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전쟁이 부채를 덮쳤다”… 통화·재정 공조, 지정학에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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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전쟁이 부채를 덮쳤다”… 통화·재정 공조, 지정학에 무너진다

뉴스로드 2026-04-01 12:55: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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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사진=연합뉴스]
IMF [사진=연합뉴스]

지정학 질서가 무너지자, 경제의 기본 공식도 흔들렸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재정으로 경기를 받치는 교과서적 정책 조합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경고다.

31일(현지시간) 지안카를로 코르세티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와 레오나르도 멜로시 시카고연준 선임경제학자는 IMF 기자단에 오늘의 세계는 단순한 경기 사이클이 아니라 ‘구조적 충돌’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높은 공공부채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여기에 지정학적 분열까지 겹치면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서로를 보완하기는커녕 충돌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베르너 교수와 멜로시 선임경제학자는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실질금리가 상승하고 경제성장은 둔화된다"면서 "문제는 성장 둔화는 세수를 줄이고 재정 적자를 키운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정부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진다"고 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정부가 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올리지 못하면, 결국 시장에 풀린 유동성은 다시 수요를 자극하고 물가를 밀어 올린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긴축은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고 오히려 부채와 물가를 동시에 자극하는 ‘악순환’이 형성된다. 코르세티와 멜로시는 이를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동하는 구조적 충돌”로 규정한다.

이 문제는 과거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중앙은행과 정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금리는 낮추고 재정은 확대해 디플레이션을 막았다. 당시에는 세계화와 국제 협력이 작동했고, 공급망도 안정적이었다.

지금은 정반대다. 공급망은 이미 균열이 생겼고, 전쟁과 제재, 무역 단절이 ‘상시 리스크’가 됐다. 공급 충격이 반복되면서 재정지출은 늘어나고, 중앙은행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정책 공조의 전제가 사라진 것이다.

특히 공급 충격이 지배하는 환경에서는 재정정책의 효과가 급격히 약해진다. 수요를 자극해도 생산이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중앙은행은 양자 택일을 해야하는 고뇌에 빠진다. 경기 침체를 감수하고 긴축을 밀어붙일 것인지. 아니면 인플레이션을 일정 부분 받아들이고 재정 부담을 완화할 것인지이다.

코르세티와 멜로시는 후자를 ‘현실적 선택’으로 본다. 이들은 ‘통제된 인플레이션(controlled inflation)’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핵심은 수준과 신뢰다.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억누르려 하기보다, 일정 수준의 물가 상승을 용인해 실질 부채 부담을 낮추는 전략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중앙은행의 신뢰가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통제 불능으로 치솟으면, 정책은 실패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 접근은 이미 역사적 사례가 있다. 미국과 영국은 과거에도 인플레이션을 통해 부채를 안정화한 경험이 있다. 다만 지금은 상황이 더 복잡하다. 고령화, 저성장, 기후 리스크, 그리고 지정학적 갈등까지 동시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처럼 재정 통합이 약한 지역은 더 취약하다. 단일 통화 체제 아래에서 각국의 재정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정책 조정이 훨씬 어렵다. 신흥국 역시 자본 유출과 환율 변동, 외화 부채 리스크에 동시에 노출돼 있다.

해법은 다시 ‘협력’으로 돌아온다. 두 IMF 학자는 통화·재정 정책뿐 아니라 무역, 금융, 규제까지 포함한 ‘통합 정책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제 협력이 붕괴된 상태에서는 어떤 정책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실이다. 각국은 이미 자국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자본 통제를 강화하며, 금융 억압을 통해 부채 부담을 낮추려는 유혹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선택은 오히려 스태그플레이션을 심화시키고, 정책 간 충돌을 더 키울 가능성이 크다.

코르세티와 멜로시는 마지막으로 분명한 경고를 남긴다. 지금의 상황은 1970년대와 닮아 있다. 당시에도 높은 부채와 지정학적 충돌, 그리고 공급 충격이 겹치며 역사적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지안카를로 코르세티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와 레오나르도 멜로시 시카고연준 선임경제학자는 “거시경제 안정성은 더 이상 개별 국가의 정책으로 확보될 수 없는 전 세계적 공공재”라며 “지정학적 분열 속에서도 통화·재정의 신뢰 가능한 조정과 국제 협력을 복원하지 못한다면, 이번 인플레이션 국면은 단순한 경기 문제가 아니라 체제 위기로 확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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