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한달 넘게 이어지면서 중동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자주국방'을 강조하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핵추진 잠수함 도입 의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서해수호의날 기념식과 전국지휘관회의에서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 호위함을 파견하지 않은 한국을 향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미간 안보 협력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으나 이 대통령은 미 상원, 하원 의원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전작권 전환과 핵 잠수함 도입이 미국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한미, 지난해 11월 조인트 팩트시트 발표…전작권 전환·핵잠 협력키로
한미 정상은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후 약 한달 뒤인 11월 14일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한미 관세·안보 협상의 결과물이 모두 담겼는데 전작권 전환과 핵추진 잠수함 도입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됐다.
먼저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서는 "양 정상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당시 이 대통령은 팩트시트를 발표하면서 "국방력 강화, 전작권 환수를 통해 한반도 방위에 대한 우리의 주도적 의지를 천명했고 미국은 이를 지지하며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추진과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권한 확보 등 그동안 한국이 미국에 요구했던 사안들도 담겼다.
이 대통령은 "한미 양국은 대한민국의 수십 년 숙원이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필수 전략자산인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추진하기로 함께 뜻을 모았다"며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매우 의미 있는 진전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아울러 한미는 한국의 국방비를 조속히 GDP 3.5%까지 늘리기로 합의했고, 한국이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에 250억 달러(약 36조4천억원)를 지출한다는 내용도 팩트시트에 명시됐다.
이후 한미는 팩트시트 이행을 위한 협의를 본격화 했다.
지난 2월 조현 외교부 장관은 미국 워싱턴DC 미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한미외교장관회담에서 연내 구체적 이정표에 따라 원자력, 핵추진잠수함, 조선 등 핵심 분야에서의 협력이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주도적 역할을 당부했다.
이에 루비오 장관은 필요한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면서 특히 보다 조속히 실질적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 부처를 독려해 나가겠다고 했다고 한다.
미 국무부는 보도자료에서 두 장관은 "민간 원자력, 핵추진 잠수함, 조선, 미국 핵심 산업 재건을 위한 한국의 투자 확대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한미 국방장관도 트럼프 대통령 임기 종료(2029년 1월 20일) 전인 2028년까지 전작권 전환을 마무리 짓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李대통령, 중동혼란 속 자주국방 강조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며 한달 넘게 중동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은 여러차례 공개 석상에서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중앙통합방위회의를 주재하고 "국제 정세가 매우 복잡하고 유동적이다. 이런 때일수록 국가 단위의 통합된 방위체제가 중요하다"며 "국방은 누구에게도 맡겨서는 안 되며 우리 스스로가 완벽하게 최종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자주국방이 가장 중요한 통합 방위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후 27일에는 취임 후 처음으로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지휘관들에게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 대응하려면 자주국방이 필수"라며 "군의 최우선 책임은 어떤 도발과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는 최상의 군사 대비 태세를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시작전권 회복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중동 상황으로 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된 지금이야말로 오히려 전작권 회복이나 국방개혁 등 국정과제에 힘을 실을 기회로 볼 수 있다는 인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트럼프, 호르무즈 호위함 파견 안한 한국 향해 "도움 안 돼"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향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 팩트시트 이행 과정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자 한국과 일본, 유럽 등 동맹국에게 호위함 파견을 요청했다.
하지만 동맹국들은 확전에 대한 부담 때문에 파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을 향한 불만을 쏟아냈다.
특히 한국을 지목하며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우리가 험지에, 핵 무력(북한) 바로 옆에 4만 5천 명의 군인을 두고 있는데도 말이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불만'이 안보 분야 팩트시트 이행 과정에 변수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미 통상 분야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복'이 시작된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 전쟁을 벌이면서도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한국과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국들을 상대로 '과잉 생산 및 생산역량', '강제노동에 의한 생산품 수입' 등을 문제 삼아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와 관련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31일 한국의 무역장벽을 적시한 보고서를 공개했으며, 미 국무부는 1일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李대통령, 美 상원·하원단 만나 "군사비 증액·전작권 환수 통해 美 부담 줄일 것"
안규백 국방, 美 상원의원단 접견 "핵잠 도입 지지"
이처럼 이번 이란 전쟁 사태가 전작권 전환과 핵 잠수함 도입 등 한국의 숙원 사업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을 표출한 2일 미국 상원의원단과 만나 "군사비 증액뿐 아니라 전시작전권 환수를 통해 미국의 부담도 줄이고 최소한 한반도 인근에서는 우리 자체적으로 동북아 지역의 안전과 평화를 지켜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한국을 방문한 미국 연방하원의원들과 만남에서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핵 추진 잠수함, 조선 등 핵심 분야에서 구체적 협력을 진전시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한미 관계도 작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이전보다 훨씬 폭넓고 깊이 있게 발전하고 있다"며 "한국전쟁을 포함해 대한민국이 발전하는 데 있어 미국이 크게 기여한 점을 잊지 않고 있고, 앞으로 미국의 제조업 부흥이나 미국의 역할 확대에 관해 관심을 갖고 함께 최선의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미관계의 안정적 발전에 관심이 매우 높다"며 "앞으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 정부가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2일 미 상원의원단을 접견하고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대한 미 의회의 지지를 요청했다.
안 장관은 미 상원의원단의 변함없는 지지에 감사를 전하면서 한미동맹이 미래지향적이고 상호호혜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미 의회의 초당적 관심과 협력을 당부했다.
특히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의 경우 조선 및 유지·보수·정비(MRO) 분야의 호혜적 협력이 미 조선업 재건 및 해양력 강화에 핵심 요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한미, 10월 SCM서 전작권 전환 목표연도 제시…2028년 유력
정부는 오는 10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인 제58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전작권 목표연도가 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는 제58차 SCM 전까지 전작권 전환을 위한 평가 및 검증 절차 중 2단계인 완전운용능력(FOC) 관련 검증을 마치고 SCM에서 한미 국방장관의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한미 국방장관은 FOC 검증결과를 승인하면서 전작권 전환 목표연도를 선정하는데 트럼프 대통령 임기 종료(2029년 1월 20일) 전인 2028년이 유력하다고 한다.
전작권 전환을 위한 평가 및 검증은 ▲ 최초작전운용능력(IOC) ▲ 완전운용능력(FOC) ▲ 완전임무수행능력(FMC) 등 3단계로 진행된다. 지금은 FOC 평가를 마치고 검증 절차를 진행 중이다. FOC 검증 절차도 사실상 마무리 단계로 미래연합군사령부에 대한 검증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FOC 검증 완료와 함께 한미 국방장관이 전작권 전환 목표연도를 제시하고 마지막 단계인 FMC를 진행하면서 더 구체적인 전환 시점을 결정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월 실시된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 연습은 전작권 전환 준비를 지속해 나가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영승 합참의장은 "이번 연습은 전작권 전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미 공동의 가치와 목표를 재확인하며, 굳건한 연합방위태세와 연합작전능력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국방부, 핵잠 추진 가속…해군, 핵잠 추진단 창설해 5월부터 운영
일단 우리 정부는 전작권 전환과 핵잠수함 도입을 위한 준비를 정상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국방부는 지난달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현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 가시화를 목표로 로드맵을 완성하고, 미래연합사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핵추진잠수함 사업 역시 본격 추진된다. 국방부는 범정부 차원의 협력을 통해 핵잠 확보를 국가 전략사업으로 추진하고, 이를 위한 핵심 과제를 단계적으로 이행할 계획이다. 특히 안정적인 핵연료 확보를 위해 미국과 협상을 추진하고, 핵잠 개발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또한 대규모 예산 투입과 장기 사업 추진을 뒷받침하기 위해 '핵추진잠수함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전담 사업추진단을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제사회의 비확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협의도 병행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해군은 승조원 인력 양성 및 교육 체계 마련을 위해 5월 1일부터 핵추진잠수함(핵잠) 추진단을 창설, 운용할 방침이다. 해군 책잠 추진단은 장성급 장교를 단장으로 하며, 30여 명 규모의 인력이 편성될 예정이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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