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하지현 기자 | 청년층의 부채 문제가 개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넘어 사회 전반의 위험 요인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의 채무조정제도가 청년들의 경제적 재기와 심리적 회복에 실질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보장정책의 사회적투자 효과 분석연구: 금융취약청년 대상 채무조정제도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채무조정제도를 이용한 청년은 부채 감소뿐 아니라 정신 건강, 사회적 관계, 경제활동 복귀 등 전반에서 뚜렷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2025년 9월 중순부터 한 달간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채무조정을 이용한 청년 386명과 유사한 조건의 미이용 청년 231명, 비교군인 중장년 이용자 350명을 나눠 분석했으며, 미이용 청년은 월 소득 300만원 이하, 2건 이상의 채무 보유, 30일 이상 연체 상태라는 기준을 적용해 비교 신뢰도를 높였다.
분석 결과는 뚜렷했다. 채무조정제도를 이용한 청년들의 총부채는 평균 19% 감소한 반면, 제도를 이용하지 않은 청년은 2% 감소에 그쳤다. 오히려 미이용 청년의 신용대출 규모는 전년 대비 26.7% 증가해 부채 부담이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적 회복 효과도 확인됐다. 채무조정을 받은 청년은 우울감이 개선될 확률이 미이용 청년보다 12.7%포인트 높았다. 대인관계 개선 가능성은 15.1%포인트, 가족관계 안정 가능성은 8.7%포인트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빚 독촉과 연체 부담에서 벗어나는 경험이 정신적 안정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경제활동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채무조정을 이용한 청년은 중장년 이용자보다 신규 취업 성공 확률이 5.1%포인트, 승진 확률은 4.8%포인트 더 높았다. 청년기에 제공되는 적절한 지원이 노동시장 안착을 앞당기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평가다.
이번 연구는 채무조정이 단순한 사후 구제책이 아니라 청년의 사회 복귀를 돕는 ‘사회적 투자’라는 점을 보여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부채 부담 완화가 개인의 삶을 넘어 노동시장 참여와 생산성 회복으로 이어지며, 결국 사회 전체의 성장 기반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다만 제도의 한계도 지적됐다. 현재 채무조정은 빚이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른 이후에야 개입하는 사후 구제 성격이 강하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장기 연체와 다중채무에 빠지기 전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예방 중심의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채무조정 이후에도 금융교육과 취업 지원, 심리 상담을 연계한 통합 사후관리 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 단순한 부채 감면을 넘어 청년이 안정적인 경제 주체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구팀은 금융취약 청년을 조기에 식별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과 공공 법률 지원 강화, 기관 간 데이터 연계를 통한 통합 플랫폼 구축을 제안했다.
연구팀은 “청년 채무조정은 소모적인 비용이 아니라 사회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며 “청년들이 다시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삶의 의지를 회복할 때 지속 가능한 성장도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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