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어둠, 권력과 일상…톨레도 미술관이 기록한 유럽 미술 황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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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어둠, 권력과 일상…톨레도 미술관이 기록한 유럽 미술 황금기

뉴스컬처 2026-04-03 15:37:16 신고

[뉴스컬처 권수빈 기자] 유럽 미술의 황금기를 수놓았던 거장들의 숨결을 한자리에서 마주하는 기회가 열렸다.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전시회는 미국 톨레도 미술관의 주요 소장품을 통해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이어지는 서구 미술의 흐름을 조망한다. 르네상스 후기부터 바로크, 로코코를 거쳐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시대 속에서 예술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전시는 총 6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회화와 권력', '신화와 기억', '예술의 비즈니스', '삶을 비추는 아름다움의 시선', '자연의 포착', '세계 속의 유럽 미술' 등 각기 다른 테마를 통해 예술가들의 시선을 따라간다. 관람객들은 섹션마다 배치된 작품들을 통해 당시 유럽인들이 무엇을 열망하고 무엇에 경탄했는지를 경험하게 된다.

렘브란트 '깃털 모자를 쓴 청년'. 사진=컬쳐앤아이리더스
렘브란트 '깃털 모자를 쓴 청년'. 사진=컬쳐앤아이리더스

루벤스 등 거장들이 그려낸 권위 있는 초상화, 푸생과 귀도 레니의 고전적 미학, 렘브란트와 프란스 할스로 대변되는 네덜란드의 세속적 초상화, 로코코 특유의 화려한 일상을 담은 샤르댕, 부셰의 작품, 컨스터블과 터너의 풍경화, 고야를 포함한 낭만주의 화가들의 작품 등이 근대 미술로의 이행을 보여준다.

전시 타이틀에 명시된 렘브란트나 고야 같이 국내에서 특히나 친숙한 예술가의 작품은 기대보다 소수에 불과하다. 이들의 대작을 기대하고 발걸음을 옮긴 관람객이라면 다소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당대 유럽에서 큰 족적을 남긴 예술가들의 명작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크다. 뛰어난 작가들의 섬세한 붓 터치를 따라가다 보면 저도 모르게 눈길이 가는 작품이 새로이 생긴다.

대표적으로 '자작나무 아래서, 저녁'은 바르비종파의 거장 테오도르 루소가 1842년부터 1843년 사이에 제작한 작품으로, 퐁텐블로 숲의 황혼을 정교한 필치로 담아낸 자연주의 회화의 정수다. 화면 중앙을 가득 채운 자작나무 무리는 지는 해의 잔광을 받아 황금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극적인 명암 대비를 이루고, 세밀하게 묘사된 나뭇잎과 줄기는 자연의 경외감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인간을 배제하거나 부수적인 요소로 배치함으로써 자연 그 자체를 주인공으로 세웠으며, 고전적인 풍경화의 틀을 깨고 근대적 사실주의로 나아가는 가교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미술사적 가치가 높다.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전시.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전시. 

리플렛의 얼굴이 된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까막잡기 놀이'는 이번 전시의 백미다. 로코코 양식의 정수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눈을 가린 채 술래잡기를 하는 남녀의 모습을 통해 사랑의 맹목성과 찰나의 유희를 우아하게 그려낸다. 화려한 색채와 역동적인 구도 속에는 당시 귀족 사회의 유흥 문화와 인간 본연의 유혹적인 긴장감이 절묘하게 녹아들어 있어 관람객의 발길을 오래도록 붙잡는다.

전시장 내부 관람 환경은 비교적 자유롭다.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사진 촬영이 허용돼 마음에 드는 작품을 기록에 담을 수 있다. 일부 유리 판막이 없는 작품의 경우 유화 특유의 질감을 더욱 생생하게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전시의 원천인 미국 오하이오주의 톨레도 미술관은 1901년 설립된 이래 세계적인 수준의 컬렉션을 구축해온 곳이다. 고대 유리 공예부터 현대 미술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며, 특히 유럽 회화 분야에서 독보적인 가치를 지닌 작품들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지역 사회와의 교감을 중시하면서도 글로벌한 예술적 가치를 지켜온 미술관의 안목이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으로 옮겨졌다.

고야 '수레를 탄 아이들'. 사진=컬쳐앤아이리더스
고야 '수레를 탄 아이들'. 사진=컬쳐앤아이리더스

전시가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예술의 영속성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사조들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했는지, 그 속에서 화가들이 인간과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변주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은 풍요로운 지적 여정이다. 작품 하나하나가 품고 있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면 400년 전 유럽의 공기를 현재로 소환하는 특별한 감동을 맛볼 수 있다.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전시는 오는 7월 4일까지 서울 여의도 더현대 ALT.1 미술관에서 이어진다.

뉴스컬처 권수빈 ppbn0101@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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