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우리 사회에서 성장하는 모든 아이들이 차별 없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이주배경아동, 함께 키워요’ 연속 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재는 언어·문화 장벽과 불안정한 법적 지위로 인해 여전히 교육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아동들의 실태를 조명하고 제도적 개선 방향을 모색합니다. 모든 아동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포용적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감과 연대의 마음이 확산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 말
이주배경아동 학교 교육 모습. ⓒ초록우산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은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이 모여 살아가는 다문화 밀집 지역으로, 러시아권 주민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러한 지역 특성은 학교 현장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다문화 학생 비율이 전교생의 68%에 이르고, 그중 91%가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다수의 학생들이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환경이다 보니, 아이들은 교내에서 자연스럽게 러시아어로 소통하며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이로 인해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는 필요성 자체를 체감하지 못하면서 또 다른 의미의 ‘언어 장벽’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주배경아동이 한국어를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환경은, 왜 한국어를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를 약화시킨다. 이는 아이들의 학습과 사회 적응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다. 한국어 능력은 단순한 의사소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과 학습과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매개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어 습득 동기가 약한 상황에서는 학습 언어로서의 한국어 발달이 지연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또래 집단 내에서 동일 언어 사용이 강화될수록 한국어를 사용할 기회는 더욱 줄어들어, 학교 안에서부터 언어적 분리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렇기에 함박마을처럼 이주배경아동이 많은 지역에서는 기존의 한국어 지원 중심 접근을 넘어 ‘한국어 사용의 필요성과 동기’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과와 연계한 실질적인 언어 교육, 또래 간 상호작용을 촉진할 수 있는 통합 프로그램,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최소한 교실 안에서부터 한국어를 배우고 사용할 이유를 만들어 주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학교 간 연계를 통해 학생 밀집도를 완화하고, 이주배경학생 비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배치의 균형을 맞추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특정 학교에 이주배경아동이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함으로써 교육 효과를 높이고, 다양한 배경의 아동들이 한국어로 소통하며 또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가정에서 교육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환경 조성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현장에서 이주배경아동 부모들을 만나보면, 가정통신문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담임교사와의 상담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흔하다. 한국 교육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 언어 장벽, 문화적 차이 등으로 인해 자녀의 학교생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어려운 것이다. 아동이 가정에서 충분한 교육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부모를 대상으로 한 경제적·언어적·정보적 지원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사회의 다양성이 점차 높아지는 지금, ‘함께 배우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사용할 동기를 부여하고, 학교 간 학생 배치를 보다 균형 있게 조정하며, 가정에서도 충분한 교육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함박마을 아이들을 비롯해 전국의 수많은 이주배경아동들이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 우리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고 자신의 꿈을 펼쳐갈 수 있도록, 이제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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