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가 제안하는 이 시대의 미니멀리즘에 대해.
지난 3월 25일, COS(이하 코스)가 2026 봄-여름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한국에서 개최된 첫 번째 패션쇼로, 유럽 주요 도시와 뉴욕 패션 위크를 거쳐온 코스가 새로운 무대로 서울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디자이너 카린 구스타브슨(Karin Gustafsson)은 쇼 직후 “서울은 정말 멋진 곳이다. 브랜드와 이 도시는 서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서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이번 쇼는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위치한 브루탈리즘 건축 양식의 공간에서 펼쳐졌습니다. 해당 장소는 글로벌 패션 쇼 연출을 이끄는 프로덕션, 뷰로 베탁(Bureau Betak)의 손을 거쳐 재탄생했는데요. 텅 빈 수영장을 캔버스로 삼아 기하학적인 구조로 재구성한 이 공간은 코스 특유의 절제된 미학을 하나의 장면으로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쇼 프런트 로우에는 브랜드의 글로벌 앰버서더 박규영을 비롯해 엠마 로버츠,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디에고 칼바까지 국내외 유명 셀러브리티들이 자리했습니다.
빈자리가 하나 둘 채워지고 잠시 후 익숙한 소리가 장내를 가득 채웠습니다. “손잡이를 잡고 노란 안전선 안에 타십시오.” 서울 지하철에서 채집한 도시의 소리를 배경으로, 첫 번째 모델이 플랫폼 위에 등장하며 쇼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잘 알다시피 런웨이에서 오프닝 룩이 지니는 의미는 상당히 큽니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메시지를 가장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이번 시즌 코스 역시 이를 명확하게 보여줬습니다. 둥근 칼라 디자인이 인상적인 화이트 톱과 절개 디테일의 스커트, 투명한 슈즈로 완성한 이 룩은 ‘정제된 미니멀리즘’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어 1990년대 미니멀리즘을 떠올리게 하는 간결한 디자인의 룩들이 차례대로 등장했습니다. 슬레이트 그레이, 웜 브라운, 크림, 화이트 컬러를 중심으로 말이죠. 동시에 80년대 파워 드레싱을 연상시키는 파워 숄더도 눈에 띄었는데요. 테일러링은 유연한 소재와 절제된 드레이핑으로 새롭게 해석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착시 효과도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데님 셋업처럼 보였던 룩은 사실 실크 소재 위에 스티치 디테일을 적용한 디자인이었죠. 이는 ‘실물로 착각할 정도로 정밀하고 생생하게 묘사한 그림’이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 트롱프뢰유(Trompe l’oeil) 기법으로, 소재에 대한 인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이번 컬렉션에서는 소재의 변주가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실크가 있었는데요. 컬렉션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었죠. 우아하게 드레이핑된 오프숄더 드레스와 정교한 주름 디테일이 돋보이는 셔츠가 그 예입니다. 미묘한 광택을 띠는 가죽과 기능성 소재는 실루엣을 더욱 강조했으며, 은은하게 비치는 소재는 움직임에 따라 신체 라인을 드러내며 절제된 세련미를 완성했습니다.
한편, 이번 코스 2026 봄-여름 컬렉션은 한동안 뜸했던 ‘See Now, Buy Now’ 방식으로 선보였습니다. 쇼에서 공개된 일부 아이템은 코스 공식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