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이럴수록 리더는 중심을 세워야 합니다.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가르고, 지금 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해도 될 일을 구분하고, 무엇보다 조직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단정은 말끔한 겉모습이 아닙니다. 혼란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 내적 질서입니다.

기술의 시대를 건너는 힘은 결국 사람에게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언제나 태도에서 나옵니다. AI는 리더의 지능을 증강해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태도를 대신해주지는 못합니다. 관계를 지켜주지도 못합니다. 신뢰를 쌓아주지도 못합니다. 결국 오래가는 리더는 도구를 잘 다루는 리더만이 아닙니다. 도구를 어디에 써야 하는지 알고, 그 과정에서 사람의 품격을 잃지 않는 리더입니다. 더 많이 배우되 더 깊이 사람을 보고, 더 빨리 일하되 더 따뜻하게 연결되고,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하되 더 분명한 태도를 지니는 리더입니다. 그 태도 한 끗이, AI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진짜 초격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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