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이성규 기자] 한화솔루션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기습적으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증 결정 당시 총수 일가 지배력 강화를 위한 비판과 유사한 지점이다. 특히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3형제가 100% 지배하고 있는 한화에너지를 고려하면 한화솔루션 주주들의 박탈감은 더욱 커진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화솔루션은 2조4000억원 규모 기습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조달한 자금은 시설자금(9077억원)과 채무상환(1조4899억원)에 쓸 계획이다.
성장을 위한 투자보다 채무상환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면서 주주 반발은 더욱 큰 상황이다.
현재 한화솔루션의 신용등급은 ‘AA-‘다. 등급전망은 ‘부정적’으로 강등 시 비우량등급(A급 이하)으로 전락하게 된다. AA-와 A+ 민평금리 평균은 단기물 기준 약 0.3%포인트 수준으로 등급 하락 시 조달비용이 오르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등급 하락 시 태양광 사업에 직격탄을 가하는 부분이다. 한화솔루션이 주력하고 있는 EPC(설계, 조달, 시공) 및 발전소 개발 사업은 신용등급에 민감하다. 각종 프로젝트에서 신용등급은 자금조달 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 입찰 등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탓이다.
반면, 한화솔루션의 화학 사업은 신용등급 영향이 거의 없다. 따라서 이번 유증은 화학 사업보다 태양광 부문 부진에 따른 결과다.
한화솔루션, 김동관 부회장 입지 타격
한화그룹이 방산와 조선 부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 한화솔루션은 지속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한화솔루션은 김동관 부회장 경영 능력에 타격을 가하는 셈이다.
특히 한화솔루션은 김동관 부회장이 차기 그룹 경영자로서 그 위상을 높이기 시작한 시발점이다.
하지만 지난 2019년 이후 한화솔루션의 잉여현금흐름(FCF)은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21년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 또한 영업적 측면이 아닌 운전자본 변화에 불과했다.
FCF는 벌어들인 이익에서 투자비용을 차감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투자자에게 귀속되는 지표다. 대규모 투자 등으로 FCF가 마이너스(-)를 보일 때도 있지만 한화솔루션은 늘 적자였다는 점이 문제다.
세부적으로 보면 투하자본수익률(ROIC)은 줄고,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은 늘었다. 특히 ROIC에서 분자에 해당되는 세후순영업이익(NOPAT)은 지속 감소한 반면, 분모를 차지하는 투하자본(IC)은 증가했다.
기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자산배분에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뜻한다. 게다가 이자비용 증가 등으로 WACC가 상승하면서 기업가치 제고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러한 상황의 장기화다. 내외부 경영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을 하지 못한 채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입해 연명해온 셈이다.
이는 대규모 유증이 주주로부터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부분과 일맥상통한다. 주주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가치를 갉아먹은 탓에 향후 가치 회복에 대한 신뢰가 지극히 낮을 수밖에 없다.
물론 한화솔루션의 부진을 김동관 부회장 책임으로 온전히 돌리기 어렵다. 대외적 환경 등이 받쳐주지 않는 탓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측면도 최고 경영자가 고려해 대응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부족한 면모를 드러낸 셈이다.
한화솔루션 유증 논란, 소환된 한화에너지
한화솔루션 유증 논란이 확산되면서 한화에너지에 대한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3월 3조6000억원 규모 유증을 발표했다. 문제는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너지와 한화임팩트가 보유하고 있던 한화오션 지분을 사들였다는 점이다.
한화에너지는 총수 일가 3형제(김동관, 김동원, 김동선)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화에너지는 한화임팩트를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행보는 결국 총수 일가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한화에너지와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산업으로 묶여 있지만 그 역할은 다르다. 한화솔루션은 잉곳, 웨이퍼, 셀, 모듈 등 태양광 제품 생산과 에너지 솔루션 제공에 집중한다. 한화에너지는 태양광 발전소 개발, 건설, 운영 및 프로젝트 매각과 같은 다운스트림 사업에 주력한다.
쉽게 말해 한화솔루션은 한화에너지의 핵심적인 대형 고객사다. 한화솔루션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한화에너지가 에너지를 팔지 못해 손해를 입는다. 한화에너지는 ㈜한화 지분 22.16%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화는 한화솔루션 지분 36.15%를 확보하고 있다.
주주 입장에서는 한화솔루션 유증이 주당 가치 희석으로 이어지지만 총수 일가 3세 경영자 입장에선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자본확충 측면 이익 제고에 이어 유증이 질적으로 가장 우수하다”며 “현금흐름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증자는 전적으로 채권자에게 유리한 조달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오랜 시간 제대로 된 수익을 거두지 못한 만큼 주주 입장에서는 이번 유증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점도 납득된다”고 말했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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