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노트] 전쟁이 악재로 작용하는 이유… 인플레이션과 금리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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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노트] 전쟁이 악재로 작용하는 이유… 인플레이션과 금리 급등

연합뉴스 2026-04-04 10:30:03 신고

환율은 오르고 증시는 내리고 환율은 오르고 증시는 내리고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3월 19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주가 및 환율 정보가 표시되고 있다. 2026.3.19 jjaeck9@yna.co.kr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미국·이란 전쟁이 4주 차에 접어들었다. 일단 1990년대 이후 미국이 개입된 중동지역에서의 분쟁 사례와는 다른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1991년 1월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했던 1차 걸프전, 2003년 3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던 2차 걸프전, 그리고 2025년 6월에 미국이 이란을 공습했던 사례들에선 미국의 공격이 시작된 직후 전쟁의 승패가 사실상 결정됐고,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빠르게 소멸됐다.

돌이켜보면 중동발 전쟁이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았던 것은 전쟁의 영향이 미미했기 때문이 아니다. 대부분의 전쟁이 단기간에 마무리되면서 공급망 교란이 일시적 충격에 그쳤고, 시장 역시 이를 일회성 변수로 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전쟁은 양상이 다르다. 전황은 늘 변할 수 있지만 단기 종전 시나리오는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고, 전황이 장기화할 경우 과거와는 다른 시장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전쟁의 경제적 파급은 대체로 공급망 교란과 물가 상승을 통해 나타난다. 에너지와 원자재 공급 차질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전이된다. '물가 상승 → 중앙은행 긴축 → 시장금리 상승 → 주식시장 조정'의 조합이, 전쟁이 주식을 비롯한 자산시장 전반에 타격을 주는 경로다.

적당한 인플레이션은 기업이라는 물적 실체를 기반으로 한 주가에 나쁘지 않다. 하지만 과도한 인플레이션은 늘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전쟁이 만들어내는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이 대처하기 힘들다. 전쟁이 가져오는 물가 상승은 경기 과열에 따른 수요 견인형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공급 충격에서 비롯된 비용 전이 인플레이션이기 때문이다.

이런 물가 상승은 통화정책으로 다루기 어렵다. 기준금리 인상을 도구로 사용하는 중앙은행의 긴축정책은 경제에 과잉 수요가 존재할 때 의미를 갖는다. 과도한 수요를 금리 인상을 통해 억제함으로써 물가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긴축정책의 작동 경로다.

그런데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경제 주체들의 과잉 수요와 무관하다. 무엇보다도 긴축이 물가 상승의 원인인 전쟁을 멈추게 할 수 없다.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의 통화정책 역시 유사한 경로를 밟았다. 2021년 하반기부터 미국의 물가가 급상승하기 시작했지만, 당시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이를 공급망 병목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했다.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는 인식 아래 기준금리 인상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2022년 초 전쟁이 발발하면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연준은 뒤늦게 급격한 긴축으로 방향을 틀었다.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 포인트씩 올리는 이른바 '자이언트 스탭'을 연이어 단행했다. 그 결과 금융시장이 급격히 흔들렸다. 금리 급등은 글로벌 유동성을 빠르게 흡수했고, 주식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비용 전이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통화정책은 늘 딜레마에 직면한다. 물가 상승을 방치할 수 없지만 성급한 긴축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을 동시에 압박할 수 있다. 특히 전쟁과 같은 외생적 충격은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난다는 점에서 판단이 더욱 어려워진다.

이번 미국·이란 전쟁으로 금융시장이 추가로 타격을 받게 된다면 그 경로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의 모습과 비슷할 것이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동산 원유의 공급망이 훼손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중앙은행의 긴축과 시장의 장기금리가 급등하는 모습이 상상할 수 있는 나쁜 시나리오다.

전쟁의 장기화 여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겠지만 2022년의 시나리오가 재연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2022년엔 러-우 전쟁 이전부터 이미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당히 높아진 상태였다. 막바지 코로나 확산에 따른 조업 차질로 동남아의 차량용 반도체 생산 차질 등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었다. 또 서구에선 팬데믹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이른바 '보복 소비'가 수요 측면에서 물가를 밀어 올리고 있었다. 여기에 러-우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높아졌다.

2022년과 달리 요즘의 경제 여건은 공급망 교란과 보복 소비의 폭발이라는 특수한 과열 국면을 지나온 상태다.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겠으나 이를 제외한 구조적 인플레이션 압력은 당시보다 현저히 약하다.

중앙은행이 성급한 긴축으로 오판을 범할 위험은 적어도 2022년 러-우 전쟁보다 낮다. 전황에 따라 주가가 일희일비하는 변동성 장세가 불가피하지만, 주식을 보유하고 감내해야 할 국면이 아닌가 싶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신영증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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