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여성, 살해당하기 3주 전, 경찰에 스토킹 상담
경찰 "피해 진술·가해자 밝히지 않아 전수조사 못해"
(창원=연합뉴스) 정종호 박영민 기자 = 경남 창원에서 대낮에 발생한 흉기 피습 사건으로 숨진 피해 여성이 전 직장동료이자 이 사건 피의자인 남성의 위협으로 경찰에 상담받은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성이 스토킹과 관련한 보호 조치를 주저해 경찰에 스토킹 신고가 접수되지 못한 상황에 이번 사건이 벌어지면서 관계성 범죄에 대한 피해자 보호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전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한 아파트 현관 입구에서 흉기에 찔려 사망한 20대 여성 A씨는 지난달 5일 창원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여성청소년수사팀에서 스토킹과 관련한 문제로 상담받았다.
당시 A씨는 "한때 연락하던 사람인데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다. 그런데 계속 연락이 와서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취지로 상담받았다.
경찰은 "계속 연락이 오면 스토킹 신고나 사건 접수가 가능하다"며 "피해 사실이 있으면 진술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당시 A씨는 구체적인 피해 사실이 아직 없다면서 남성에 대한 정확한 인적 사항을 밝히지 않았다.
그 뒤 B씨는 지난 27일 오전 직장동료이자 사건 피의자인 30대 남성 B씨에게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A씨·B씨는 과거 같은 직장 다른 부서에서 근무했던 사이로, 지난해 10월 약 한 달간 연락을 하던 사이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던 중 A씨가 B씨에 대한 이상함을 느끼고, 연락을 더 이상 하지 않으려고 하자 B씨는 A씨에게 집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A씨는 지난 1월 가족 병간호와 B씨의 집착 등 사유로 직장에서 퇴사했다.
그 뒤 B씨는 A씨에게 신변에 위협이 될만한 문자메시지를 5건 보냈다.
이 같은 문자 내용에 A씨는 경찰서를 직접 찾아가 상담받았으나 구체적인 피해 내용을 알리지 않으면서 아무런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다.
특히 B씨는 A씨 퇴사 이후 주변인에게 "A씨를 죽이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경기 남양주시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사건과 관련해 지난 3월 수사 중인 관계성 범죄 사건에 대한 전수 점검에 나섰으나, 학대 예방 경찰관(APO) 시스템상에 이 상담과 관련한 내용도 기재되지 않으면서 조사 대상조차 되지도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진술하지만 처벌은 불원하는 경우라도 APO 시스템에 입력하게 돼 있으나 이 상담은 피해 사실 진술이 없었고, 피해자가 가해자를 밝히지 않은 상황이라 전수 조사를 하기에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경찰 등 관계기관에서 스토킹 위험성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에 상담 등 도움을 요청했다는 사실만으로 본인이 위협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진술이 없어서 가해자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사안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어 "신고자는 위험 상황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를 한다"며 "위험성 평가 문턱을 낮춰 보호 지원을 하고 사회 안전망을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씨 상담 이후 약 3주 뒤인 지난달 27일 오전 B씨는 건강 문제로 퇴사한 다음, A씨 거주지로 찾아갔다.
B씨는 A씨가 나올 때까지 약 1시간 20분가량 기다린 뒤 A씨를 데리고 자신이 사는 아파트로 택시를 타고 함께 이동했다.
택시에서 내린 B씨는 A씨와 한참 대화를 나누다 자신 아파트 현관 입구에서 A씨를 소지하고 있던 흉기로 찌른 뒤 자해했다.
A씨는 사건 하루만인 지난달 28일 병원에서 치료받다 숨졌고, B씨 역시 치료 중 지난달 31일 사망했다.
경찰은 B씨가 A씨에 대한 과도한 집착 등으로 범행했다고 보고, A·B씨가 다녔던 회사와 주변인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다만 살인 혐의 피의자인 B씨가 숨지면서 이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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