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이지영 기자 | 보험업계 경쟁 구도가 상품 중심에서 채널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설계사 조직을 축으로 정보기술(IT) 기반 플랫폼과 전통 대면 영업이 결합되며 보험 판매 경로가 빠르게 다변화되는 흐름이다. 각 채널이 고유의 강점을 바탕으로 역할을 확장하면서, 단일 경로에 의존하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다층적인 판매 체계가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과거 보험사가 상품 개발과 판매를 주도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판매 채널을 통해 고객 접점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설계사와 소비자 모두 특정 보험사에 종속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선택권 역시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복수 보험사 상품을 비교·추천하는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판매 주도권이 상품에서 채널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채널 간 경계 역시 빠르게 허물어지며 경쟁 구도는 복합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기반 비대면 채널과 전통 대면 영업 조직에 더해 이른바 N잡 설계사까지 가세하면서 보험 판매 경로는 한층 다변화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법인보험대리점(GA)은 단순 판매 조직을 넘어 복수 보험사 상품을 아우르는 채널 허브로 기능하고 있다. 다양한 상품을 유연하게 조합할 수 있는 구조를 기반으로 외형 확장에 속도를 내며, 채널 경쟁 심화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한금서)는 한화생명 전속채널이 갖고 있던 체계적인 교육·영업 지원 시스템에 19개 생명보험사 및 13개 손해보험사와의 제휴를 통한 '생·손보 통합 컨설팅' 환경을 구축했다.
그 결과 2025년 말 기준 한금서의 자회사 GA를 포함한 전체 설계사 규모는 약 3만5000명에 이른다. 피플라이프, IFC를 제외한 한금서 자체 설계사 조직도 출범 당시 1만9000명에서 2만7453명으로 약 50% 성장했다.
한금서의 매출은 출범 첫해인 2021년 3280억원이었던 2025년 2조4397억원으로 확대되며 5년 만에 7.4배 성장했다. 당기순이익은 ▲2024년 1525억원 ▲2025년 1158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1000억원대를 달성했다.
이 같은 성장을 기반으로 한금서는 올해도 영업 현장의 완전판매 프로세스를 고도화해 ‘고객이 가장 먼저 신뢰하는 금융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금서의 성장은 원수사인 한화생명의 신계약 성장으로도 이어졌다. 한화생명의 신계약 APE는 2021년 1조 5731억원에서 2025년 3조 6500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보장성 APE 역시 2년 연속 3조원 이상을 유지했다.
이외에도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자회사 한화피플라이프는 생활밀착형 대면채널 '보험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보험클리닉 매장은 계약 체결 이후에도 언제든 재방문이 가능한 내방형 상담 환경을 기반으로 보험 가입부터 계약 관리·보험금 청구까지 포괄적인 상담이 이뤄진다. 현재 내방형 보험샵은 46개 지점과 상담매니저 100여명 규모로 운영 중이다.
그 결과 한화피플라이프는 높은 생산성과 안정적인 유지율을 기록했다. 보험클리닉 매니저는 내방형 점포 기반의 상담 효율성과 체계적인 운영 시스템을 바탕으로 1인당 월평균 생산성 약 131만원, 월평균 소득 1000만원 이상의 성과를 안정적으로 창출하고 있다.
일부 GA는 상품 비교·제안 기능 고도화에 힘입어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IT 기반 플랫폼형 GA 토스인슈어런스가 운영 중인 언더라이팅 지원센터는 ▲고객 조건별 인수 가능 여부 실시간 검토 ▲대안 보험사·상품 제안 ▲보험료·보장 비교 자료의 월 단위 업데이트 ▲36개 보험사 상품의 변화 모니터링 ▲소속 설계사 대상 맞춤형 상품 탐색 등을 수행한다.
특히 토스인슈어런스는 설계사들이 영업 과정에서 사용하는 디지털 솔루션과 영업지원 앱을 통해 동일하게 구현되고 있다. 일례로 자체적인 IT 기술을 활용해 구축한 ‘상품 내비게이터’는 상담 고객의 성별, 연령 및 원하는 보장 등을 입력하면 제휴된 원수사들의 판매 상품 중 가장 경쟁력 있는 보험을 차례대로 추천해준다.
한편 토스인슈어런스는 2025년 6월 제휴를 맺은 디지털보험사 신한EZ손해보험까지 총 36개 원수사(생명보험사 22개사, 손해보험사 14개사)의 상품을 투명하게 비교해 사용자에게 가장 적합한 맞춤형 보장을 제안한다.
토스인슈어런스의 보험신계약 건수는 ▲2023년 8만9073건 ▲2024년 15만6321건 ▲2025년 22만1819건으로 늘었다. 2025년 말에는 누적 신계약이 50만건을 넘어섰다. 또한 보험신계약 금액은 ▲2023년 124억원▲2024년 248억원 ▲2025년 43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보험 실적의 영향으로 토스인슈어런스 2025년 당기순이익 55억1674만원을 기록해, 2024년(35억8873만원) 대비 53.7%나 증가했다. 이는 2022년에 62억원, 2023년 120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난 것과 비교하면 크게 개선된 수준이다. 지난해 영업수익은 2009억원으로 2024년 대비 67.2%나 증가했다.
디지털 채널 확산에 따라 보험 영업이 비대면·플랫폼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직장인과 프리랜서 등 다양한 인력이 설계사 시장에 유입되는 흐름도 점차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본업과 병행 가능한 ‘N잡러 설계사’를 전면에 내세우며 영업 전략의 무게중심을 재편하고 있다. 지점 운영과 인력 관리에 따른 고정비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영업 접점을 효율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N잡러 설계사 채널의 전략적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는 모습이다.
삼성화재는 N잡러 특성을 반영해 설계사 시험 준비 교육 신청과 강의 수강, 설계사 등록까지 전 과정을 비대면으로 운영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2023년 12월 모바일 영업지원 플랫폼 '원더(wonder)'를 선보이며 N잡러 설계사 채널을 본격화했다. 설계사 입문 교육부터 상품 설계, 청약, 고객 관리까지 보험 판매 전 과정을 디지털로 구현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3분기 기준 약 4800명의 N잡 설계사를 확보했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2024년 3월 비대면 설계사 조직 ‘메리츠 파트너스’를 출범한 이후 기존 대면 조직과의 이해관계 충돌을 최소화하면서도 설계사 유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플랫폼이 좌우하는 보험 판매 경쟁…"데이터·접점 확보가 성패 갈라"
업계는 이 같은 변화를 보험의 플랫폼화가 본격화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유튜브와 IT 기반 플랫폼, 대면 채널, N잡 설계사 등 다양한 접점이 확대되며 고객 확보 경쟁이 전방위로 확산되는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러한 변화 속에서 보험 데이터베이스(DB) 마케팅이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보험상품 경쟁력만으로 차별화가 어려워진 가운데, 고객 데이터의 확보와 활용 역량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데이터 기반 맞춤형 상품 추천과 상담 효율화가 가능해지면서, 영업을 넘어 고객 관리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개인정보 활용 범위와 적법성을 둘러싼 규제 이슈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어, 향후 제도 정비 여부가 시장 확대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 산업이 상품 중심에서 고객과 데이터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은 되돌리기 어려운 구조적 변화기다"라며 "많은 고객 접점을 확보하고 이를 데이터로 연결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시장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DB 마케팅과 데이터 활용이 확대될수록 개인정보 보호와 규제 준수 이슈도 함께 부각될 수밖에 없다"며 "제도 정비 속도와 방향에 따라 플랫폼 중심 유통 구조의 성장 속도 역시 영향을 받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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