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 흐름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한동안 인공지능(AI) 수혜의 핵심으로 꼽히던 반도체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광통신’과 네트워크 관련 종목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AI 산업의 구조 자체가 변하면서 투자 방향도 함께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의 한 직장인은 최근 보유 중이던 메모리 반도체 종목을 정리하고 광통신 기업 비중을 늘렸다. 그는 “AI 투자라고 하면 무조건 반도체였는데, 이제는 데이터가 흐르는 길이 더 중요해졌다”며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짰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AI 인프라 구조의 한계가 있다. 최근 대형 AI 모델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데이터센터 내부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 간 데이터 이동량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구리선 기반 네트워크는 속도와 전력 효율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를 빛으로 전달하는 광통신 기술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AI 경쟁의 승부처는 ‘칩’이 아닌 ‘연결’…광통신으로 쏠리는 자금
실제로 시장에서는 “이제 AI 경쟁은 칩 성능이 아니라 연결 속도 싸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성능 GPU를 확보하더라도 이를 효율적으로 연결하지 못하면 전체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적 변화 속에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반도체에서 네트워크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미국 광통신 기업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루멘텀과 코히런트는 최근 가장 강하게 거론되는 종목이다. 두 기업은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되는 광트랜시버와 레이저 등 핵심 부품을 생산하며, AI 인프라의 ‘핵심 장비 공급자’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젠슨 황이 이끄는 엔비디아가 이들 기업에 각각 약 2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커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광통신이 AI 산업의 필수 인프라로 인정받은 상징적 사건”으로 해석한다.
광통신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투자도 늘고 있다. 광부품 기업뿐 아니라 데이터 전송 장비를 만드는 시에나 역시 수혜주로 꼽힌다. 이 회사는 광케이블을 통해 데이터를 장거리로 전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며, 통신사뿐 아니라 아마존·구글 등 빅테크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최근 수주 잔고가 급증하며 성장 기대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매수 흐름도 뚜렷하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서학개미들은 루멘텀과 코히런트를 각각 수백억 원 규모로 순매수하며 포트폴리오 비중을 빠르게 늘렸다.
다만 주가 부담은 변수다. 주요 광통신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40배에서 100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전통 산업 대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실적 성장 기대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의미다.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개별 종목 대신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분산 투자 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상장된 ‘KODEX 미국AI광통신네트워크’ ETF는 루멘텀, 코히런트, 시에나 등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시장에서는 광통신이 단기 테마를 넘어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반도체 중심이던 투자 공식이 ‘연결과 속도’로 확장되면서, 서학개미들의 포트폴리오 역시 그 방향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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