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여 키운 브랜드, 본사가 회수···패션家 유통 대행 모델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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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들여 키운 브랜드, 본사가 회수···패션家 유통 대행 모델 ‘흔들’

이뉴스투데이 2026-04-06 14:12: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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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무신사 스토어 명동’에서 방문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서울 중구 ‘무신사 스토어 명동’에서 방문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국내 패션 대기업들의 성장을 견인해온 해외 브랜드 유통 대행 모델이 존립 기로에 섰다.

수년간 마케팅과 유통망을 통해 키워온 해외 브랜드들이 잇따라 한국 직진출에 나서면서다. 여기에 연 매출 1조원 규모로 거론되는 스포츠 브랜드까지 이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구조적 불안이 커지는 모습이다. 국내 패션기업들은 자체 브랜드(PB) 육성과 뷰티·라이프스타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높은 백화점 수수료 구조가 부담으로 작용하며 전환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의 한국 공략은 한층 거세지는 흐름이다. 해외 본사들이 직접 법인을 설립하고 플래그십스토어를 여는 동시에 온라인 플랫폼과의 협업을 병행하며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전까지는 국내 패션기업이 해외 브랜드를 들여와 시장을 키우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브랜드 인지도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온 뒤 본사가 직접 사업을 가져가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입 브랜드 유통 대행 모델은 오랜 기간 국내 패션기업의 외형 성장을 이끌어온 핵심 사업이었다. 해외 브랜드는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와 유통망을 갖춘 파트너를 통해 초기 리스크를 줄일 수 있었고, 국내 기업은 검증된 브랜드를 기반으로 빠르게 매출을 확대할 수 있었다. 자체 브랜드 육성에 드는 시간과 비용, 실패 위험을 줄이면서도 주요 백화점과 핵심 상권에 안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모델로 평가돼왔다.

문제는 이 구조가 브랜드를 키울수록 국내 기업에 남는 것이 제한적이라는 데 있다. 국내 기업이 마케팅과 매장 운영, 유통망 확보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여도 일정 단계 이후 본사가 직접 진출에 나설 경우 그 성과는 결국 브랜드 본사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외형은 성장했지만 핵심 자산은 축적되지 않는 구조인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일부 사례를 넘어 산업 전반의 구조 문제로 번지고 있다. 실제 업계에서는 주요 패션기업들이 오랜 기간 공들여 전개해온 수입 브랜드가 본사 직진출 이후 빠져나가면서 실적 변동성이 확대된 사례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2027년 연매출 1조원 안팎으로 거론되는 뉴발란스의 직진출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단일 브랜드 이탈이 아니라 유통 대행 모델 전체의 지속 가능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통 채널 구조도 이런 변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은 해외 브랜드에 10~15%의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반면 국내 브랜드에는 20%를 상회하는 수수료를 부과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본사가 직접 진출하더라도 이익을 확보할 여지가 더 크다는 것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가고 한국 시장의 매출 규모가 충분히 확보되면, 본사 입장에서는 굳이 국내 파트너를 둘 이유가 줄어드는 구조다.

이 때문에 국내 패션기업들이 최근 PB 확대와 IP 확보, 뷰티·라이프스타일로의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싣는다. 수입 브랜드 유통에만 기대서는 장기적인 수익 기반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특히 패션 본업이 브랜드 이탈 리스크에 노출될수록 자체 자산으로 남는 브랜드와 카테고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실적 방어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대체 수익원을 찾는 과정도 녹록지 않다. 뷰티와 라이프스타일은 패션기업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눈을 돌리는 분야지만, 유통 수수료 부담은 이 영역에서도 여전하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백화점 입점 수수료가 40% 안팎에 이른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 속 단순히 카테고리만 넓힌다고 수익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패션 플랫폼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기존 오프라인 유통망 대신 플랫폼을 활용해 직접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최근 럭셔리 패션 부문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품 전문관 ‘무신사 부티크’의 입점 브랜드 수는 현재 280여 개로, 지난 2021년 론칭 당시 약 60개에서 5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톰 브라운이 지난 2023년 한국 직진출 체제로 전환한 뒤 온라인 전략 파트너로 무신사를 선택한 것도 같은 흐름으로 읽힌다. 이는 해외 브랜드가 더 이상 국내 패션기업의 유통망에만 의존하지 않고, 플랫폼을 통해 직접 시장을 관리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수입 브랜드 중심의 외형 성장이 결국 이익의 외부 유출이라는 한계를 드러냈다고 분석한다. 단기적으로는 신규 브랜드 도입이나 카테고리 확장으로 공백을 메울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체 자산 축적 없이는 실적 변동성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패션기업 A사의 관계자는 “글로벌 브랜드 입장에서도 한국 시장은 이미 테스트 시장이 아니라 주요 매출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직접 진출을 통해 가격과 유통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은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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