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의 ‘종량제봉투 1인당 구매 제한’ 발언이 나오자마자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이 제동을 걸면서 정책이 철회됐다.
다만 이번 사안을 두고 충분한 행정적 대응 여지가 있음에도 일괄 규제부터 검토한 정부의 관료주의적 접근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향후 유사한 규제 도입 과정에서도 보다 면밀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은 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종량제 봉투 구매 제한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김 장관이 봉투 구매 제한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논란이 이어지자 그에 대한 입장을 하루만에 번복한 것이다.
김 장관은 종량제봉투 가격 인상 우려를 두고 “생산업체에서 원가 상승분 반영을 요청해 조정하기로 했지만 소비자 가격에 바로 반영되지는 않는다”며 “당장 사재기를 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일반봉투 사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냐는 질문에는 “최악의 경우다. 지금 단계에서 그럴 필요는 없다”고 답변했다.
앞서 김 장관은 일부 지역에서 사재기 조짐이 나타날 경우 공급 차질이 우려된다며 앞서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당시 마스크 사례처럼 1인당 구매량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실제 정부도 지자체를 대상으로 판매 제한 지침을 검토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해당 발언 이후 종량제 봉투 수급 불안과 구매 제한 여부를 둘러싼 혼선이 커지자 청와대가 직접 나서 구매 제한은 시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강유정 청와대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전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은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쓰레기봉투 수급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구매 수량 제한을 하지 말 것’, ‘지역별 조정 등 역할을 해줄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결국 정부는 종량제 봉투 수급 불안을 해소하는 한편, 구매 제한과 같은 직접 규제는 도입하지 않기로 결론 냈다.
이번 사안을 두고 지자체 재고 관리 등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음에도 정부가 일괄 규제부터 검토하면서 행정 편의적 접근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욱이 중동발 불안 심리가 생활필수품 시장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종량제 봉투 사재기와 품절 현상이 나타나면서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도 커진 상태다. 이 같은 시점에서 나온 김 장관의 발언이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혼선을 보다 키웠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앞서 일부 지자체는 ‘일반 비닐봉투 배출 한시적 허용’ 등 대응책을 마련했고 일부 마트에서는 ‘종량제봉투 1인당 구매 제한’ 안내문이 게시되는 등 현장에서는 선제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여전히 정부는 종량제봉투 품귀현상에 대해 “공급 여력이 충분하다”며 진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전쟁의 불안을 틈타 가짜 뉴스로 선동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투명한 정보 공개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향후 에너지 절약 정책 등 유사한 규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보다 충분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윤왕희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의 ‘종량제봉투 1인당 구매 제한’ 충분한 검토 없이 나온 것으로 보이는데, 그 배경에는 국가 중심의 통제 위주 정책이 오랜 기간 지속돼 온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특히 한국은 코로나19 시기에도 드러났듯 규제와 행정 통제가 강한 국가로, 이러한 정책 문화가 반복적으로 유사한 대응을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앞으로 나올 기후·에너지 정책에서도 같은 문제가 재현될 수 있다. 권위주의 시기의 관행에서 벗어나 정책과 규제를 분리하고 특히 규제는 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체계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며 “아울러 즉흥적 대응이 아닌 장기적이고 신중한 검토를 바탕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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