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노디스크에 이어 일라이릴리까지 경구용 비만 치료제를 내놓으면서 시장 경쟁 구도가 한 단계 확장됐다. 주사제 중심이던 시장이 경구제까지 넓어지면서, 향후 비만약은 효과와 복용 편의성을 기준으로 선택이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1일(현지시간) 일라이릴리의 경구용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 치료제 '파운다요(성분명 오포글리프론)'의 시판을 승인했다. 신약 허가 신청 후 50일 만에 결론이 난 이례적 사례로, 비만 치료제에 대한 당국의 우선순위를 보여준 결정으로 평가된다.
앞서 노보노디스크는 경구용 '위고비 필'로 시장에 먼저 진입했다. 노보 제품은 공복 복용과 약 복용 전후로 물 섭취 제한 등 조건이 따르는 반면, 릴리의 파운다요는 음식이나 시간 제약 없이 복용할 수 있다. 복용 편의성에서는 릴리가 한발 앞섰다는 평가다. 릴리는 "언제든 복용 가능한 GLP-1 알약"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가격은 유사한 수준으로 맞춰졌다. 릴리는 파운다요 가격을 경구용 위고비 수준으로 유사한 수준으로 책정했다. 보험 가입자는 월 25달러(약 3만원), 비보험 환자도 149달러(약 22만원) 수준이다. 월 수백만원에 달하던 기존 주사제 대비 부담을 낮춘 가격이다.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은 주 1회 투여 주사제가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경구제는 복용 편의성을 앞세워 초기 치료 단계에서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이를 계기로 효과와 편의성에 따라 시장 선택 기준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효과만 놓고 보면 주사제가 앞선다. 릴리의 주사제 '젭바운드'는 72주간 평균 15~21kg 감량률을 기록했다. 최고 용량 복용자의 약 3분의 1은 26kg 이상 체중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릴리의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최고 용량의 파운다요를 복용한 참가자들은 같은 기간 평균 12kg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매일 복용해야 하는 특성상 효과 편차가 발생할 수 있지만, 주사제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환자층을 중심으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비만 치료제가 '특수 치료제'에서 '대중 소비재'로 이동하는 전환점"이라며 "경구제 확산 흐름은 분명하지만 효과와 편의성, 생활 방식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시장이 양분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일라이 릴리는 오는 6일(현지시간)부터 자체 플랫폼 '릴리다이렉트'를 통해 배송을 시작할 계획이다. 미국 내 소매 약국과 원격의료 제공업체를 통해 초기 시장 선점에 나선다. 미국을 시작으로 현재 40개국 이상에 파운다요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그간 높은 약가로 비만 치료제 급여 적용에 신중했던 국가들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구제' 등장에 따라 재검토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만성질환 관리 시장 확대로 시장 자체가 커지는 흐름"이라며 "보험·급여 논의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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