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경제=김예빈 기자] 정부가 이른바 ‘4세·7세 고시’와 영어유치원식 조기 사교육 과열을 막겠다며 영유아 대상 교습시간 제한, 레벨테스트 금지, 허위·과장광고 규제 강화, 학원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는 만 3세 미만 영유아 대상 인지교습을 전면 차단하고, 3세 이상 미취학 아동에 대해서도 하루 3시간·주 15시간을 넘는 인지 중심 교습을 금지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이미 현장에서는 입학상담을 가장한 편법 테스트 등 규제 회피 움직임이 나타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김영배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영유아 사교육 과열은 분명 시정돼야 할 문제지만, 지금 정부 방식은 원인 치료가 아니라 현상 단속에 가깝다”며 “부모가 왜 영어유치원과 조기 사교육으로 몰리는지에 대한 해답 없이 금지조항만 늘리면 시장은 사라지지 않고 더 음성화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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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서울시교육감] 김영배 서울교육감 예비후보 |
Q. 정부가 내놓은 이번 대책, 왜 문제가 있다고 보나.
김영배 후보는 문제의식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아이들이 학원 입학을 위해 시험을 보고, 부모들이 ‘지금 안 시키면 뒤처진다’는 불안 속에 내몰리는 현실은 분명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늘 비슷하다. 현장의 불안과 경쟁 구조는 놔둔 채, 마지막 단계에서 법과 제도, 금지와 단속부터 꺼내 든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학원법 개정을 통해 영유아 대상 ‘유해교습행위’를 법으로 막고, 과태료 상향과 신고포상금 제도까지 강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부모 불안의 뿌리, 공교육 불신의 원인, 돌봄 공백의 현실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약하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하지 마라”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대신 무엇을 믿고 맡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대책은 금지는 선명하고 대안은 희미하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Q. 김영배 후보는 영유아 사교육 과열의 근본 원인을 무엇으로 보나.
김영배 후보는 첫째는 부모 불안의 구조화다. 대한민국 교육은 너무 오랫동안 ‘늦으면 끝난다’는 공포를 키워왔다. 초등 입학 전부터 영어, 사고력, 발표력, 레벨테스트 준비까지 이어지는 것은 단순한 과열이 아니라, 입시 경쟁이 유아기까지 내려온 결과다. 조기 사교육은 학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상위 학교급의 불안이 아래로 전이된 구조적 현상이다.
둘째는 공교육과 공적 지원에 대한 신뢰 부족이다. 부모들은 국가가 책임 있게 아이의 언어·정서·사회성 발달을 받쳐줄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한다. 그래서 시장으로 간다. 셋째는 돌봄과 교육의 이중 공백이다. 맞벌이 가정, 정보 격차, 지역 간 교육격차 속에서 사교육기관은 단순 교습기관이 아니라 돌봄의 대체재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런 복합 원인을 외면한 채 학원만 압박하면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 형태만 바뀔 뿐이다.
Q. 정부 대책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영배 후보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규제가 현실을 못 이기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유아 레벨테스트를 금지하자 일부 현장에서는 지필시험 대신 상담, 관찰, 말하기 확인 등의 방식으로 우회하는 편법 테스트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규제 발표 직후부터 이런 움직임이 나온다는 것은, 정책이 근본 수요를 누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사교육 시장의 음성화와 정보격차 확대가 벌어진다는 점이다. 제도를 잘 아는 부모, 정보를 빨리 얻는 부모는 규제를 우회할 방법을 찾고, 그렇지 못한 부모만 혼란을 겪게 된다. 결국 공정은 강화되지 않고, 오히려 시장은 더 교묘해진다. 정부가 단속을 강화할수록 부모 불안은 줄어드는 게 아니라 더 비싼 대안을 찾는 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
Q. 김영배 후보는 이번 사안을 통해 정부의 어떤 점을 가장 비판하나.
김영배 후보는 한마디로 말하면, 대안 없는 법과 제도만 만드는 정부라는 점이다.
교육은 법으로 눌러서 해결되는 영역이 아니다. 특히 유아교육과 보육, 조기 언어교육 문제는 부모의 불안 심리, 발달 이해, 가정의 돌봄 여건, 공교육 신뢰가 함께 맞물려 있다. 그런데 정부는 늘 가장 마지막 단계, 가장 쉬운 방식부터 선택한다. 법을 만들고, 금지하고, 처벌 수위를 올리고, 신고를 독려한다. 이것은 정책의 본질이라기보다 행정적 반응에 가깝다.
아이를 위한 정책이라면 부모가 국가를 믿게 만들어야 한다. 학부모가 “그래도 공공 시스템이 있으니 조급하게 사교육에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반대로 가고 있다. 부모를 안심시키지 못한 채 시장만 탓하고 있다. 이것으로는 사교육 과열을 막을 수 없다.
Q. 그렇다면 김영배 후보가 제시하는 대안은 무엇인가.
김영배 후보는 이 문제를 규제 중심이 아니라 안심 중심, 금지 중심이 아니라 대체재 중심으로 풀어야 한다고 본다.
첫째, 유아기 공교육·공공지원의 질을 높이는 ‘안심형 발달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영어를 무조건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놀이·독서·말하기·정서발달 중심의 공공 프로그램을 확대해 부모가 사교육 말고도 선택할 수 있는 질 높은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영유아기의 핵심은 선행학습이 아니라 발달 균형이다. 최근 조선일보 보도에서도 영유아 사교육의 실제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소개된 바 있다.
둘째, 학부모 불안 해소형 정보정책이 필요하다. 무엇이 발달에 맞는 교육인지, 무엇이 과도한 선행인지, 조기 영어교육의 실제 효과와 한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국가가 신뢰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 상담체계를 제공해야 한다. 지금처럼 시장이 정보를 팔고 부모가 불안을 사는 구조를 놔둔 채 금지만 외쳐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셋째, 돌봄과 교육을 함께 보는 현실형 대책이 필요하다. 영유아 사교육 수요의 상당 부분은 교육 수요이면서 동시에 돌봄 수요다. 맞벌이 가정의 현실을 외면하고 교습시간만 자르면 부모는 더 비싸고 더 은밀한 사설시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따라서 방과후·돌봄·놀이·언어노출 프로그램을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공공 대안이 반드시 함께 나와야 한다.
넷째, 입시 불안의 조기 전이 차단이다. 김영배 후보는 초등 저학년부터 기초학력과 독서력, 자기주도학습 역량을 안정적으로 세우는 공교육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유아기 때부터 영어유치원과 레벨테스트로 출발선을 만들려는 현상은 결국 상위 단계 교육 불안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기초학력 책임교육과 공교육 신뢰 회복 없이는 유아 사교육 문제도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는다.
Q. 이번 문제를 김영배 후보의 교육 철학과 연결하면 무엇인가.
김영배 후보의 교육 철학은 분명하다. 교육은 통제가 아니라 책임이고, 금지가 아니라 신뢰이며, 제도가 아니라 안심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다. 사교육 과열을 잡겠다면 부모를 벌주듯 접근할 것이 아니라, 부모가 공교육과 공공 시스템을 믿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법은 필요하다. 그러나 법은 대안을 보완할 때 힘을 갖는다. 대안이 없는 법은 현장을 바꾸지 못하고, 결국 불안만 키운다.
정부가 정말 아이의 발달권을 지키고 싶다면, 먼저 부모의 불안부터 줄여야 한다. 그리고 그 불안을 줄이는 방식은 단속이 아니라 신뢰다. 김영배 후보는 “아이를 지키는 정책은 부모를 겁주는 정책이 아니라, 부모를 안심시키는 정책이어야 한다”며 “서울교육은 규제의 교육이 아니라 안심의 교육, 보여주기 제도가 아니라 책임지는 대안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방향 전환이 없다면 ‘4세·7세 고시’는 이름만 바뀐 채 또 다른 시장으로 되살아날 가능성이 크다.
파이낸셜경제 / 김예빈 기자 goinfoma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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