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하면 소리를 듣는 것, 즉 청각부터 떠오르지만 귀는 여러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균형을 유지하면서 걸을 수 있는 것은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귀의 전정기관 덕분. 때문에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전정기관은 청각을 담당하는 달팽이관과 붙어 있어 어지럼증과 더불어 난청도 나타날 수 있다. 청각에 문제가 생긴 경우는 물론 어지럼증이 발생했을 때에도 귀의 문제를 염두에 두고 이비인후과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 까닭이다.
이 가운데 대한이과학회가 4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귀의날’ 60주년을 맞이해 이비인후과질환 및 이과학의 국민 인식제고를 위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대한이과학회 박시내 회장(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은 “대한이과학회는 ‘인류 귀 건강을 위해 헌신한다’는 미션을 바탕으로 국민 귀 질환 극복을 위한 연구 및 교류로 사회발전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석증, 근본 치료는 ‘이석치환술’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이비인후과질환은 이석증이다.
이석증은 귀 안쪽 전정기관에 있는 작은 칼슘 결정인 ‘이석’이 정상 위치에서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 안으로 흘러들어가면서 발생한다. 중장년층과 여성에서 흔히 발생하며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주변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증상을 유발한다.
이날 학회는 이석증 자체가 심각한 질환은 아니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어지럼증 같은 증상만으로는 뇌졸중과 감별하기 어렵고 진정신경염, 메니에르병 같은 다른 이비인후과질환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학회는 이석증을 올바로 치료하고 불필요한 약물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석증의 가장 핵심적인 치료는 이석치환술이다. 이석치환술은 머리의 위치를 순차적으로 변화시켜 반고리관 안에 들어간 이석을 원래 위치로 되돌리는 치료방법.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근본원인인 이석의 위치를 바로잡는 것이다. 어지럼증 완화를 위해 흔히 사용되는 전정억제제는 일시적으로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장기간 사용될 경우 전정계의 정상적인 보상과정을 방해하거나 불필요한 약물의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한이과학회 최진웅 공보위원(충남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만일 심한 두통, 복시, 감각 이상 사지의 힘이 빠짐 등 다른 증상들이 동반되면 중추성 어지럼증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정확한 이석증 진단 후 이석치환술을 시행하면 환자는 불필요한 장기간 약물복용을 피하고 일상생활로의 빠른 복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석증은 치료 후에도 재발할 수 있다. 고령, 골다공증, 비타민D 부족, 두부 외상, 장기간 침상 생활 등이 재발요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따라서 적절한 신체활동을 유지하면서 골다공증이나 비타민 D 상태를 관리하고 과거 이석증과 비슷한 증상이 다시 나타나면 조기에 진료받는 것이 좋다.
■영유아 난청, 조기진단 중요...평생 언어능력 좌우
선천성 또는 영유아기에 발생하는 난청은 특히 학령기 아동과 청소년에서 발생비율이 높다. 무엇보다 이 시기는 언어 습득이 이뤄지는 결정적인 시기. 난청이 제때 치료되지 못하면 평생 언어능력 발달, 인지능력, 정서적 유대감 형성에도 영향을 미쳐 조기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학회는 영유아 및 학령기 아동의 경우 난청에 대한 인지가 늦어질 때가 많고 삼출성중이염처럼 약물치료 또는 수술이 필요한 질환이 흔히 발생해 난청이 의심되면 빨리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영유아와 어린이의 청력 평가는 성인과 달리 ▲청성뇌간반응검사 ▲이음향방사검사 등 다양한 검사와 연령에 맞춘 행동 청력검사를 이용해 이뤄진다.
대한이과학회 장영수 공보위원(인제대 상계백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은 “우리나라는 신생아 청력 선별검사가 잘 이뤄지며 아이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기 위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며 “난청이 진단되면 양측 청력상태와 연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청기 또는 인공와우이식술 등 적절한 치료방침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보청기를 통한 청각재활은 효과적인 치료법이지만 환자 입장에선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영유아는 언어습득과 학업에 난청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정상적인 발달을 위해서는 청각재활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는 ‘영유아 보청기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양측성 난청이 있지만 장애등록기준에는 해당하지 않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며 보청기 구입 비용 일부를 지원한다.
■지원 대상 :
- 양측성 난청(좋은 귀의 평균 청력역치 40~59dB(장애 미동록 아동))
- 일측성 난청(나쁜 귀 55dB 이상 & 좋은 귀 40dB 이하)
■연령 상향 : 기존 만 6세 미만 → 2026년부터 만 12세 미만(초증학생 전체)으로 확대
■지원 내용 : 보청기 개당 135만원 한도(최대 2개 지원 가능)
■신청 방법 : 이비인후과 전문의 진단서 및 청력검사 결과 구비 후 관할 보건소 신청
한편 대한이과학회는 1990년 6월 1일 대한이과연구회로 시작해 매년 2회 정기학술대회를 시행하며 귀질환 극복을 위한 연구를 선도해왔다. 산하에는 ▲내시경귀수술 연구회 ▲외이재건 연구회 ▲보청기 연구회 ▲이관질환 연구회 ▲안면신경 연구회 ▲이명 연구회 ▲어지럼 연구회 ▲이식형 청각기기 연구회 등 8개의 임상연구회가 있으며 최근 의사상과 리더상을 제정해 인류의 귀건강을 위해 헌신하며 귀질환 분야의 발전을 이끄는 리더를 선정하고 있다. 또 노인성 난청 국가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정책 개선에도 아낌없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