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이미 반려동물 1천500만명 시대다. 넷 중 한 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고, 반려견만도 500만마리 안팎으로 추정된다. 반려견은 이제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법의 기준은 애정이 아니라 책임이다.
실제 판결을 보면 그 무게를 실감하게 된다. 인천지법은 2024년 마당에서 기르던 맹견이 대문 밖을 나가 행인에게 달려들어 발생한 사건에서 견주에게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인천지법 2024고단5430 판결). 피해자는 넘어지면서 전치 12주의 상해를 입었다. 법원은 “목줄이나 입마개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고 대문을 잠그지도 않은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잠깐의 방심’이 형사처벌로 이어진 것이다.
최근에는 처벌 수위가 한층 더 높아진 판결도 나왔다. 대법원은 2025년 12월 맹견을 목줄과 입마개 없이 방치해 4차례의 개 물림 사고를 일으킨 견주에게 금고 4년 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고, 맹견 몰수 명령까지 유지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은 얼굴 등 중요 부위를 물려 수술을 받았고, 치료 중 급성 패혈증으로 위독한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재판부는 “사고 방지를 위한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분명히 밝혔다. 반복적 방치는 더 이상 과실의 문제가 아니라 중대한 범죄로 평가된 것이다.
민사상 책임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공원에서 목줄을 놓친 사이 반려견이 어린아이를 물어 치료가 필요해진 사건에서 법원은 견주에게 치료비 전액과 함께 수백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의정부지법 2016가단8442 판결). “평소에는 얌전했다”는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반려견이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견주의 관리·감독 의무를 엄격히 보고 있다. 또한, 목줄을 하지 않은 채 키우던 진돗개가 대문을 열자 뛰어나가 애완견을 공격하는 바람에 제지하던 애완견 주인이 넘어져 중상해를 입은 사건에서는, 상해로 인한 노동능력상실 손해까지 더해져 견주에게 2천900여만 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기도 했다(부산지법 동부지원 2018가단209302 판결). “반려견이 직접 물지 않았더라도, 통제되지 않은 행동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면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반려동물 등록제, 외출 시 리드줄과 입마개 착용 의무는 단순한 행정 규제가 아니다. 이는 반려견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특히 맹견의 경우 통제 실패가 곧 중상해와 중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최근 판결들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반려견을 가족이라 부르는 사회라면 그 사랑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한다. 산책길에서 줄을 단단히 잡는 일, 대문과 울타리를 점검하는 일, ‘우리 개는 안 문다’는 방심을 경계하는 일이 결국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최근 판결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는 애정의 크기가 아니라 책임의 깊이에서 완성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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