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EEZ 조업 협상 타결하든지 조업 손실 피해 보상해야"
(서귀포=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경유 평균 가격이 리터 당 1천959.57원까지 오른 3일 오전 9시 제주 서귀포항.
예닐곱명의 중장년 남성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옆으로 갈치잡이 연승어선 30여척이 정박해 있었다.
연승어선은 한 가닥의 긴 줄(모릿줄)에 일정한 간격으로 달린 낚시로 물고기를 잡는 어선을 말한다. 제주의 연승어선은 대부분 갈치잡이 어선이다.
이곳에서 만난 천남선 서귀포어선주협회장은 "갈치잡이 연승어선은 한 번 나가서 40∼50일 작업하면 인건비 빼고 기름값과 미끼, 어구 등 조업경비로만 약 1억8천만원 나가는데 고기가 안 잡혀서 경비를 충당하기도 어렵다"고 한숨지었다.
그러면서 "선원들에게는 최저 월 300만원씩 줘야 하니까 선주들은 배가 한 번 나갈 때마다 최소 3천만원씩 빚을 내서 인건비를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기도 안 나고 기름값이 크게 오른 현실을 고려해서 정부가 이자 자금이라도 탕감해 주면 외국 선원들 모두 휴가 보내고 배를 한두 달 묶어 놓는 방법이라도 써야 할 판"이라고 강조했다.
주변에 모여든 다른 선주들도 저마다 한 마씩 던졌다.
이란 전쟁이 터지기 전에 200리터 들이 한 드럼에 약 18만원 하던 경유 가격이 현재 28만원으로 10만원 정도 올랐다고 했다.
연승어선 1척당 인건비를 제외한 연간 순수 경비만 9억5천만원에서 10억원 정도 들어가는데 현재 유가 수준으로는 경비만 14억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 급등 전 기준으로 경비의 약 50%가 기름값이라는 설명이다.
원유에서 뽑아내는 원료로 제조하는 포장용 비닐이나 어구 등 관련된 모든 자재 가격도 올라가고 있다는 말에 협회 사무실 분위기는 점점 침울해졌다.
서귀포수협 소속 갈치잡이 연승어선 70여척 가운데 40여척은 설 연휴가 끝난 후 사흘 가량 배를 몰아 800㎞ 이상 떨어진 대만 인근 해역까지 내려갔다. 그런데도 고기가 잡히지 않고 있어 그대로 돌아오지도 못한 채 바다를 떠돌고 있다.
선주들은 저마다 해결책으로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의 조업을 이야기했다.
현재 제주도 근해는 물론 대만 인근 해역의 어황이 좋지 않은 만큼, 어황이 좋은 일본 EEZ에서 조업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다.
10년 전 한일어업협정 협상이 중단되면서 제주 선적 갈치 연승어선들이 일본 EEZ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승어선 선주들은 기름값이 어느 정도 오르더라도 고기를 많이 잡게 된다면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일본 EEZ까지 가까운 거리는 약 160㎞이고 3시간 정도면 갈 수 있어 대만 인근 해역까지 가는 것보다 훨씬 경제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선원 안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
선주들은 "일본 EEZ 조업에 대한 협상을 빨리 마무리하든지 아니면 어업협정을 파기하든지 하고 두 가지 모두 안 된다면 막대한 조업 손실에 대한 피해 보상 대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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