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1차전을 내준 현대캐피탈의 필립 블랑 감독이 패배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외국인 선수 교체를 두고는 공정성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그는 챔피언결정전 직전 전력 보강 효과를 본 대한항공의 행보에 대해서는 “절대 공평하지 않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현대캐피탈은 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대한항공에 세트 스코어 2-3(19-25 25-19 25-23 20-25 11-15)으로 졌다. 두 세트를 먼저 내준 뒤 2, 3세트를 가져오며 흐름을 되살렸지만 마지막 5세트를 버티지 못했다.
이날 대한항공의 새 외국인 선수 마쏘는 경기의 핵심 변수였다. 미들블로커로 선발 출전한 마쏘는 서브 1개, 블로킹 2개를 포함해 18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은 양 팀 통틀어 가장 높은 71.4%에 달했다.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급히 합류했지만 높이와 결정력 모두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경기 뒤 블랑 감독도 마쏘의 영향력을 인정했다. 그는 “상대 팀 새 외국인 선수 마쏘는 70%대 공격 성공률을 기록했다”며 “대한항공에 큰 힘이 됐다. 대한항공에 긍정적인 바람을 넣어줄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다만 블랑 감독은 패배 원인을 외부 변수만으로 돌리지 않았다. 그는 현대캐피탈이 임동혁을 상대로 라인 수비를 원활하게 하지 못했고, 블로킹에서도 몇 차례 더 잡아냈다면 경기 흐름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실제로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의 좌우 공격을 막는 과정에서 수비 조직력이 흔들리는 장면을 자주 노출했다.
공격 쪽에서도 아쉬움이 컸다. 레오는 20점과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했지만 공격 성공률은 42.4%에 머물렀다. 허수봉도 14점을 올렸으나 공격 성공률 38.2%, 범실 11개로 기복이 있었다. 블랑 감독은 “경기 중반으로 갈수록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왼쪽으로 토스가 갈 수밖에 없었다”며 “허수봉에게 공이 연속해서 올라가는 상황이 있었는데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또 “허수봉은 마쏘의 높이에 번번이 막혔다”며 공격 선택의 다양성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레오의 몸 상태도 변수로 떠올랐다. 블랑 감독은 “레오가 경기 중 종아리 통증을 느꼈다”며 “타임아웃을 활용해 관리했고 2차전 전까지는 휴식을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수봉 역시 휴식이 필요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1차전부터 풀세트 혈전을 치른 만큼 체력 회복과 컨디션 관리가 2차전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
그러나 경기 뒤 가장 큰 파장은 대한항공의 외국인 선수 교체를 둘러싼 발언에서 나왔다. 블랑 감독은 ‘포스트시즌마다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는 대한항공의 행보가 공정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절대 공평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국제 배구계에서는 선수를 교체하려면 의학적 소견이 있어야 한다. 마음 가는 대로 바꾸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현재 V리그의 규정이기 때문에 따를 수밖에 없고, 그 규정은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기존 외국인 선수 러셀과 결별하고 마쏘를 새로 영입했다. 경기력 저하가 교체 배경으로 거론됐다. 문제는 대한항공의 이런 선택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한항공은 2023-2024시즌부터 3시즌 연속 봄배구를 앞두고 외국인 선수를 바꿨다. 2024년 챔피언결정전 직전에는 무라드 칸 대신 막심 지갈로프를 영입해 통합 4연패를 달성했다. 지난해 3월에는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를 내보내고 러셀과 계약했다.
이 때문에 배구계 안팎에서는 외국인 선수 교체 시한이 없는 현행 규정이 공정한 경쟁을 해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다른 주요 프로스포츠 종목들이 선수 등록과 이적 기한을 두는 것은 포스트시즌 직전 비정상적인 전력 보강을 막기 위해서다. 반면 V리그는 국내 선수 등록만 3라운드 종료일까지로 제한할 뿐 외국인 선수는 시기 제한 없이 교체가 가능하다. 챔피언결정전 직전 새 선수가 합류해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구조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