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 버튼을 누르며 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명품관 앞에 줄 서 있는 사람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고공행진 중인 원·달러 환율과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인 국제 금값 등 원자재 가격 부담을 판매가에 그대로 전가하는 모양새다. 경기 불황 속에서도 오늘이 가장 싸다는 특유의 소비 심리 속에 명품을 향한 수요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샤넬코리아는 전날 대표 제품인 샤넬 25 핸드백 가격을 약 3% 인상하며 가격 조정의 신호탄을 쐈다. 그레인드 카프스킨(어린 송아지 가죽을 가공해 내구성을 높인 소재)과 골드 메탈 블랙이 조합된 스몰 사이즈 모델은 기존 가격에서 수십만 원이 뛰어 1042만 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봄 출시 당시 900만 원대였던 이 제품은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수차례 인상을 거듭하며 1000만 원 고지를 넘었다.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 가격이 오를수록 과시욕 때문에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현상)가 국내 시장에서 다시 한번 증명된 셈이다.
인상 속도는 가파르다. 샤넬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 가격 조정을 단행했다. 지난 1월 이미 클래식과 보이 샤넬 등 주요 핸드백 라인업의 가격을 한 차례 끌어올린 바 있다. 샤넬의 최상위 모델 중 하나인 클래식 맥시 핸드백은 현재 2000만 원대에 거래되며 브랜드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다. 가죽 소재인 카프스킨 등 핵심 원자재 수급 비용 상승과 글로벌 본사의 가격 정책이 이번 인상의 공식적인 명분으로 꼽힌다.
지속적인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샤넬코리아의 실적은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 샤넬코리아는 국내 진출 이후 처음으로 연간 매출 2조 원 시대를 열었다. 구체적인 재무 제표를 살펴보면 매출액 2조 130억 원, 영업이익 336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9%, 영업이익은 25% 급등하며 내실을 챙겼다. 당기순이익 역시 24% 늘어난 2561억 원으로 집계되며 고가 정책이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됐음을 보여준다.
명품.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명품업계의 가격 인상 릴레이는 샤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프랑스 하이 주얼리 브랜드 반클리프 아펠은 지난 1월 인상을 단행한 지 불과 두 달 만인 지난 3월 5일 전 제품 가격을 다시 2~5% 올렸다. 미국 보석 브랜드 티파니앤코 역시 지난 2월 주요 제품가를 10% 안팎 조정했다. 특정 반지 모델의 경우 인상 폭이 14%에 달하며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 부담을 키웠다. 주얼리 브랜드들의 경우 최근 국제 금 시세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함에 따라 제작 단가가 상승한 점이 가격표를 고쳐 쓰게 만든 핵심 원인이다.
브랜드들의 이 같은 행보는 한국 시장의 독특한 소비 패턴과 맞물려 있다. 명품이 자산 가치를 지닌다는 인식과 양극화된 소비 성향이 결합하며 가격 저항선이 무너진 상태다. 명품 브랜드들은 한국 소비자들의 견고한 충성도를 확인한 만큼 가격 정책에서의 배짱 행보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유통업계는 하반기에도 환율 변동성과 원자재 수급 불안정이 지속될 경우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명품 시장의 가격 배짱은 단순한 브랜드 가치 유지를 넘어 수익 극대화 전략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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