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뉴욕증시가 미국과 이란 간 거친 설전에도 불구하고 낙관론을 유지하며 강세로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란이 종전 협상을 둘러싸고 연일 자극적인 발언을 주고받고 있으나, 양측 모두 전쟁 장기화를 원치 않는다는 인식이 시장에 자리 잡으면서다.
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24.23포인트(0.48%) 오른 46,565.7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46.80포인트(0.72%) 상승한 6,575.32를,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 종합지수는 250.32포인트(1.16%) 뛴 21,840.95에 마감했다.
장중 내내 미·이란 관련 발언이 쏟아지며 지수는 빠르게 오르내렸지만, 종전 협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결국 우위를 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 초반 “이란 새 정권의 대통령이 방금 미국에 휴전을 요청해왔다”며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개방되고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으며 안전이 확보될 경우 이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때까지 우리는 이란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도록 후려칠 것”이라며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이란 측도 즉각 반발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트럼프의 ‘석기시대’ 발언 직후 “호르무즈 해협은 전적으로 우리 통제하에 있다”고 주장하며 이스라엘 소유 유조선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란 외무부는 트럼프가 언급한 휴전 요청은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양측 모두 ‘출구’를 완전히 닫지는 않는 모습이다.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미국민을 대상으로 한 서한에서 비교적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며 긴장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9시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관련 연설을 앞두고 일부 차익 실현에 나서며 포지션을 조정했다.
패트릭 라이언 매디슨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전략가는 “시장은 앞으로 몇 주 안에 어떤 식으로든 해결책이 나올 가능성을 감지하는 것 같다”며 “완전히 안심할 수 있다는 발표가 없는 한 단기적으로 거래는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유가와 지정학 리스크에 민감한 에너지 섹터가 4% 가까이 급락했고, 필수소비재도 약보합권에 머물렀다. 반면 소재, 통신서비스, 기술, 산업 업종은 모두 1% 이상 오르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관련주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날도 3% 가까이 상승하며 랠리를 이어갔다. 마이크론테크놀러지는 9% 가까이 급등해 지난달 하락분을 상당 부분 만회했고, AMD·램리서치·ASML 등 주요 반도체 종목도 3% 안팎 오름세를 보였다.
인텔은 약 9% 급등했다. 과거 사모펀드 아폴로매니지먼트에 매각했던 반도체 제조공장 지분을 2년 만에 재매입하기로 하면서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실적과 전망이 부진한 소비 관련주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나이키는 실적 가이던스가 기대에 못 미친 데다 중국 매출 전망이 ‘쇼크’ 수준으로 제시되면서 15% 넘게 폭락했다. 고급 가구업체 RH 역시 연간 매출 성장률 전망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19% 급락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미국의 거시지표는 전반적으로 예상치를 웃돌며 경기 둔화 우려를 다소 누그러뜨렸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2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 증가해 시장 예상치(0.5%)를 상회하며 전월의 역성장에서 벗어났다. ADP 전미 고용보고서에서는 3월 민간 고용이 전월 대비 6만2천명 증가해 예상치(4만명 증가)를 웃돌았다. 보건·의료 분야 고용이 특히 견조했다.
제조업 경기 역시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2.7을 기록해 전달보다 0.3포인트 상승했으며, 시장 전망치 52.5도 상회했다고 밝혔다. 기준선인 50을 웃도는 수치가 이어지면서 제조업 확장 국면이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다.
금리 전망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은 연말까지 25bp(0.2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약 2.0%로 반영하는 한편, 25bp 금리 인하 가능성도 20% 수준으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성장, 지정학 변수에 따라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향후 행보에 대한 베팅이 분산된 모습이다.
시장의 공포 지표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장 대비 0.71포인트(2.81%) 내린 24.54를 기록했다. 변동성 수준은 여전히 평시보다 높은 편이지만, 미·이란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던 시기와 비교하면 다소 진정된 양상이다.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기 지표, AI·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성장주 모멘텀 사이에서 신중한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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