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LETTER FROM “컨셉트를 거부하고 셀린느라는 스타일을 말한다.” 마이클 라이더는 2026 F/W 컬렉션을 위해 형식적이고 일반적으로 소개하는 대신 편지 한 통을 보내왔다. 그가 정의한 셀린느의 방향은 전략보다 직관, 계획보다 감각. 옛것과 새것이 뒤섞인 몽환적 무드와 어긋난 비율 그리고 소소하게 비튼 반항적 태도는 완벽함보다 개성과 불완전함을 강조한다. 그의 스타일 철학이 이번 시즌에도 강렬한 반향을 일으킬 것임을 예감한 순간.
2 REHEARSING LIFE 삼삼오오 웃고 떠들며 무용실에 들어서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던 소녀들은 음악이 고조되자 하나의 음악 안에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세실리에 반센은 ‘패션 역시 춤처럼 숱한 연습과 리허설 속에서 완성된다’라는 메시지를 2026 F/W 컬렉션에 담았다. 가볍고 풍성한 세실리에 반센 드레스를 입고 한없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모델들을 바라보는 데 괜스레 눈가가 촉촉해졌다. 우리는 연약하지만 그래서 더 강하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해서다. 세실리에 반센의 2026 F/W 컬렉션 쇼는 내가 왜 여전히 패션을 사랑하는지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3 STARS IN PARIS 미우미우는 엘라, 끌로에는 안나가 컬렉션 쇼장을 뜨겁게 달궜다. 엘라는 리본 장식이 사랑스러운 담백한 화이트 원피스, 안나는 깊은 브이넥에 우아한 드레이핑이 돋보이는 버터색 원피스와 백조 모티프 백으로 완벽한 미우미우 & 끌로에 걸의 모습을 보여준 것. 서울에서 파리로 날아온 반짝반짝한 그들의 모습과 열광적인 팬들의 환호성에 취재하던 한국 프레스들의 어깨가 으쓱 솟았다.
4 IN STILLNESS 아방가르드한 올 블랙의 컬렉션 룩이 클래식 선율을 타고 펼쳐지던 꼼데가르송 컬렉션 쇼장. 핑크 컬러 룩을 입은 모델이 등장하자 갑자기 음악이 멈추며 공간은 순식간에 고요 속으로 침잠했다. 음악이 멈춘 것은 의도였을까, 실수였을까? 설령 실수였다 해도 오히려 압도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 거대한 드레이핑으로 완성된 룩과 런웨이를 울리는 모델의 발걸음 소리, 숨죽인 관객들의 기척이 뒤섞이며 모두 함께 런웨이 위에 선 듯한 신비로운 몰입감을 안겼다. 많은 이들이 꼼데가르송을 변함없이 사랑하고 아끼는 이유를 실감할 수 있었던 쇼.
5 PRELUDE 칠흑 같은 어둠에 잠긴 앤 드뮐미스터 컬렉션 쇼장. 핀 조명이 떨어진 자리에는 얼터너티브 록 듀오 비가일링 주니어(Beguiling Junior)가 서 있었다. 말하듯 툭툭 내뱉는 가사와 달콤 쌉싸름한 멜로디, 느긋하면서도 긴장감이 감도는 퍼포먼스가 이어지며 쇼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모두를 매혹했다. 마치 ‘매혹적인 젊은이’라는 뜻의 그들의 이름처럼 말이다. 이들을 섭외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테파노 갈리치의 음악적 안목과 취향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