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이란의 비밀 지하 핵시설을 급습해 비축해둔 농축 우라늄을 수거한다는 구상은 다소 황당하게 들릴 수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정권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한다는 이번 전쟁의 주요 목표를 달성하고자 검토 중인 방안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다만 BBC가 인터뷰한 군사 전문가들과 전직 미 국방부 관리들은 극도로 어렵고 까다로운 작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상군 투입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작전을 완료하는 데 며칠에서 몇 주가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 국방부에서 중동 담당 차관보를 역임한 믹 멀로이는 이란의 우라늄 비축량 압수는 "역사상 가장 복잡한 특수 작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우선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고려 중인 여러 군사 조치 중 하나일 뿐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재개방하도록 하르그섬을 장악하는 등의 방안도 존재한다. 또한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새로운 군사 작전을 전개할 수 있다고 위협할 수도 있다.
BBC의 미국 파트너인 CBS 뉴스와의 지난 31일 전화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보유한 농축 우라늄을 제거하거나 파괴하지 않은 채 이번 전쟁의 승리를 선언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측이 입은 피해를 언급하며 이란이 지닌 농축 우라늄 비축량이 지닌 중요성을 축소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그것들은 너무나도 깊숙이 묻혀 있기에 그 누구에게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은 "깊이 묻혀 있다…그래서 꽤 안전하다. 하지만 우리는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은 미국이 이란의 농축 우라늄 확보 작전을 검토 중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 후에 나왔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농축 우라늄 확보에는 여러 중대한 작전상 난관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 고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전쟁 발발 당시 이란은 60% 농축 우라늄 약 440kg을 쌓아두고 있었다. 무기급 기준인 90% 농축 기준치까지 비교적 빠르게 농축될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이란은 20% 농축 우라늄 약 1000kg, 의료 연구용으로 허용되는 3.6% 농축 우라늄 8500kg도 보유하고 있다.
폭탄이나 미사일 제조에 쉽게 사용될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대부분은 테헤란 남부 이스파한에 저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파한 시설은 지난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습한 이란의 지하 핵 시설 3곳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 외 장소에 얼마나 많은 고농축 우라늄이 저장돼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오바마와 트럼프 행정부에서 고위 국방부 관료를 지낸 제이슨 캠벨은 미국이 우라늄 비축량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다면 회수 작전의 난이도는 내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회수하려는 목표물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는 것"이라는 그는 "그러나 만약 4곳의 다른 장소에 분산돼 있다면, 작전의 난이도는 전혀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이스파한 외에도 지난해 벌인 '미드나이트 해머('한밤중의 망치'라는 뜻)' 작전 목표였던 포로도와 나탄즈의 시설에도 고농축 우라늄이 저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대부분은 이스파한에, 일부는 나탄즈에 저장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그로시 사무총장은 2025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사찰단이 이란에서 철수한 이후 해당 시설들을 방문할 수 없었다며, 더 자세한 정보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조사관들이 다시 현장을 방문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많은 의문점이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이 고농축 우라늄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곳에 접근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올해 미국과 이스라엘 공습 이전, 이란이 핵 시설 인근의 지하 시설을 강화했다는 징후가 있다. 이스파한의 경우, 올해 2월에 촬영된 위성 사진에 따르면 터널 단지의 모든 입구가 흙으로 막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렇게 되면 군사 작전이 더욱 까다로워진다.
이번 전쟁 발발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은 줄곧 공습만으로 이란 해군, 탄도미사일 능력, 산업 기반 등을 크게 파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목표물과 달리, 이란의 농축 우라늄 회수는 지상군 투입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미국은 중동에 배치된 제82공수사단 일부 병력을 활용해 이스파한과 나탄즈 일대를 통제한 뒤, 핵 물질 처리 훈련을 받은 특수 작전 부대를 투입해 농축 우라늄을 회수할 수도 있다. 이란의 우라늄은 기체 형태로 대형 금속 용기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 사진에 따르면 이스파한과 나탄즈 입구는 앞선 미군의 공습으로 심하게 파손된 상태다. 이에 미군이 지하 깊숙이 묻힌 터널에 저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농축 우라늄을 손에 넣으려면 중장비를 동원해 잔해를 파헤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란이 반격할 가능성도 있다.
캠벨은 "현장에 도착해 우선 땅을 파헤친 뒤 (농축 우라늄을) 찾아내야 하는데 그 과정 내내 계속 위험이 뒤따른다"고 지적했다.
그 과정에서 이란이 어떻게 대응할지, 또는 자국의 주요 핵시설을 목표로 하는 미군 지상군을 얼마나 크게 위협할지는 미지수이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 산하 '스코크로프트 중동 안보 이니셔티브'의 비상주 선임 연구원인 알렉스 플리차스 전 미국 국방부 관리 역시 미국과 이스라엘은 "필요시 이러한 유형의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이란의 방어 능력을 약화시켜왔다"면서도 이러한 회수 작전에는 "큰 위험이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미군 지상군은 이란에서 3번째로 큰 도시이자, 내륙으로 약 482km 떨어진 이스파한에 고립될 수도 있다.
플리차스 연구원은 "거리가 멀어 (의료 후송이) 쉽지 않다. 아울러 미군은 핵시설에서 작전을 전개하는 동안 공격의 위험에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작전은 여러 형태로 진행될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미군이 인근 비행장이나 착륙장을 점령한 뒤, 농축 우라늄을 찾아 수거하는 방식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군사 전문가들은 비행장을 비롯한 기반시설 점거 훈련을 받은 제82공수사단이 다른 미군 부대와 함께 작전 기지를 구축하는 데 동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우라늄을 손에 넣으면 미국은 이를 이란 국외로 반출할지, 혹은 현장에서 희석할지 결정해야 할 것이다.
전쟁 초기, 일부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한 이후 반출하는 대신 현장에서 희석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워싱턴DC 소재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 유대인 국가안보연구소(JIIAA)'의 이란 핵 프로그램 전문가인 조너선 루헤는 이는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에서 우라늄을 확보해 국외로 반출하는 편이 더 빠를 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 우라늄을 희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그는 "물론 어떤 방식이든 큰 위험이 따르는 작전"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무기급인 우라늄 반 톤을 확보한 뒤 국외로 빼돌리는 작전"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일이 잘못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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