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밥을 먹으면서도 정작 밥을 푸는 도구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밥솥에서 막 지은 밥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며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다. 밥솥 내부 온도는 100도에 가까운 만큼, 주걱은 뜨거운 밥과 직접 맞닿게 된다.
이처럼 높은 온도에서 사용하는 도구인 만큼, 주걱은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만큼이나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 재질에 따라 열을 견디는 정도가 다르고, 시간이 지나면서 표면이 변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가족이 매일 먹는 밥을 더 안전하게 관리하려면, 주걱의 재질부터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플라스틱 주걱, 위험 성분 녹아 나올 수도
집집마다 하나씩은 있을 법한 플라스틱 주걱은 가볍고 값이 싸서 많이들 쓴다. 그러나 저가형으로 제작된 플라스틱 주걱은 고온에 상당히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펄펄 끓는 밥솥 안의 밥을 푸는 과정에서 주걱이 뜨거운 열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눈에 보이지 않는 포름알데히드 같은 해로운 성분이 나올 수 있다. 플라스틱은 원래 열이 가해지면 부드러워지거나 형태가 변하는 성질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화학 물질이 음식으로 스며들 수 있다.
또한 플라스틱 주걱을 오래 쓰다 보면 표면에 잔스크래치가 생기거나 끝부분이 마모돼 닳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긁히고 벗겨진 틈 사이로는 미세 플라스틱이 떨어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밥솥의 거친 내벽과 부딪히며 생긴 작은 상처들은 씻어도 잘 닦이지 않는 세균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만약 플라스틱 소재를 고집해야 한다면 반드시 내열 온도 표시가 명확히 되어 있는지 살펴야 하고, 식품용으로 인증받은 안전한 제품인지 거듭 확인해야 한다. 열에 강하지 않은 플라스틱을 뜨거운 밥이나 국물 요리에 쓰는 행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플라스틱 주걱은 처음 살 때는 깨끗해 보이지만, 쓰면 쓸수록 표면의 윤기가 사라지고 거칠어지는 특징이 있다. 이런 상태로 계속 밥을 푸면 주걱에 밥알이 더 잘 달라붙게 되고, 이를 떼어내려다 보면 주걱에 더 큰 흠집을 내게 된다. 따라서 뜨거운 조리 환경에서는 열에 강한 실리콘이나 금속 재질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
부식 걱정 덜어주는 스테인리스 주걱 속 숫자 확인법
플라스틱의 대안으로 스테인리스 주걱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금속 특유의 견고함 덕분에 오래 쓸 수 있고, 위생적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테인리스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어떤 등급의 금속을 썼느냐에 따라 시간이 흐른 뒤의 상태가 완전히 달라진다. 저가형 스테인리스는 내구성이 떨어져서 겉보기와 달리 녹이 쉽게 생기거나 부식되는 일이 잦다. 만약 주걱 표면이 부식되면, 그 과정에서 중금속 성분이 밥과 섞일 위험이 있다.
스테인리스 주걱을 고를 때는 제품 어딘가에 적힌 '304'라는 숫자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 304등급은 녹이 잘 슬지 않고 열에도 무척 강해서 고급 주방 기구에 주로 쓰이는 소재다. 이 등급의 제품은 최대 900도까지 견딜 수 있을 만큼 열 저항력이 뛰어나다. 밥솥의 뜨거운 열기 정도는 가볍게 버텨내기 때문에 유해 성분 걱정 없이 안심하고 쓸 수 있다. 튼튼한 만큼 변형도 적어 한 번 사두면 오랜 기간 위생적으로 활용하기 좋다.
다만, 스테인리스 주걱을 쓸 때 주의할 점은 밥솥 내솥과의 마찰이다. 금속 재질은 딱딱하기 때문에 밥솥 안쪽의 코팅을 긁어 놓을 수 있다. 내솥 코팅이 벗겨지면 밥솥 자체에서도 나쁜 성분이 나올 수 있으므로, 스테인리스 주걱을 사용한다면 밥을 푸는 과정에서 내벽을 강하게 긁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되도록 끝부분이 둥글게 처리됐거나 부드럽게 마감된 제품을 골라야 소중한 밥솥도 오래 아껴 쓸 수 있다.
밥풀 달라붙지 않고 세척까지 쉬운 실리콘 소재
위생과 안전을 모두 고려했을 때 가장 권할 만한 소재는 실리콘이다. 실리콘은 고온에서도 성질이 변하지 않는 특징이 있어 주방용품으로 각광받는다. 보통 300도 정도의 높은 온도까지 너끈히 견디기 때문에 갓 지은 뜨거운 밥을 젓는 데 이보다 적합한 재질은 없다. 실리콘 주걱은 소재 자체도 부드러워 밥솥 내솥에 흠집을 내지 않는다. 밥솥 안쪽을 부드럽게 훑어주기 때문에 코팅을 보호하면서도 구석구석 박힌 밥알을 깔끔하게 모을 수 있다.
또한 실리콘 표면의 특성상 밥풀이 잘 달라붙지 않아서 밥을 뜬 후에 설거지하기가 훨씬 편하다. 세척 후에도 물기가 금방 마르는 편이라 곰팡이나 세균 번식 걱정도 덜어준다. 실리콘 주걱은 관리도 수월하다. 뜨거운 물에 삶아서 소독할 수 있는 제품이 많아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싶은 이들에게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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