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 곳곳을 둘러보면 가전제품이 없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전기는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거실에는 텔레비전과 셋톱박스가 있고, 주방에는 냉장고와 전자레인지가 자리를 잡고 있으며 침실에는 조명과 가습기까지 돌아간다. 이 많은 전자기기를 한꺼번에 사용하려면, 벽에 붙은 콘센트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도구가 바로 여러 개의 플러그를 꽂을 수 있는 멀티탭이다.
많은 사람이 멀티탭을 그저 구멍이 많은 연결 도구로 생각하지만, 사실 전기를 분산해서 공급하는 정밀한 장치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무심코 많은 기기를 연결해 사용하다 보면,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올바른 멀티탭 사용법을 알아보자.
기기마다 다른 소모 전력 파악하고 뒷면 숫자 확인하기
한국전기안전공사에 따르면, 멀티탭을 사용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부분은 제품 뒷면에 적힌 정격 용량이다. 보통 멀티탭 뒷면을 살펴보면, 10A 250V AC와 같은 문구가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해당 제품이 견딜 수 있는 최대 전압과 전류를 나타내는 수치다. 여기서 최대 전력을 계산하려면 전류와 전압을 곱하면 되는데, 앞서 말한 수치를 기준으로 하면 대략 2000W 정도가 안전 범위의 한계선이 된다.
하지만 이 수치는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한계치일 뿐, 실제로는 전체 용량의 80퍼센트 정도만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가전제품 중에는 유독 전기를 많이 소모하는 종류가 있다. 겨울에 자주 쓰는 전기히터나 주방의 필수품인 전자레인지, 매일 사용하는 전기밥솥과 머리를 말리는 헤어드라이기가 대표적이다. 이런 기기들은 작동하는 순간 엄청난 양의 전기를 끌어다 쓰기 때문에 멀티탭 하나에 여러 대를 동시에 꽂으면 순식간에 과부하 상태가 된다.
만약 2000W 용량 멀티탭에 1000W가 넘는 고출력 기기를 두 개 이상 연결해 사용한다면, 전선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피복이 녹아내릴 수도 있다. 이런 위험을 막으려면 전력 소모가 큰 가전제품은 되도록 벽면에 있는 단독 콘센트에 직접 연결해 사용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멀티탭을 써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주변에 열이 발생하는 물건이 없는지 확인하고 선이 꼬이지 않게 펼쳐서 사용하는 게 좋다.
차단기 먹통 만드는 문어발식 멀티탭 연결
부족한 콘센트 자리를 늘리려고 멀티탭에 또 다른 멀티탭을 연결하는, 이른바 문어발식 연결은 화재를 부르는 지름길이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연결하면, 전기가 흐르는 통로가 복잡해지면서 저항이 커지고 과도한 열이 발생한다. 전선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 불꽃으로 번질 수 있다.
일부 멀티탭에는 과부하가 생겼을 때 전원을 자동으로 차단하는 안전장치가 달려 있다. 그러나 문어발식으로 여러 개의 멀티탭을 엮어 사용하면, 이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첫 번째 멀티탭에서 감지해야 할 과부하 신호가 다음 연결된 기기들 때문에 왜곡되면서, 차단기가 내려가야 할 상황인데도 전기가 계속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에 너무 많은 기기를 연결하기보다는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는 뽑아두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또한 개별 스위치가 달린 제품을 사용해 필요한 구멍만 전기를 공급하는 것도 에너지를 아끼고 안전을 지키는 좋은 방법이다. 스위치를 끄는 것만으로도 대기 전력을 차단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5년 지난 멀티탭은 당장 교체해야
멀티탭도 우리 몸처럼 나이를 먹고 수명이 다하는 소모품이다. 구입한 지 5년 정도 지났다면,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내부 부품이 노후화됐을 수 있다.
만약 멀티탭 본체의 흰색 부분이 노랗게 변색됐거나 플러그를 꽂았을 때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면 수명이 다했다는 신호다. 전원을 연결했을 때 지지직거리는 소음이 들리거나 타는 냄새가 난다면, 그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새 제품으로 바꿔야 한다.
먼지 역시 전기를 사용하는 곳에서는 치명적인 적이다. 구석진 곳에 놓인 멀티탭 구멍 사이에 쌓인 먼지는 공기 중의 수분과 만나면서 전기가 흐르는 통로가 돼 스파크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이를 방지하려면 주기적으로 전원 코드를 모두 뽑은 상태에서 마른 천으로 겉면을 닦아내야 한다. 틈새에 낀 미세한 먼지는 면봉을 이용해 살살 긁어내면, 구석구석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다. 이때 물기가 있는 걸레를 쓰면 감전이나 고장의 원인이 되므로 반드시 마른 상태의 도구만 사용해야 한다.
집 안의 멀티탭은 정기적으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선이 꺾여 있거나 무거운 가구에 눌려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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